문재인 대통령이 7일 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전격 방문했다.

국빈방문 중인 미 트럼프 대통령은 첫 방한 일정으로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와 기지를 깜짝 방문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한 것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환영식 이전에 대통령이 국빈 방문하는 정상을 청와대 밖에서 맞이한 전례가 없다. 문 대통령의 캠프 험프리스 방문이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는 미 측을 설득하기 위한 계산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오산 공군 기지로 입국한 뒤 전용헬기를 타고 캠프 험프리스로 이동했다. 공식 일정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험프리스에서 한미 장병들과 오찬을 하고 한미 양국 군의 정세 브리핑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리고 청와대로 이동해 환영식에 참가할 예정이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를 벗어나 기지를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한 것이다.

한미동맹의 상징과 같은 캠프 험프리스에서 동맹의 공고함을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강하지만 한미 이해관계가 얽힌 방위비 분담금 문제 때문에 문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캠프 방문 장면을 연출한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 11월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도 평택 험프리스 미군 기지에서 열린 오찬에서 양국 장병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11월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도 평택 험프리스 미군 기지에서 열린 오찬에서 양국 장병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실제 청와대는 미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첫 일정으로 캠프 험프리스 기지 방문을 소개하면서 “미국의 군 통수권자로서 북핵 문제의 직접 이해 당사국이자 동맹국인 한국에서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직접 확인하고, 한국에 대한 철통같은 방위공약과 한·미 동맹 발전에 대한 의지를 재차 다짐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남관표 안보실 2차장)며 한국 정부가 기지 전체 부지 비용과 건설비 100억달러 중 92%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한미 정상이 처음으로 미군 기지를 방문하는 모습으로 한미동맹의 상징을 보여주면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있어 우위를 점하기 위한 일석이조의 행보로 해석하는 이유다.

청와대도 문 대통령의 기지 방문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캠프 방문 일정을 마치고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의 캠프 험프리즈 방문은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이자 시설 배치 등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해외 미군기지로 건설되고 있는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의 차질없는 진행을 점검하고 단단한 한미동맹과 철통같은 공조체제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 대변인은 “북핵 및 미사일 위협 등에 대한 미국의 대한(對韓) 방위공약을 재확인하며,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 보장을 위한 우리 정부의 기여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토머스 밴달 미8군 사령관이 문재인 대통령에 보고했던 내용을 소개했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밴달 사령관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캠프 험프리스를 ‘왕관 위의 보석’이라고 표현하고, 107억불에 달하는 기지 건설비용의 92%를 부담해준 한국과 한국 국민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또한 밴달 사령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기지를 둘러보면서 똑같은 보고를 받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방한을 통하여 이렇게 위대한 한국과 한국 국민의 기여를 자세히 알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방위비 부담금 문제를 꺼내면서 한미 FTA와 무기 구매 문제를 제기해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행단에 무역대표부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한미FTA 문제에 대한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기 구매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은 미국산 군사장비를 대량으로 구입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하면 미사일을 상공에서 쏴 떨어뜨릴 수 있다. 이는 미국에서 고용을 늘리고 일본은 더욱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무기 구매를 촉구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주요 의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하루 전인 6일 의회에 북한 미사일 방어용 예산 증액을 요청한 것도 무기 구매 압박을 위한 신호탄으로 보는 분석이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 연설시 대북 압박 및 제재의 필요성을 밝히고 동참을 촉구하며 무기 구매 문제를 꺼낼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굉장히 큰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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