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가 시달리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31일 서울대 팩트체크센터 제휴 언론사의 기사가 홍준표 대선 후보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형사고발했다.

한국당은 “(서울대 팩트체크센터가) 좌편향된 매체들의 기사를 사실확인 없이 그대로 인용함으로써 대선 동안 자유한국당과 홍준표 후보에게 악영향을 끼쳤다”면서 “홍준표 후보가 유독 거짓말을 많이 하는 것으로 발표하는 등 홍준표 후보의 당선을 방해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지속적·반복적으로 공표한 혐의”라고 밝혔다.

▲ 지난 대선 당시 서울대 팩트체크센터 서비스 화면 갈무리.
▲ 지난 대선 당시 서울대 팩트체크센터 서비스 화면 갈무리.

한국당은 형사고발 외에도 민사소송까지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사소송은 서울대 팩트체크센터장인 정은령 교수, 팩트체크센터가 소속된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장인 윤석민 교수, 그리고 서울대에 각각 1억 원씩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내용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자유한국당은 △좌편향 매체 팩트체크의 불공정성 △선거기간 홍준표 후보가 가장 거짓말을 많이 했다고 밝히는 등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점 △서울대가 직접 팩트체크하지 않았음에도 직접 한 것처럼 속이는 등 허위광고를 한 점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한국당이 입장을 내면서 적지 않은 언론이 이 같은 문제제기를 비판 없이 전달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첫째, 한국당의 입장만 보면 서울대 팩트체크센터가 ‘좌편향 매체’ 중심으로 운영된 것 같지만 오히려 보수 매체가 더 많았다. 지난 대선 기간 팩트체크 서비스에 참여한 언론사는 KBS, MBC, SBS, MBN, JTBC, YTN,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서울신문, 한국일보 등 12곳이다.

둘째, 한국당이 지적한 보도 내용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당은 홍준표 후보의 △4대강 녹조가 자연발생적이라는 주장 △동성애자가 국방 전력을 약화시킨다는 주장 △민주당 집권 10년 동안 대북송금액이 70억 달러라는 주장 △참여정부 때 유병언의 빚을 탕감한 데 노무현 정부 책임이 있다는 주장 등에 대해 ‘거짓’이나 ‘일부 거짓’ ‘판단유보’를 내린 점을 문제 삼았다.

해당 기사들은 홍준표 후보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했거나, 중요한 맥락을 빠뜨렸거나 확인할 수 없는 주장을 한 게 문제였다. 이번 소송에 문제로 지적된 보도를 한 언론사 관계자는 “소송에서 언급된 우리 매체의 보도들은 언론중재위원회에서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난 사안들”이라며 “기사 내용만 읽어보면 누구나 아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셋째, 서울대가 팩트체크를 직접 한 것처럼 속였다고 보기도 힘들다. 서울대 팩트체크센터가 같은 사안에 대해 여러 언론의 팩트체크를 모아놓고 비교를 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사이트에 접속하면 바로 알 수 있다. 사이트에는 팩트체크 사안마다 언론사 로고를 표시하고 있기 때문에 오해할 소지는 크지 않다.

▲ 12개 언론이 지난 대선 기간 팩트체크를 한 결과. 홍준표 후보가 가장 많은 검증을 받았으며 거짓말을 한 비율도 가장 높았다. 출처=서울대 팩트체크 연구소.
▲ 12개 언론이 지난 대선 기간 팩트체크를 한 결과. 홍준표 후보가 가장 많은 검증을 받았으며 거짓말을 한 비율도 가장 높았다. 출처=서울대 팩트체크 연구소.

넷째, 서울대 팩트체크센터가 홍준표 후보가 가장 거짓말을 많이 했다고 밝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서울대 팩트체크센터가 대선 기간 팩크체크를 종합해 후보별 팩트체크 결과를 집계해 발표한 적은 있지만 시점은 대선 이후인 5월17일이었다.

물론, 팩트체크 역시 완벽할 수는 없고 정파적인 결론을 낼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보수매체가 더 많은 상황에서 이뤄진 언론사 합동 팩트체크 결과 홍준표 후보가 가장 거짓말을 많이 했고 팩트체크를 받은 발언 중 66% 가 거짓으로 판명됐다는 점은 겸허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학계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언론 3대 학회는 회원들에게 공지를 통해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한국방송학회는 “이번 고발 사건이 학문 및 언론 자유 침해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여 사태의 전개를 주목하여 볼 것”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후보 낙선의 책임은 서울대나 언론에 있지 않다. 문제는 대선 기간 내내 가짜뉴스의 ‘숙주’를 자처했던 홍준표 후보의 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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