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수사 방해 혐의를 사고 있는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구속영장 실질 심사를 앞두고 투신해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31일 같은 혐의에 연루된 정아무개 국정원 소속 변호사가 숨을 거둔지 일주일 여 만이다.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이 구속·기소 등 사법 처리를 목전에 두고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변 검사가 6일 오후 4시 경 서울 강남 성모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던 도중 사망했다고 밝혔다. 변 검사는 이날 오후 2시 경 서초동 교대역 인근 건물 4층에서 투신한 직후 강남 성모병원으로 옮겨졌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시간 가량 앞둔 시점이었다.

▲ 검찰의 국가정보원의 댓글 수사 당시 조직적인 수사 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민중의소리
▲ 검찰의 국가정보원의 댓글 수사 당시 조직적인 수사 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민중의소리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지난 2일 2013년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한 수사·재판을 방해한 혐의로 변 검사를 비롯해 서천호 국정원 전 2차장,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이제영 대전고검 검사, 고일현 당시 국정원 국익정보국장 등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적용된 혐의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위증교사 등이다. 이들은 사건 수사가 진행될 당시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에 대비해 ‘위장 사무실’을 마련하고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들에게 증거 삭제, 허위 진술을 지시한 혐의를 사고 있다. 당시 국정원은 원내 법률보좌관실 등과 ‘간부(현안) TF’를 구성해 조직적으로 검찰 수사를 방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현안 TF가 검찰 수사진을 위장 사무실로 안내해 댓글 공작 등 대선개입 사건과 무관한 서류를 압수수색 대상 문서로 제출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또한 이들이 재판 증인으로 출석할 국정원 직원에게 허위증언 요령을 알려준 뒤 ‘리허설’까지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김진홍 전 심리전단장과 문정욱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은 각각 지난달 28일과 31일 “혐의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변 검사는 이에 더해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정아무개 변호사를 회유·압박한 의혹에 휩싸였다. 정 변호사는 지난달 31일 밤 9시께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소양강댐 입구 주차장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그는 운전석에 앉아 있었고 조수석 바닥에는 타다 남은 번개탄과 소주 2병이 놓여 있었다.

국정원 법률보좌관실 소속인 정 변호사는 ‘현안 TF’가 구성될 당시 변 검사 등과 함께 근무했다. 지난 2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정 변호사가 참고인 조사를 받은 지난달 23일 변 검사와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날 오전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돼 있었던 장 전 지검장은 심문포기서를 검찰과 법원에 각각 제출하고 심문에 불출석했다. 검사장 지위로 법원 포토라인에 서거나 후배 검사들과 법리다툼을 벌이게 될 상황을 회피한 대목으로 읽힌다.

이들이 ‘현안 TF’를 가동한 시기 국정원장은 남재준 전 원장이다. 남 전 원장은 2013년 3월22일부터 2014년 5월11일까지 1년 2개월 간 재직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013년 4월18일 서울 수서경찰서로부터 국가정보원법 위반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받고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현 서울중앙지검장)을 팀장으로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수사를 개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013년 6월2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하며 야권 대선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올리도록 지시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법무부와의 대립으로 6월10일까지 원 전 원장 등 피의자를 기소하지 못하다가 11일 오후 원 전원장에 대해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기소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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