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3일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핵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이 시작되었다. 한반도 주변에 항공모함을 비롯한 미국의 추가 전력이 증원된 상황에서 북한이 또다시 탄도미사일 발사나 7차 핵실험에 나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한반도 핵위기를 풀어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미일을 막론하고 보수파들은 더욱 강력한 대북 제재를 그 해법으로 주문하고 있다.

한미일 삼각동맹 강조 요미우리 vs ‘쌍중단·쌍궤병행’ 내세운 환구시보

대표적으로 일본 보수 유력지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한 달간 잇달아 사설을 게재하며 한미일 삼각동맹 공고화를 통한 대북 제재를 강조하였다. 지난 10월24일 요미우리 신문은 사설 ‘아베는 디플레이션 극복을 위해 잠재 성장률을 강화해야 한다 / 미국과의 동맹을 북한 위기 해소에 활용하라’(Abe must fortify growth potential to overcome deflation / Use U.S. alliance to resolve N. Korea crisis)에서 일본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긴밀한 관계를 토대로 중국 시진핑 주석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 등과의 반복적인 대화를 통해 국제적인 대북 포위망을 더욱 조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10월25일 사설 ‘일본, 미국, 한국은 북한에 대한 다단계 협력을 향상시켜야 한다’(Japan, U.S., S. Korea should enhance multi-tiered coordination on N. Korea)에서는 외교 군사적으로 한미일의 밀접한 삼각 동맹만이 북한의 위험을 억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왼쪽)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왼쪽) 여사가 4월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시진핑(가운데 오른쪽) 중국 국가주석, 부인 펑리위안(오른쪽) 여사와 함께 미·중 정상 만찬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왼쪽)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왼쪽) 여사가 4월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시진핑(가운데 오른쪽) 중국 국가주석, 부인 펑리위안(오른쪽) 여사와 함께 미·중 정상 만찬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반면 중국의 환구시보(Global Times)는 11월2일자 사설 ‘중국에 대한 압력은 북핵 이슈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없다’(Pressing China can't help solve North Korean nuclear issue)에서 ‘북핵 중국 책임론’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북한의 핵, 미사일 실험 중단, 북한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교환하는 ‘쌍중단’, ‘쌍궤병행’ 해법을 다시금 강조했다. 11월4일자 사설 ‘미국은 중국에 대한 냉전 멘털리티를 지워야 한다’(US should erase the Cold War mentality with China)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이 자칫 대중 봉쇄 정책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 경계하는 속내를 언뜻 내비쳤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이 상호 이해를 증진시켜 양국 간 적대 국면으로의 전환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화 국면 조성에 힘 싣는 뉴욕타임스와 아사히 신문

한편 미국과 일본의 진보 성향 유력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면서 대화 국면 조성에 힘을 싣고 있는 논조를 보였다. 지난 10월9일 뉴욕타임스 캐롤 자코모 논설위원은 ‘반대편에서 바라본 북한 교착상태’(Seeing the North Korean Stalemate From the Other Side)에서 북한이 북미 간 협상의 선결 조건으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대북 제재 철회, 북한의 외교적 고립 중단 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북한에 먼저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칼럼 말미에서 자코모 위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사일 발사와 핵무기 시험을 무기한 중단하지 않는 한 대화는 없음을 거듭 밝혔다고 언급하면서 북미 간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대화의 물꼬를 틀 구실조차 보이지 않는 교착 상태는 매우 위험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일본 진보 성향의 유력지인 아사히 신문은 11월4일 자 사설 ‘아베는 트럼프와의 솔직한 대화로 세계에 호의를 베풀어야 한다’(Abe could do world a favor by talking candidly to Trump)에서 6일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북한에 대한 군사적인 행동을 펼치지 말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촉구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핵 미사일 개발을 명분으로 북한을 공격할 경우 일본 역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대북 제재는 어디까지나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 내기 위한 수단이라고 부연했다.

▲ 지난 11월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사이타마(埼玉) 현 가스미가세키(霞が關)CC에서 오찬을 하기에 앞서 함께 서명한 모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11월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사이타마(埼玉) 현 가스미가세키(霞が關)CC에서 오찬을 하기에 앞서 함께 서명한 모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과 관련해서 주변국 주요 신문들은 제각기 다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 같은 보수지들은 대북 제재를 위한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 대척점에서 환구시보와 같은 중국 매체들은 한미일 삼각동맹이 자칫 한반도 핵위기를 명분으로 한 ‘대중 포위망’이 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결국 한반도 핵위기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국제 사회의 협력을 통한 대화 국면 조성이 필요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미국 뉴욕타임스나 일본 아사히 신문 등과 같은 미일의 진보 성향 유력지가 보여주는 논조들은 문재인 정부가 대화를 통해 한반도 핵위기 해결에 나서기 위해 주변국에 어떠한 여론을 조성해야 하는지 영감을 준다고 할 수 있다. 점증하고 있는 한반도 핵위기 해소를 위해 문재인 정부가 주변국 오피니언 리더들을 설득할 수 있는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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