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의원 8명이 탈당을 선언하고 자유한국당 복당 의사를 밝히면서 자유한국당 지지자들과 바른정당 지지자 양쪽으로부터 비난이 커지고 있다. 양쪽 모두 정치공학적인 명분 없는 행보라는 비난을 내놓고 있다.

특히 황영철 의원의 경우 지난 5월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탈당할 때 탈당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번복하고 바른정당에 남아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탈당파에 속하면서 전형적인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난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시 황 의원이 입장을 번복한 이유는 두 가지로 뽑힌다. 우선, 자유한국당 친박계 의원들이 박근혜 탄핵 주도 의원들의 입당에 반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황 의원으로서는 자유한국당 입당에 어려움을 겪을 바에야 바른정당에 남아 숨고르기를 할 필요가 있었는데 자신의 입당이 보수 단일화의 대의가 훼손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탈당 의사를 번복했다.

다른 한 가지는 황 의원이 김성태, 장제원 의원 등과 함께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활약한 것이 부각되면서 자유한국당행에 대한 비난을 감당키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황 의원은 김성태, 장제원 의원과 함께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오르면서 자유한국당 복당에 대한 비난이 확산됐다.

자유한국당 입당도 어렵게 되고, 국민적 비난도 큰 상황에서 황 의원은 13명 의원 중 유일하게 자신의 의사를 번복하고 바른정당에 남았다.

이 같은 황 의원의 과거 행보로 보면 이번 바른정당 탈당에 앞장 선 일은 어느 정도 예고된 일이기도 하다. 황 의원은 보수 대통합이라는 지역 민심을 거스를 수 없었다며 자유한국당에서 보수 개혁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했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서 바른정당 후보로서 입지가 줄어드는 지역의 현실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황 의원도 YTN 라디오에 출연해 “지역구에서 자유한국당과 합쳐달라는 요구가 조금이 아니고 전부였다. 자신과 함께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나와 있는 도의원, 군의원들이 이대로 바른정당 후보로 나가서는 승산이 없다는 걸 본인들이 잘 알고 계시고 이분들에게 제가 짐이 돼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은 황 의원의 오락가락 행보에 대해 거친 언사를 동원해 비판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천 철원 화천 양구 인제군 당원협의회는 “황영철 의원으로는 자유한국당의 미래와 희망이 없다”며 “자유한국당이 황 의원의 복당을 허용한다면 지역민들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게 될 것이고 당은 자신의 이익만을 일삼는 정치인의 농간에 휩쓸려 당을 망치고 위태롭게 하는 오판을 해서는 안된다”고 비난했다.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은 황 의원을 포함해 탈당파 바른정당 의원들을 ‘탄핵 앞잡이’이라는 말로 비난하고 있다.

▲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이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바른정당 탈당 기자회견을 열었다. 좌측부터 홍철호·김용태·강길부·이종구·김영우·황영철·김무성·정양석 의원. 사진=노컷뉴스
▲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이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바른정당 탈당 기자회견을 열었다. 좌측부터 홍철호·김용태·강길부·이종구·김영우·황영철·김무성·정양석 의원. 사진=노컷뉴스

바른정당 지지자들에게도 황 의원 등 탈당파는 비난의 대상이다. 보수 대통합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도로 새누리당'에 머리 숫자를 채워준 것 뿐이며 보수 혁신 바른정당의 가치를 훼손한 철새 행보라는 것이다.

최영일 정치평론가는 “황영철 의원의 경우 새누리당에서 존재감이 없다가 탄핵 정국에서 청문회 스타로 떠오르고 바른정당으로 가서도 인기 몰이를 하면서 이번 탈당에 실망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적 고뇌가 있겠지만 결국 정치환경으로 보면 정치인의 소신보다는 정치적 생명을 선택한 결과다. 양쪽 지지자들로 보더라도 마이너스 행보다. 황 의원이 한국당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관건인데 앞서 회군한 장제원 의원의 행보를 보면 의원이 소신 정치를 펴는 것에 한계는 명확하다. 미래가 밝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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