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얻지 못한 질문들이 너무 많다. 그러나 한 가지만 약속하겠다.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겠다.”

방송인 김어준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배정훈 PD가 만난 SBS 파일럿 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김어준이 한 말이다. 김어준은 많은 팬을 가진 방송인이지만, 자신에게 많은 사람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을 알고 있는 듯싶다. 그가 제기한 수많은 질문 중에는 실제로 수사로 확대된 사안도 있지만, 18대 대선이 조작 투표였음을 주장한 영화 ‘더플랜’에서처럼 그저 ‘음모론’으로 끝나버린 질문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그는 또 거대한 질문들을 던진다.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 코너로 나뉜다. 첫 번째 코너에서 그는 고 유병언 회장의 아들 유대균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두 번째 코너에서는 ‘박근혜 5촌 살인사건’ 현장에 있었던 증인의 주장을 공개하고, 세 번째 코너에서는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인성에 대해 토론을 한다. 너무 굵직한 이슈 세 가지를 한 번에 보여주려니 “프로그램이 산만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첫 번째 질문은 그가 이전부터 계속해오던 질문이다. “세월호의 실소유주는 누구인가.” 김어준은 이 질문을 고 유병언 회장의 장남 유대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기한다. 파리에서 김어준을 만난 유대균은 “유병언이 자연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한 유대균은 “사고 이전 세월호를 본 적이 없고, 청해진 해운에 방문한 적도 없다”고 말한다. 김경률 회계사에 의하면 청해진 해운의 실제 최대주주는 유병언 일가가 맞지만 (46.5% 소유) 알 수 없는 ‘소액주주’들이 53.5%의 주식을 가지고 있어 “일반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주식회사의 지분이 아니다”고 말한다.

이런 정황을 종합해 김어준은 ‘세월호의 실소유주는 유병언 일가가 아니고 국정원과 관계됐을 가능성이 높고, 국정원과 관련된 사람들이 세월호 사고 이후 유병언 일가에 죄를 떠넘겼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 '김어준의 블랙항스'에서 공개된 유대균 인터뷰.
▲ '김어준의 블랙항스'에서 공개된 유대균 인터뷰.
물론 그 역시 정확한 ‘진실’은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그는 코너 말미에 “유대균의 말은 진실일까, 거짓일까?”라고 나레이션을 한다.

두 번째 코너에서도 그는 거대한 주장을 한다. 그의 주장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2011년 9월6일 벌어진 이른바 ‘박근혜 5촌 살인사건’은 겉으로 보기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5촌 조카 박용수씨가 사촌형 박용철씨를 살해하고 스스로 자살한 사건이지만, 실상은 다른 제3자가 그들을 죽였고, 박용수씨가 박용철씨를 죽인 것처럼 꾸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날 ‘블랙하우스’에서는 살해가 벌어지던 날, 최소한 현장에 4명이 있었다는 걸 봤다는 주장이 공개됐다.

▲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는 '박근혜 5촌 살인사건' 당시 현장을 목격했다는 증인이 나왔다.
▲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는 '박근혜 5촌 살인사건' 당시 현장을 목격했다는 증인이 나왔다.

그는 1시간 15분의 시간동안 ‘세월호의 실소유주’, ‘박근혜 5촌살인사건의 진범’을 묻는다. (세 번째 코너는 JTBC ‘썰전’을 벤치마킹 한 것처럼 보이는 이슈 대담이므로 큰 주장은 없다.)

그는 항상 이런 거대한 질문을 던져왔다. 그를 ‘음모론자’라고 깎아내리는 시선도 많지만 실제로 유대균과의 인터뷰를 하고, 박근혜 5촌 살인사건의 증거를 모으며, 이를 지상파로 공개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언론인도 많지는 않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그에게 쏠리는 관심이 뜨거운 것은 여전하다. 4일 밤 방송된 ‘블랙하우스’의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기준 6.5%다. 이미 시사교양 프로그램 시청률에서는 1위다. 2편으로 예정된 파일럿프로그램이지만 정규 편성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지금까지 김어준의 질문이 인터넷이나 팟캐스트를 통해서 퍼져왔다면 이제 그의 질문은 ‘블랙하우스’를 통해 지상파에서, 정론의 방식으로 검증될 것이다. 그의 질문이, 실제적 수사를 이끌 질문일지, 그저 ‘음모론’으로 끝날 질문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에 따라 김어준이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도 시작된 셈이다. 시청률과 함께, ‘블랙하우스’가 정규편성이 돼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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