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방송장악’ 프레임을 내걸고 국회 보이콧 등 정부·여당을 압박했던 자유한국당에 이어 국민의당·바른정당도 손잡고 정부의 공영방송 개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앞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지난 2일 공영방송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고영주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서도 정부·여당의 일방적 밀어붙이기라고 비판하며 방송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그동안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문재인 정부의 ‘공영방송 정상화’를 ‘방송 장악’이라며 줄기차게 반대한 반면, 국민의당은 언론 적폐 청산은 필요하다며 다른 결의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 교체 절차·방법에 대해선 여당과 각을 세우며 보수 야당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행법이 아닌 개정된 방송법에 따라 공영방송 인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권이 바뀌기 전 방송법 개정안에 반대해 왔던 보수 야당이 이제 와서 방송법 개정을 요구하는 데 국민의당이 보조를 맞춘 셈이다

▲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왼쪽)와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오른쪽)가 3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정책협약 발표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왼쪽)와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오른쪽)가 3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정책협약 발표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3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정책협약을 위한 원내대표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시점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6개 법안(△방송법 개정안 △특별감찰관법 △지방자치법·국민체육진흥법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산업기본발전법 △채용절차공정화법)을 선정해 정책협약서에 서명했다.

특히 두 당은 6개 법안 중 가장 시급하고 먼저 통과될 법안으로 방송법 개정안을 꼽았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국민의당·정의당 등 162명 의원이 공동발의한 것”이라며 “공영방송 경영진이 교체돼야 하는 것은 맞으나, 이는 민주당이 주도해 서명한 개정된 방송법에 의해 추진돼야 한다. 이는 결코 우리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금 문재인 정부가 과거 자유한국당과 박근혜 정부에서 있었던 방송장악을 문제 삼는 것까진 우리가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공영방송) 이사들을 사실상 강압적인 방법으로 퇴진시키고 경영진을 현행 방송법에 의해 교체하려고 하는 것은 자신들의 코드에 맞는 인사로 방송장악 하겠다는 거여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상당한 절차를 진행했으나 공영방송 사장은 개정된 방송법에 따라 임명돼야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지키는 길”이라며 “지금 방문진과 KBS 이사가 많이 교체됐으나, 이게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로까지 이어져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원내대표 정책연대 발표문에서 “그동안 민주당이 여당에 유리하고 필요한 법안들은 줄기차게 야당에 처리를 요구해 왔지만, 수차례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야당이 요구한 사항에 대해서는 답이 없었다”며 “민주당이 야당 시절 제안했던 법안들과 처리의 시급성을 요하는 법안, 국민 다수의 공감대를 이룬 법안들을 중심으로 이번 정기국회 중점 처리 법안으로 선정해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당은 앞서 촉구한 법안에 대해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약속이 없으면 향후 법안과 예산 심의에 있어서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기본적으로 여소야대 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이 있는 한 여당에게 야당과 협치하라는 강력한 명령”이라며 “여당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법안만 통과하려고 하고 국민에게 꼭 필요한 6대 법안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여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법안에 우리가 협력할 수 없다는 게 중대한 결심”이라고 말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도 “이 최소한의 요구에 대해 오는 13일 국회의장과 4당 원내대표 회동까지 민주당이 합리적, 긍정적 답변을 내놓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국회 거부나 일정 보이콧 방식보다 계속 우리의 입장을 설득하면서 여당이 협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불신임안 가결에 대해 “방문진의 밀어붙이기식 폭거가 진행됐다”며 “이제 다음 주에는 김장겸 MBC 사장 해임 시도도 예상되는데 우리는 방문진의 이런 모든 일련의 작태가 원천무효임을 밝힌다”고 반발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2일 방통위가 KBS 보궐이사로 조용환 변호사를 추천한 것에 대해서도 “국가관과 안보관, 법조인의 기본 상식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사람으로 (이사회가) 채워지는 데 심히 우려스럽다”며 “이 문제는 한국당이 방송법 개정에 속도를 냄으로써 정부·여당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입법으로 막아내고 바로잡는 작업에 박차 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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