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눈먼 나랏 돈’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는 가운데, 국정원 기관 국정감사 현장에서 “국정원 존립이 어려울 정도의 일탈이 일어났는데 차라리 국정원을 해체하는게 낫지 않느냐”는 질타가 나왔다.

여야 정보위원회 간사는 2일 오후 국정원에 대한 비공개 기관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도중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국정농단과 관련해 국정원이 개입된 것에 대해 통렬한 반성을 요구했고 이 반성 위에 새로운 정보기관으로 다시 태어날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 서훈 국정원장이 2일 오전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 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 서훈 국정원장이 2일 오전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 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서훈 국정원장은 이에 대해 “현 상황을 무겁고 참담히 받아들인다”면서 “적폐를 청산하고 국정원을 정권과 상관없이 철저히 조사하고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서 원장은 “이제까지 드러난 문제들은 국민들 앞에 공개하고 국민들로부터 질타를 받은 후 다시 태어나는 수순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는 정치적인 모든 행위와 절연하고, 정권의 비호 기관이 아니라 오로지 국가과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기관으로 재탄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원장은 국민의당 의원을 중심으로 “차라리 국정원을 폐지하는 게 낫지 않느냐” “국정원법을 폐지하고 새로운 법을 제정하는게 낫지 않느냐” 등의 지적이 제기된 데 대해 “현재 국정원법을 폐지하는 것보다는 개정하는 게 좋다”고 답했다.

서 원장은 “일탈 행위, 적폐 등의 발생 원인이 무엇이냐”는 정보위 질의에 대해 “대통령과 국정원장의 문제가 가장 크다”며 “정보기관을 권력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 일탈 행위의 가장 큰 문제”라고 답했다. 서 원장은 “국정원 내 준법의식의 부재도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원장 취임 당시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기능 폐지’를 약속한 서 원장은 “대공수사 기능은 현재 국정원이 보유한 역량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다른 곳으로 이관하는 것이 맞다”면서 “과거 국정원이 작성해 온 존안카드의 경우도 국민 정보 수집 폐지로 현재 작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추명호 전 국정원 6국장에 대한 ‘부실 감찰’ 비판에 서 원장은 “당시 지휘부가 책임질 일이라 생각한다”며 “당시 감찰이 형식적으로 이뤄졌다”고 답했다. 국정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추 전 국장에 대해 감찰 조사를 벌였으나, 국정원은 “(추 국장에 대한 의혹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근래 검찰의 인지 수사로 드러난 박근혜 정부 국정원의 청와대 뇌물 상납 혐의에 대해 정보위는 “명백한 불법”이라면서도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게 좋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태규 국민의당 간사는 ‘국정원이 알아서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준 것이냐’는 물음에 “검찰이 자체적으로 파악해서 수사할 내용”이라고 답했다.

‘국정원 특활비에 대해 국회 통제를 강화하는 대안이 제시됐느냐’는 지적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실체적인 얘기는 없었다”며 “정보위 감사에 이어서 예산소위에서 정밀하게 다뤄보겠다”고 말했다.

특활비 수사가 박근혜 이전 정부에까지 확대되느냐는 물음에 이태규 간사는 “적폐 청산 사건에 있어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 한정하지 말고 노무현 정부까지 조사해야 한다는 게 한국당 주장”이라며 “특활비 수사는 검찰이 인지해서 안봉근·이재만 비서관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확대 여부는 전적으로 검찰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자유한국당 측 요구에 “더불어민주당은 ‘클라스가 다르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이날 기관 감사 동안 "노무현·김대중 정부 당시 국정원 일탈행위도 재조사해야 한다"며 국정원에 요구했다.

자유한국당은 김대중 정부 당시 국정원에 대해 △대북 15억 달러 퍼주기 사건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 불법감청사건 △국정원 직원 대량해고 사건 △2002년 총선 국정원 자금 지원 및 선거개입 사건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 평화상 불법로비 의혹 △좌파 문화예술인 지원 등 6개 사건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은 노무현 정부 동안엔 △2007년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표결 방침 결정 시 북한 입장 반영 △좌파 문화예술인 지원 △독일 ‘윤이상 기념관’ 건립에 8억 원 지원 경위 등을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간사는 이밖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시 이를 저지하기 위해 헌법 재판관을 사찰하고 사전대응을 한 의혹을 조사해달라”며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김만복 전 국정원장에게 각종 이권을 청탁한 사항, 이상업 전 2차장이 국악인인 부인의 무형문화재 선정애 압력을 행사했다 의혹, 포스코 청암 재단이 노무현 정부 당시 좌파들에 대한 해외 연수을 지원한 사실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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