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수사기관이 통신사에 요청해 들여다 본 이동통신 가입자 정보가 827만여 건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15년 1057만여 건보다는 줄어든 수치지만, 여전히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상담소(CLEC)와 한국 인터넷 투명성 보고서 연구팀이 발간한 ‘한국 인터넷 투명성 보고서 2017’에 따르면 2016년 △통신자료제공(이동통신 가입자 정보)은 827만 2504건 △통신사실확인자료(송수신 번호, 시간, 위치 등) 제공은 158만 5654건 △통신제한조치(감청. 통신 내용까지 확인)는 6683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통신제한조치는 유선전화와 인터넷전화, 문서 등을 대상으로 한 감청이라고 볼 수 있다.

▲ 한국 인터넷 투명성 보고서.
▲ 한국 인터넷 투명성 보고서.
특히 수사기관이 핸드폰 번호를 제공하면 통신사에서 가입자 정보를 알려주는 ‘통신자료제공’이 800만 건이 넘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보고서는 “2016년 들어 전반적으로 감소한 수치이기는 하나 여전히 수사기관의 포괄적 감시 관행으로 인하여 국민의 5분의 1에 가까운 숫자의 통신정보가 제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지원 한국 인터넷 투명성 보고서 연구원은 미디어오늘에 “통신자료제공은 수사기관이 영장이 없이도 이통사에 요청하면 쉽게 받을 수 있는 자료”라며 “대규모 시위가 있을 당시 통신자료제공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사례가 있고, 범죄와 관련이 없는 시위자들이나 언론인들까지 ‘털린’적이 있다”고 말했다.

손 연구원은 “수사기관이 이런 정보를 받을 때 법원의 허가서를 요구하도록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경민·이재정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통신자료 제공 요청 때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한 바 있다.

그 외 자세한 사항을 살펴보면 2016년에 이뤄진 6683개의 통신제한조치는 99%가 국가정보원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이는 대부분 국가안보와 관련된 수사를 위하여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통신사업자에 대한 압수수색(통신 내용, 기록, 신원정보 모두 확인 가능) 현황은 현재 정부에서 공개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국내 양대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투명성 보고서에서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2016년 기준 두 사업자에 대한 압수수색만 1만3157건으로, 72만2876개의 계정에 조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통신의 내용까지 확인할 수 있는 압수수색이 이렇게 방대한 양으로 행해지고 있는 것은 통신감시에 있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이하 방통심의위) 통신심의에서 2016년 총 21만 1187건의 정보가 심의됐다. 심의 건수 및 시정요구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로, 특히 2016년에는 작년 대비 1.3배 급증했다. 한국 인터넷 투명성 보고서 연구팀 측은 시정요구를 위한 역량 투입이 확대된 것을 그 이유로 봤다. 이 중 20만1791건(95.6%)이 시정요구 됐으며 9248건(4.4%)만이 ‘해당 없음’(문제없음)으로 결정됐다.

방통심의위 통신심의의 불법정보는 시정요구 건수 가운데 94%인 19만 390건이었으며 유해정보는 1.9% 정도인 3618건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자의적 해석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유해정보들에 시정요구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우려할만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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