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취재하는 춘추관에서 작은 소동이 일었다.

청와대 신규 출입사로 등록한 매체의 한 기자는 기자들이 일하는 춘추관의 모습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했다.

이 기자는 페이스북 생중계를 하기 전 춘추관과 경호원에 공지를 하고 허락을 받았다. 기자는 1층 기자실과 2층 브리핑실로 이뤄진 춘추관 내부를 영상에 담고 춘추관의 연혁을 소개했다.

하지만 이내 제지가 들어왔다. 기자들 사이에서 페이스북 생중계에 대한 불만이 춘추관에 접수되자 춘추관 측은 ‘춘추관도 청와대 경내에 해당된다는 규정에 따라 페이스북 생중계는 곤란하다’며 영상 촬영 중단을 요청했다고 한다. 기자는 급하게 영상 촬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해당 기자는 “저도 청와대 경내 보안시설이나 민감한 정보를 공개하는 건 옳지 않다는 정도는 안다”며 “제가 페이스북 생중계하면서 한 것은 기자들이 일하는 춘추관이 이런 곳이다라는 것을 독자에게 소개하고자 해서 일하는 기자들이 방해받지 않은 수준으로 기자실과 브리핑실 밖에서 장소를 소개한 것밖에 없고, 허락까지 받았는데 갑자기 제지를 당해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언론 공식 브리핑을 할 때도 휴대폰을 꺼내기가 좀 그렇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청와대 춘추관 측은 “방송 리포트를 하는 공간에서 중계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기자들이 일하는 공간을 찍어 항의가 접수된 사례”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방송사들이 생중계하는 청와대 공식 브리핑이나 기자회견을 취재기자들이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하는 건 가능할까. 이 역시 청와대에서는 불가능하다.

지난 8월 17일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취임 100일 정부의 중점 정책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듣는 자리이면서 문재인 정부의 소통 의지를 엿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자들과 사전 조율없이 문답을 주고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두고 소통에 능하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정작 기자회견에서 쌍방향 소통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은 허용되지 않았다.

당시 한 기자는 착석한 자리에 서서 휴대폰을 이용해 페이스북 생중계를 하고 싶다며 가능한지 여부를 춘추관에 문의했다. 하지만 춘추관은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취지로 답변하며 페이스북 생중계를 거부했다.

이 기자는 “전통 매체의 생중계 영상만 허용하고 페이스북 생중계는 왜 안 되는지 기준이 일관되지 않은 것 같다. 쌍방향 소통 시대에 청와대가 전통 매체 방식에만 익숙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청와대 참모진과 장관 인사를 직접 발표했다. 대통령 소개를 받은 인사 당사자는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주고받는 파격을 보여줬다. 언론 브리핑도 충실한 편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공식 브리핑이 끝나고 기자들의 추가 질문에 되도록 뜻이 잘 전달되도록 하는 백그라운드 설명을 하는데 능숙하다는 평을 받는다.

박근혜 정부는 기자들의 질문에 반복적으로 ‘모른다’라거나 ‘말할 위치에 있지 않다’ 라는 하나마나한 답변만 돌아와 언론브리핑 무용론이 일었다. 이와 비교해도 문재인 정부의 소통은 부각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청와대 페이스북 생중계 제재는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와 언론의 접촉면이 넓어지면서 겪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플랫폼이 다변화되고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시대에 청와대의 페이스북 생중계 제재는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 지난 1월 미 오바마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기자회견 모습. 백악관 출입 기자들이 사진과 영상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 지난 1월 미 오바마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기자회견 모습. 백악관 출입 기자들이 사진과 영상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미 백악관의 풍경도 봐도 그렇다. 대변인이 나오는 언론 브리핑에서 기자들이 휴대폰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페이스북에서 ‘whitehouse facebook live’로 검색하면 백악관 언론 브리핑을 생중계했던 기자들의 계정과 매체 페이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 2월 션 스파이서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워싱턴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면서 최초로 스카이프를 이용해 다른 지역의 매체 기자들의 질문을 받아 주목을 받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과 최악의 관계를 보여주면서 언론브리핑 생중계와 육성 녹음 금지 지침을 정했지만 역대 백악관 브리핑은 방송사들이 매일 생중계했다)

청와대를 출입하는 다른 기자는 “어떻게 보면 참 웃긴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소통을 중시하며 촛불의 힘으로 출범한 정부다. 페이스북 생중계 제재는 소통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언론 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페이스북 생중계를 제재하는 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예를 들어 대통령 행사는 청와대 출입 풀(pool) 기자에 속한 방송사에 키맨을 주고 생중계를 하는 것인데, 이 장면을 페이스북 생중계로 허용해주면 기존 풀 체계와 부딪혀 문제가 생긴다. 사실상 풀이 깨져버려 결국 기존 풀 취재 문제와 연결돼 있다”며 “페이스북 생중계 문제를 포함해 통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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