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는 세금이다.” 
뉴욕대학교에서 디지털 마케팅을 가르치는 스캇 갤러웨이 (Scott Galloway) 교수의 말이다. 김경달 네오캡 대표는 “돈이나 기술적 이해를 통해 광고를 스킵(skip)할 수 있는 경향이 확대되는 점에 대한 지적”이라며 “씁쓸한 일이지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경향 때문에 브랜디드 콘텐츠는 ‘바이럴 마케팅’(viral, 인터넷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어떤 기업 등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퍼뜨리는 마케팅 기법)에 집중하게 된다.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잼투고에서 미디어오늘과 콘미 얼라이언스(가칭)가 주최한 ‘콘텐츠의 미래 콘퍼런스’에서는 어떻게 ‘광고 콘텐츠를 바이럴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공유됐다. 

이무신 현대자동차 차장은 “사람들은 광고 자체를 싫어한다기보다 광고가 본인의 시간을 소모하고 기다리게 하는데 반감이 있는 것”이라며 “광고가 유익하고 재미를 준다면 광고임을 밝혀도 좋아하기에, 브랜드 광고는 곧 콘텐츠 위주가 돼야 하며, 각 브랜드가 모두 미디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달 네오캡 대표 역시 “광고가 신문에서 방송, 웹으로 넘어오면서 지면이 부족해지고, ‘편성’이라는 개념이 해체됐다”며 “웹 기반의 광고 콘텐츠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야만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김경달 대표는 “콘텐츠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참여로 이끌기 위해서는 브랜드와의 긴밀한 협력과 플랫폼마다 맞는 마케팅 방식을 따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2015년 삼성전자와 72초 TV가 제작한 브랜디드 콘텐츠 ‘레벨U’ 영상을 꼽았다. ‘72초 드라마’ 콘셉트 안에서 ‘삼성으로부터 협찬을 받아 부득이하게 PPL을 하는 상황’을 광고로 만들었고, 바이럴에 성공했다. 하나의 콘텐츠를 통해 서로의 브랜드를 함께 홍보하면서 시너지를 낸 것이 핵심이다.

▲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잼투고에서 미디어오늘과 콘미 얼라이언스(가칭)가 주최한 '콘텐츠의 미래 컨퍼런스' 현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잼투고에서 미디어오늘과 콘미 얼라이언스(가칭)가 주최한 '콘텐츠의 미래 컨퍼런스' 현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최근 바이럴에 성공해 가장 주목받는 사례는 돌고래유괴단의 콘텐츠다.  ‘신세계 이마트 세계 맥주 광고’는 87만뷰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광고 이후 이마트의 수입맥주 매출 신장률은 29.5%에 달했다. 광고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 남편과 장을 보는 아내. 아내는 100원이라도 싼 물건을 사려 한다. 남편은 전복을 집어 든다. 언제 철들 거냐고 화를 내는 아내. 그때 아내의 엄마에게 전화가 온다. 아내는 남편이 바쁜 자신을 걱정했던 사실을 듣는다. 다시 남편에게 눈길이 간다. 남편에게 맥주를 골라오라고 한다. “하나씩만 골라와.” 시무룩했던 남편이 웃는다. 화면이 바뀐다. 남편이 세계 맥주를 종류별로 ‘하나씩’ 넣어 맥주로 가득 찬 카트를 끌고 온다.


코믹한 반전이 있는 단편영화 콘셉트의 광고는 큰 호응을 얻었다. 돌고래유괴단은 2015년 카메라 브랜드 ‘캐논’의 광고를 찍으며 입소문을 탔다. 최현석 셰프가 야생에서 카메라를 사용해 곰을 찍다가 곰에게 죽고, 축구선수 출신 안정환씨가 소매치기를 잡기 위해 공을 차는데, 경찰을 맞추며 공무집행 방해죄로 잡혀가는 식이다. 캐논 시리즈 광고 중 800만 뷰를 기록한 영상도 있다.


신우석 돌고래유괴단 대표는 “우선은 영상의 질이 높아야 한다. 우리가 만든 광고는 2분이 넘는 영상이었는데, 보통 광고라면 30초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분이 보셨다”며 “재미있는 영상이라면 시간이 몇 분이든 사람들은 찾아보기에, 기본적으로 영화와 비슷한 질을 갖추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바이럴이 되는 콘텐츠’의 차별성과 함께 브랜드와 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와 협업한 브랜드가 영상을 선택할 때, ‘광고가 뭐 이러냐’는 임원급의 반대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홍보 담당자가 임원들을 설득했고, 브랜드 측의 용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유니클로의 ‘감탄팬츠’ 광고의 경우 브랜드 측에서 ‘감탄팬츠’라는 이름을 잘 지었고, 거기에 우리 영상이 더해져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신우석 돌고래유괴단 대표.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신우석 돌고래유괴단 대표.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브랜드 마케팅에 있어 고객과 협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CU 편의점의 경우 편의점 고객들이 편의점 제품 조합을 만든 레시피를 공유하고, SNS에 자신이 만든 음식을 공유하면서 ‘바이럴’을 탔다.

CU 편의점의 모회사 BGF리테일의 김윤경 상무는 “새로운 신제품 아이디어나 이름을 고객 이벤트 등으로 정하면서 고객들이 진짜 필요한 것, 좋아하는 것, 공유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홍보하고 있다”며 “우리 상품을 ‘공유할 만한 것’으로 만들고 이를 부추기기 위해 고객들이 먼저 제안하는 이벤트 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AIA생명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허종훈 커뮤니케이션 부장 역시 고객과의 협업 경험을 강조했다. 특히 허 부장은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의 고객 경험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AIA생명은 광고모델인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을 초청해 고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이를 영상으로 홍보하며 바이럴을 만들었다.

허 부장은 “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진 시대이며, 고객들은 온라인에서 접한 브랜드를 오프라인에서도 경험하고 싶어 한다”며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을 더 잘 말하고 자주 말하기에, 소비자가 직접 참여한 ‘경험 콘텐츠’는 바이럴에 더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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