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TV 프로그램 중에 뭘 제일 좋아해요?” “도티요” 유재석이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도티가 뭐예요?” MBC ‘무한도전’의 한 장면이다. 유재석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유치원생 앞에서 당황했고, 도티라는 이름을 듣고 또 다시 당황했다.

“모바일 콘텐츠 아직 돈 못 번다”. “거품 아니냐”는 따가운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 시장은 아직 견고하다. 그러나 속도가 느리지만 변화가 시작되고 있고 방향이 모바일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미디어오늘과 콘미얼라이언스(가칭)가 공동으로 한국판 비드콘격인 ‘콘텐츠의 미래 컨퍼런스 2018’을 10월26일 서울 강남 잼투고에서 개최했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발맞춘 새로운 콘텐츠를 고민하는 사업자들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서 사업자들은 일관된 해답이 아닌 각자가 선 위치에 맞는 전략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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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1. ‘플랫폼다운’ 콘텐츠

“제가 그렇게 살았어요. 여러분들도 할 수 있어요.” 셀레브의 박미선 인터뷰 마지막 장면이다. 자신이 특별해서 성공한 게 아니라며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한 말이었다. 같은 콘텐츠지만 플랫폼에 따라 반응이 엇갈렸다. 임상훈 셀레브 대표는 “이 멘트 때문에 유튜브에서는 울고불고 하는데 페이스북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유튜브는 콘텐츠를 끝까지 보지만 페이스북은 끝까지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셀레브의 인터뷰 영상. 위 영상이 카카오 버전.
▲ 셀레브의 인터뷰 영상. 위 영상이 카카오 버전.

임상훈 대표는 “플랫폼마다 콘텐츠 편집순서까지 바꾸면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힘들다”면서 현실적인 플랫폼 최적화 방안을 소개했다. 일단 스마트폰이라는 디바이스 환경을 고려해 제작 때부터 모바일 화면을 가정한다. 같은 영상이라도 카카오에 내보내는 버전에는 카카오 채널에 맞는 노란색 자막을 붙인다. 유튜브는 구독자를 모으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구독버튼’을 누르라는 장면부터 나온다. 페이스북은 영상 말미에 질문을 던져 친구에게 질문을 하도록 유도하는 ‘공유’효과를 극대화한다.

성지환 72초TV 대표는 “SNS에 동영상 유통을 중단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72초의 콘텐츠는 대부분 소통이 아닌 감상에 특화 돼 있는데, SNS는 소통에 특화된 플랫폼이다. 콘텐츠는 콘텐츠가 있어야 할 곳에 있고 SNS는 SNS에 맞게 활용하겠다.” 조회수를 올리는 데 열중하기 보다는 최적화된 플랫폼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인사이트 2. 적극적인 시장·독자 분석

모바일 콘텐츠 업계에서 시장과 독자분석은 필수다. 그래야 독자에게 맞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고,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할 수 있다. 단순히 ‘댓글 수’ ‘좋아요’와 같은 일차원적인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서 진화해야 한다.

셀레브는 ‘독자 디테일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둥 둥’ 거리는 우퍼음이 잘 들리지 않는 이어폰을 낀 독자 환경을 고려해 우퍼음이 없는 음악을 쓴다. 영상하단에 목차를 만들고 어디까지 보고 있는지 바를 통해 보여준다. 중화권 콘텐츠를 만들 때는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폰트를 실험하고, 중화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문양의 로고를 영상에 넣기도 했다.

▲ 임상훈 셀레브 대표. 사진=이치열 기자.
▲ 임상훈 셀레브 대표. 사진=이치열 기자.

시장 분석을 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업자는 뷰티 MCN업체 레페리다. 최인석 레페리 대표는 “한국 크리에이터 광고마케팅 시장이 크지 않다. 영역이 좁다면 깊게 들어가 보자, 깊게 파서 가장 아래층까지 파고드는 게 우리의 전략”이라며 레페리가 개발한 ‘BBPI 지표’를 소개했다. 국내 뷰티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전수조사하고 전체 콘텐츠 중 각각의 브랜드는 몇 번 언급됐고, 몇 번 추천됐고, 어떻게 평가됐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인사이트 3. “그렇게 하면 돈 많이 들어요” 적정한 비용 관리

“그렇게 하면 돈 많이 들어요. 안돼요.” 이민석 와이낫미디어 대표는 이 표현을 반복적으로 썼다. 농담 같지만 포장되지 않은 ‘웃픈 현실’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미디어 스타트업의 수익구조는 취약하다. 와이낫미디어가 분업화된 방송시스템이 아닌 제작PD가 제작 전반을 총괄하는 시스템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민석 대표는 “예산의 효율적 배정이 중요하다. 달리 말하면 싸게 하고 작게 만들라는 의미”라며 “싸게 만들면 빨리 만든다. 매주 1회씩 편성할 수 있다. 그러면 진성 구독자가 생긴다. 우리 콘텐츠가 좋은지 나쁜지 검증도 빨리 된다”고 말했다. 시리즈 콘텐츠가 총 1000만뷰 달성되면 속편 제작을 결정한다.

▲ 이민석 와이낫미디어 대표. 사진=이치열 기자.
▲ 이민석 와이낫미디어 대표. 사진=이치열 기자.

비디오빌리지 콘텐츠에서 직원과 제작자들이 직접 영상에 등장하는 이유도 ‘비용’에 있다. 조윤하 비디오빌리지 대표는 자사 콘텐츠를 “미디엄 퀄리티 미디엄 퀀티티”라고 소개하며 “우리 PD들이 직접 콘텐츠에 출연하면서 출연료를 절약한다”고 말했다.

인사이트 4. 꼬리에 꼬리를 무는 콘텐츠

모바일 콘텐츠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비디오빌리지는 유튜브 채널의 현실적인 구독자 상한선이 40만 명이라는 점에 착안해 한 채널이 안착하면 새 채널을 만든다. 이때 완전히 별개의 채널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이전 채널에서 인기를 끈 포맷을 활용한다. 조윤하 비디오빌리지 대표는 “시청자가 반응하는 건 그 주제다. 그 편만의 맛이 아니다”라며 “무한도전에서 특정 편이 인기를 끌면 비슷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웹드라마는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다. 팬덤이 형성되면 시리즈를 이어가거나 스핀오프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와이낫미디어의 ‘전지적 짝사랑시점’에 나온 기성이라는 주인공을 토대로 다음 시즌이 이어지는 게 대표적이다. 이민석 대표는 “드라마는 사랑해야 더 보게 되고, 그 다음에야 소비가 이뤄진다”면서 “충성도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사이트 5. 사업다각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

콘텐츠로 시작했지만 콘텐츠에서 끝나는 건 아니다. 캐리소프트와 샌드박스네트워크, 트레져헌터는 일찌감치 캐릭터 상품을 제작하고 있다. 72초TV는 웹드라마 ‘두여자’에 나온 소품을 에디터들이 판매하는 쇼핑몰을 준비하고 있다. ‘뷰티’ 한 길을 파고 있는 레페리는 제품을 만들고 콘텐츠를 제작하고 마케팅과 판매까지 아우르는 비즈니스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 사업의 관건은 현지화다. 트레져헌터는 글로벌 법인을 별도로 만들고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며 현지 크리에이터들을 발굴하고 있다. 박창신 캐리소프트 대표는 “한국에 캐리언니가 있으면 중국에는 ‘갈리’언니가 있다. 우리가 한국 사업자라는 걸 드러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캐리소프트는 각 나라에 맞는 진행자를 발굴해 현지화된 ‘캐리’를 선보이고 있다.

인사이트 6. 플랫폼의 벽은 없다

“우리는 모바일 사업자가 아니다.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업자다.” 성지환 대표는 72초TV를 이렇게 소개했다. 모바일에 특화된 콘텐츠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플랫폼 진출에 용이하다. 72초TV 뿐 아니라 와이낫미디어의 ‘전지적 짝사랑 시점’과 연플리의 ‘연애플레이리스트’ 등 웹드라마가 연달아 TV에 편성되고 있다. 캐리소프트는 스스로 유료방송에 채널을 만들고 IPTV에 VOD를 판매하고 있다.

▲ 성지환 72초TV 대표. 사진=이치열 기자.
▲ 성지환 72초TV 대표. 사진=이치열 기자.

방송사에 기반을 둔 사업자들은 자신들의 조건을 활용한 ‘크로스 미디어’전략에 적극적이다. 박재용 SBS 모비딕 팀장은 “와이낫미디어처럼 1인이 (제작 전반을) 다 맡는 건 어렵다”면서 “TV와 모바일 중간 어딘가에 우리 지향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지향점에 대한 대답을 모비딕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비딕은 콘텐츠를 TV에 편성하는 것은 물론 TV와 OTT서비스 푹에 선 공개하는 방식도 시도했다.

JTBC ‘룰루랄라’의 크로스미디어 전략은 콘텐츠를 옮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예능 ‘사서고생’을 방영하면서 동시에 같은 콘셉트의 웹콘텐츠 ‘왓써맨’을 제작하고 있다. 박정재 JTBC 룰루랄라 팀장은 “공통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미디어 플랫폼을 넘나들면서 연계성이 있는 스토리를 전개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부가서비스가 아니라 별도 IP가 맞물려서 돌아가는 것이 시청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박성조 글랜스TV 대표. 사진=이치열 기자.
▲ 박성조 글랜스TV 대표. 사진=이치열 기자.

전통적인 플랫폼의 틀을 깰 수도 있다. 박성조 글랜스TV대표는 “플랫폼에 대한 관점이 모바일 퍼스트나 ‘모바일 온리’만은 아니다”라며 “콘텐츠가 흘러가도록 하는 게 콘텐츠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랜스TV는 버스, 미용실 등 디스플레이에 콘텐츠를 내보내며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그는 “넥스트 미디어에 이어 넥스트 플랫폼으로 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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