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지난달 31일 관계 개선을 위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문제로 인한 갈등을 봉합하기로 했다. 또한 다음 주에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16개월 만의 한중 외교 갈등이 풀리게 되면서 금한령 해지 등 경제 교류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일부 신문에선 이번 합의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너무 저자세로 나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다음은 1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한·중, 내주 정상회담…‘정상화 첫 조치’”
국민일보 “‘사드 봉인’…한·중 15개월 갈등 해빙”
동아일보 “한중 ‘사드 실타래’ 풀렸다”
서울신문 “16개월 걸린 한중 ‘사드 해빙’”
세계일보 “사드 갈등 ‘봉인’…정상궤도 밟는 한·중”
조선일보 “한·중, 사드 덮고 모든 교류 정상화”
중앙일보 “청와대 ‘사드갈등 끝’ 경제가 풀려야 진짜”
한겨레 “한중, 아펙서 정상회담…‘셔틀외교’ 시동”
한국일보 “16개월 만에 ‘사드 터널’ 빠져나오다”

사드, 군사당국 채널을 통해 소통

한·중 양국 외교부는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간 협의 결과’를 이날 오전 10시에 발표했다. 양국은 합의문에서 “한국은 중국의 사드 문제 관련 입장과 우려를 인식하고, 그 본래 배치 목적에 따라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 것으로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중국은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한국에 배치된 사드를 반대한다고 재천명했다. 동시에 한국이 표명한 입장에 유의했으며, 한국이 관련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했다”고 했다.

▲ 1일자 국민일보 만평
▲ 1일자 국민일보 만평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국민일보를 통해 “중국의 입장은 사드 문제가 해결됐다거나 (임시 배치를) 인정한다는 차원이 아니”라며 “서로 입장을 그대로 표명하고 봉인했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합의문을 통해 한국의 미사일방어체계 구축,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협력 세 가지(3불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사드 문제는 한중 군사 당국간 채널을 통해 소통하기로 했다. 정상급 의제가 아닌 군 당국 협의로 격하하는 절충점을 찾은 것이라는 평가다.

양국 발표문에는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해 7월 한미 당국이 사드배치를 결정하자 “우리의 합리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단호하게 취할 것”이라며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중국 공연 취소, 출연 정지 등의 조치를 취했고, 한국 기업들도 중국에서 사업에 난항을 겪게 됐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경제보복 조치라고 인정하지 않아왔다. 단지 민간 분야에서 벌어질 일이라고 주장해왔다.

국민일보 “저자세” 조선일보 “미래주권 포기”

합의문에도 경제 보복 관련한 서술은 없었다. 이를 두고 국내 언론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일보는 “한중 관계 개선 다행이지만 저자세 외교는 유감”이란 사설을 통해 “결과문을 보면 우려스러운 대목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밝힌 3불 정책을 언급하며 “사드 추가 배치는 북한의 추가 도발 때 사용 가능한 군사외교적 카드”라며 “검토하지 않겠다고 확약한 건 외교 관례에 맞지 않는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7월 한미 정상회담 합의 내용과 배치된다”고도 했다.

또한 “사드 보복에 따른 우리 측 피해에 대한 중국 유감 표명이나 사과가 없는 점은 짚고 가야 할 대목”이라며 “국민감정 등을 고려할 때 강력한 유감 표명 정도는 했어야 마땅했다”고 한 뒤 “재발방지 대책 역시 눈에 띄지 않는다”며 “저자세 외교라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결론적으로 이번 합의는 청와대가 주장하는 사드 갈등 봉인이 아니라 일시적 봉합에 불과하다”며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협상을 서두른 결과물”이라고 비판했다.

세계일보도 비슷한 수위의 주장을 펼쳤다. 사설 “사드 봉합 다행이지만 중에 휘둘리지 않도록 대비해야”에서 중국의 ‘3불 요구’에 대해 “사실상 중국을 향한 사과성 발언이나 안보 주권을 훼손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며 “중국이 그동안 북한 편을 들면서 우리에겐 사드 보복을 했는데도 정부는 사과나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지 못했다.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세계일보는 “그동안 국내 관광 유통 자동차업계 등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한중 관계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며 “앞으로 사드보복과 같은 중국의 조치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중국에 과도하게 치우친 경제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1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 1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조선일보는 좀 더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사설 “미래 주권 양보한 사드 합의, 폭력적 보복 재발한다”에서 지난해 7월 한미 양국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중국의 태도를 “일방적·폭력적 경제 보복”이라고 언급하며 “사드 합의 내용에 피해자인 우리 측 입장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 마치 우리가 가해자인 듯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특히 우리의 미래 주권 포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은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중국이 자국 내에 한국을 감시하는 레이더를 배치해도 우리가 항의한 적 없다”며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당장 2기를 추가로 들여와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국가 안보를 책임진 정부라면 이 문제를 최우선으로 검토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장차 중국의 패권 추구가 북핵보다 더 심각하게 우리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며 “정부는 눈앞의 이익에 매달려 경솔하게 주권 사항을 처리하지 말라”고도 했다.

조선일보는 “국내 관광업계 등이 입은 피해가 100억달러가 넘는다고 한다”며 “모두 국제규범과 상관례를 위반한 폭력적 보복”이었다고 규정했다. 이어 “중국은 이에 대해 사과는커녕 유감 표명조차 없었다”며 “우리 측이 항의했다는 흔적도 없다. 그저 보복을 풀겠다고 하니 감지덕지하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한반도 문제 풀 절호의 기회”

좀 더 생산적인 측면에 집중한 언론도 있다. 한국일보는 사설 “사드 갈등 고비 넘은 한중, 이제 북핵 문제에 힘 모아야”에서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양국이 현실적으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는 “사드 문제 정리와 관련, 우리 정부는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가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한중이 갈등 대신 관계를 개선하고 교류협력을 확대 강화하는 게 공동의 이익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봤다.

한국일보는 북핵문제를 위해 양국이 협력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신문은 “무엇보다도 김정은 정권이 추가 도발을 중단하고 핵·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압박하는 데 양국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절호의 기회”라고 평가했다.

한겨레도 “한-중 ‘사드 해빙’, 한반도 평화 정착의 발판 되길”이란 사설에서 한중 관계 개선 가능성에 초점을 뒀다. 이 신문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라며 “특히 한중 관계 복원 없이는 북핵 문제의 해결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입장이 상반된 미국과 중국 양쪽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어렵다”며 “그럼에도 중국을 설득하고 미국의 양해를 구해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것은 우리 외교당국의 성과임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은 교류협력 정상화라는 ‘현재의 실리’를 택했고, 중국은 한국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불참이라는 ‘미래의 약속’을 받아냈다”며 양국이 모두 이득을 봤다고 주장했다.

▲ 1일자 한겨레 만평
▲ 1일자 한겨레 만평

국정원 파견 검사, ‘원세훈 녹취록’ 조작

한겨레는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 등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원에 파견된 검사들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수사와 재판 때 제출된 녹취록을 조작하는데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파견 검사들이 수사와 재판을 방해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기획했을 뿐 아니라 직접 증거조작에 나선 것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2013년 검찰의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를 대비하기 위해 만든 ‘현안 TF’는 같은해 4월 원 전 원장 발언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하기 전 불법 대선 정치개입 관련 내용을 삭제하는 데 깊숙이 관여했다. 이 과정에서 “자유총연맹 등 보수단체 지원 검토”, “지자체 선거가 11개월 남았는데 우리 지부에서 자치단체장이나 의원 후보들을 잘 검증해서 어떤 사람이 도움이 될지” 등의 내용이 빠졌다.

결국 원 전 원장은 1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무죄 판결을 받았고, 검찰은 4년이 흐른 올해 녹취록 원문을 확보해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원 전 원장은 지난 8월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한겨레는 “이런 상황 탓인지 2013~2014년 당시 국정원 내부에서는 파견 검사들의 ‘공’을 상당히 높게 평가했다고 한다”며 “국정원은 파견 검사였던 변창훈 당시 법률보좌관과 이제영 검사 등을 양지회 특별회원으로 가입시켜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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