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6일자 디지털타임스는 <리딩뱅크 탈환 이끈 윤종규 ‘쾌청’ 악재 연속 김정태, 3연임 ‘먹구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취임 이후 실적을 개선시키고 리딩뱅크 타이틀을 되찾아 오면서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같이 외형이나 실적 면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대내외적으로 김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다만, 하나은행과 구 외환은행 합병과정에서 불거진 노사갈등의 불씨는 부담”이 되고 있어 3번째 연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해당 기사의 제목은 <악재 연속 김정태, 3연임 먹구름>에서 <김정태, 금융지주 첫 3연임 순항>으로 바뀌었다. 제목만 보면 완전히 다른 내용의 기사로 수정된 것이다.

하나금융그룹이 임원진이나 조직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 매체를 압박해 기사를 탈바꿈시키는 등 언론보도 관리를 해오면서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에 비판적인 기사는 수정될 뿐 아니라 아예 삭제되거나 전혀 다른 엉뚱한 내용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6월 14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조직 내 친정체제 구축에 신경 쓰고 있다는 내용의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직계라인' 구축 시동 거나>라는 일요신문 기사가 삭제됐다.

올해 2월 25일자 <김정태 하나지주 회장 특검 출석...崔 인사개입 집중수사>라는 제목의 아시아경제 기사는 네이버 페이지에서 삭제됐다. 사흘 후인 2월 28일 <하나은행 인사까지 입김…朴 대통령 혐의 총 13개 적용>이라는 제목의 연합뉴스 기사도 사라졌다. 해당 기사들은 최순실의 독일 재산을 관리해준 조력자로 지목된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을 승진시키기 위해 김정태 하나은행 지주회장 등이 윗선에서 조직개편을 했다는 의혹을 담고 있다.

▲ 2017년 7월 16일 디지털타임스 기사. 김정태 KB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부정적으로 전망해 '먹구름'이란 표현을 쓴 기사 제목이 '순항'으로 바뀐 모습.
▲ 2017년 7월 16일 디지털타임스 기사. 김정태 KB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부정적으로 전망해 '먹구름'이란 표현을 쓴 기사 제목이 '순항'으로 바뀐 모습.

하나은행 조직 내부의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도 어김없이 삭제되거나 수정됐다. 

올해 5월 3일 디지털타임스는 <외환은행 출신만 차별? KEB하나은행 100억대 임금체불 논란 왜?>라는 기사를 통해 구 외환은행 출신 직원들이 은행을 상대로 임금체불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삭제됐다.

주간한국은 8월 5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3연임 가능할까>라는 기사에서 안팎으로 홍역을 치루고 있는 김정태 회장의 3번째 연임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담았지만 관련 기사는 아예 사라지고 대신 <개인카드 사용액 급증한 이유는?>이라는 제목의 엉뚱한 기사로 교체 변경됐다.

서울신문은 8월 9일 <성금융추행 간부, 해외 지점장으로 복귀시킨 A은행 또 인사잡음>이라는 기사에서 “KEB 하나은행이 또 인사 문제로 시끄럽다”며 은행명을 노출시켰지만 다음날 최종 수정돼 은행명을 가리고 "A은행이 또 인사문제로 시끄럽다"라고 보도했다. 

8월 8일 노컷뉴스는 단독으로 KEB 하나은행 수도권 영업점 지점장이 계약직 여직원을 성추행해 감찰 조사까지 받았지만 해외지점 지점장으로 복귀했다고 보도해 파문이 일면서 금융권을 출입하는 언론들이 일제히 KEB 하나은행을 비판하는 보도를 내놨다. 하지만 서울신문은 하나은행의 이름을 ‘친절히’ 가려준 것이다.

▲ ▲지난 2017년 8월 30일 노컷뉴스의 &lt;남편의 자살, 아내는 부당해고...하나은행 잔혹사&gt;라는 기사 제목이 바뀐 모습. &#039;하나은행 잔혹사&#039; 라는 표현이 삭제되고 하나은행이 A은행으로 바뀌었다.
▲ 지난 2017년 8월 30일 노컷뉴스의 <남편의 자살, 아내는 부당해고...하나은행 잔혹사>라는 기사 제목이 바뀐 모습. '하나은행 잔혹사' 라는 표현이 삭제되고 하나은행이 A은행으로 바뀌었다.


이밖에 함영주 하나은행장이 노사 화합을 강조한 담화문을 발표했지만 조직 내부의 반응은 냉소적이다고 보도한 매일경제 이코노미 기사(2017년 8월 14일), 금융노조가 노동부에 하나은행의 특별근로감독청원서를 제출하고 하나은행 출신인 김영주 의원이 노동부 장관이 되면서 하나은행이 노조와 서둘러 상생방안에 합의했다는 내용의 머니투데이(2017년 8월 24일) 기사도 삭제됐다.

▲ 2017년 8월 9일 서울신문 보도. KEB 하나은행이 성추행 간부를 해외지점장으로 복귀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고 했지만. 하루만에 KEB하나은행이 A은행으로 바뀐 모습.
▲ 2017년 8월 9일 서울신문 보도. KEB 하나은행이 성추행 간부를 해외지점장으로 복귀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고 했지만. 하루만에 KEB하나은행이 A은행으로 바뀐 모습.

최근 국정감사 보도 내용도 타깃이 됐다. 국감에서 하나은행의 문제점을 보도한 내용은 변경되거나 삭제됐다.

9월 28일 비즈니스워치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전 정부에서 논란이 됐던 이상화 전 KEB 하나은행 부행장 인사청탁 건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함영주 KEB 하나은행장도 증인으로 채택됐다”며 “전 정부에서 최순실게이트로 인해 불거진 이상화 전 하나은행 부행장에 대한 인사청탁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건으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검찰에 참고인으로 불러가기도 했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심상정 의원이 동시에 신청, 당시 인사청탁과 관련한 집중 추궁이 있을 전망이다”라고 보도했지만 해당 대목은 모두 삭제됐다.

지난 10일 일간 스포츠는 <하나은행, 정무위 증인 출석…시중은행장 중 유일>이라는 제목으로 심상정 의원 측이 “최고위층인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부를 것을 강하게 요청했고 “성추행 지점장을 재채용했다는 의혹도 국감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시중은행장 중 유일”이라는 표현은 제목에서 사라지고, “최고위층인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라는 대목도 “최고위층”을 증인으로 부를 것을 강하게 요청했다고 수정됐다. 성추행 지점장 재채용 의혹 문장은 통째로 삭제됐다.

중앙일간지도 예외가 아니다. 중앙일보는 10월 29일 <KEB 하나은행, 대표 구속된 ‘창조경제 1호 기업’에 ‘억지 대출’ 정황>이라는 기사를 썼지만 삭제됐다. 아이카이스트는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 대표 벤처기업으로 꼽혔지만 대표가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돼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아이카이스트의 재무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평가하고 2015년 7월부터 11월까지 21억 9300만원을 대출해줬다. 정치권에서는 아이카이스트가 대출 당시 편법을 통해 부채비율을 줄인 것을 하나은행이 알면서도 배후에서 대출 특혜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나금융그룹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 뒤 보도 내용이 변경되거나 삭제된 것을 지켜봤던 기자들은 하나금융그룹 차원의 집요한 언론관리 탓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일간지 A 기자는 “직접 기사가 삭제되는 일을 겪었다”면서 “편집국장까지 가서 하나금융 쪽 기사 삭제 요청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설득했는데 사장에까지 연락이 돼 찍어 눌렀다”고 말했다.

A 기자는 “솔직히 데스크에서 영업 안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목을 메고 한달 목표를 채우는데 그쪽에서 빠짐없이 (광고를 통해)도와주는 것”이라며 “이쪽에서도 비판적인 기사를 내리게끔 도와줬으니까 데스크에선 자연스럽게 다음 광고 영업을 기대한다. 그러면서 데스크와 굉장히 친해진다. 요새는 다 포기하고 비판적인 기사를 쓰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복수의 기자들에 따르면 경제지 기자가 하나금융그룹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자 해당 기자가 있는 다른 은행 홍보실로 전화한 뒤 직접 찾아와 기사 수정을 호소하는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인터넷 매체 B기자는 후배가 쓴 하나금융그룹 관련 기사로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해당 매체는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이상화 전 독일 하나은행 프랑크푸르트 지점장을 승진시키라는 지시를 받았고,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 지시'를 전달했다는 재판 증언을 보도했다. 보도 내용이 나가자 하나금융그룹 홍보부는 매체 사무실을 찾아가 법조팀장인 B기자에게 "도움드릴 게 있으면 도와드리겠다. 회장 이름만 빼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매체는 기사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하나금융그룹 홍보부 직원을 돌려보냈지만 수시간 동안 사무실 밖에서 대기하며 기사 수정을 끈질기게 요청했다.

B기자는 "결국 편집국장이 보다 못해 사무실에 나가서 돌아가라고 했다. 노골적으로 도움을 주겠다는 건 광고나 협찬을 통해 기사와 거래를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 홍보부가 매체 담당제를 운영하고 비판적인 기사에 대한 조치를 성과로 평가하는 등 무리하게 언론보도 관리를 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온다.

한 금융 전문지 C 기자는 “하나은행 쪽을 비판한 기사가 4-5건 삭제됐다. 이제는 하나은행만 달랑 쓰면 (기사가)내려질 것 같아서 다른 금융권 문제와 엮어서 쓰기도 한다”고 전했다.

C 기자는 “이전에는 저도 모르게 기사가 삭제되곤 했다. 홍보팀에서 연락을 줘서 기사에 대한 해명을 하면 솔직하게 불편하다고 말씀드리지만 결국 제 의사와 상관없이 삭제됐다”고 말했다.

C 기자는 “하나금융 쪽에서 데스크 총괄도 아닌 바로 광고국으로 전화해서 상의해 기사가 내려진 경우도 있다”며 “기사가 내려진 후 석달 동안 광고 수주 얘기가 없어 더 센 기사를 지시한 적이 있어 어쩔 수 없이 가십거리 기사를 썼다. 제가 성장할 수 있는 기사가 아니라 회사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써서 불편했다"고 말했다.

도를 넘은 언론통제 관리 실태도 문제지만 언론 매체가 비판적인 기사를 광고 영업의 수단으로 삼으면서 저널리즘의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는 셈이다.

C 기자는 “(비판적인 기사에 대해)자기검열을 하다가도 써야할 것은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최근에도 굉장히 여파가 큰 기사를 썼지만 기사가 내려져 스스로 기자의 자질까지 생각하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반면, 기사 수정 및 삭제를 언론통제가 아닌 홍보활동의 일환으로 이뤄진 일이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D기자는 “데스크랑 상의해 결정을 했고 내부적으로 판단해 삭제를 한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하나금융이 다른 은행권과 비교해 홍보활동을 강하게 하는 건 맞지만 무리하게 한다고 평가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EB 하나은행 지부 관계자는 “노조에서 기사화해서 보도자료를 뿌리면 기다렸다가 그대로 긁어 쓰고 기사를 내린 뒤 광고를 받는 식의 일이 이뤄진다. 이런 일에 익숙한 기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런 기자들도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정서가 있다. 취재가 들어갈 것 같으면 선수를 쳐서 홍보부에서 압박을 주고 친분을 활용해 기사를 관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기자들과 얘기하면 공공연한 비밀로 경영진 쪽 광고국을 압박해 기사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을 하더라”라고 전했다.

오정택 하나금융그룹 홍보부장은 이 같은 언론보도 관리 행태를 부인하면서 사실관계에 어긋나고 입장을 반영하지 않은 미확인 보도에 대해 대응한 것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 부장은 "무리하게 쓴 기사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기사가 수정, 삭제되는 것은 언론사 판단의 몫"이라며 "출입기자를 두고 우회적으로 데스크와 광고국에 접근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 홍보부가 비판적 기사에 대한 조치 여부를 평가해 성과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증언에 대해서도 "비판 기사 수정 및 삭제 조치 여부에 대한 평가 자체를 하지 않고 있고, 감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면 소문이 안 났겠나"라며 "기본적으로 홍보맨이라면 취재기자를 접촉하고 기사에 대응한다. 우리의 입장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았다면 저희 쪽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보도 관리라는 표현도 잘못됐다. 기자를 접촉해 팩트가 어긋나고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것에 적극 설명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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