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 중인 박근혜씨의 5촌 간 살인사건은 단독 범행이 아닐 수 있다는 의혹이 31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추가로 나왔다.
앞서 지난해 12월17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대통령 5촌 간 살인사건을 재조명한 후 이 사건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거쳐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지난달 19일 재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안행위 국감에서 지난 2011년 9월6일 박근혜씨 5촌 조카인 박용수씨가 사촌 동생 박용철씨를 살해한 범인이 아닐 수 있고, 박용수씨도 타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용철씨는 당일 새벽 북한산 수유탐방센터 앞에서 피살된 채로, 박용수씨는 용철씨와 3km가량 떨어진 북한산 용암문 인근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박용수씨가 금전 문제로 사촌 동생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결론지었다.
진 의원은 “사건 종결 후 경찰도 타올이 이상하다고 했지만 증거물에서 사라진 원인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며 “이 타올은 박용철씨 차 안에 있던 소지품이 아니고, 박용수씨 가방 안에 들어갈 수도 없는 사이즈”라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또 이날 용수씨의 유서는 비교할 필적이 없어서 그가 쓴 것으로 확정되지 않았고, 용철씨를 살해할 때 사용했다는 망치와 칼, 가방에 있던 사용하지 않은 횟칼에서는 용수씨의 지문이 검출되지 않은 점도 단독 범행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용수씨가 자살이 아닌 타살로 의심되는 단서는 사망 후 발생되는 시반(사람이 죽은 후에 피부에 생기는 반점)에서도 발견됐다. 진 의원은 2012년 10월과 이달 두 번에 걸쳐 전문 법의학자에게 부검 결과지와 부검 사진, 현장 사진을 보내 의견을 물었다.
그 결과 법의학자는 “박용수의 시신에 나타난 시반은 매달려 있을 때 발생하는 부위가 아닌 오히려 누워있을 때 발생되는 목덜미 뒤쪽과 요추부에 현저히 나타나 있다”면서 “이는 죽어서 시반이 형성되고 시반이 고정될 때까지 시간이 지난 후 누가 나무에 매달았거나, 나무에 목매어 죽은 시신의 시반이 고정되기 전 (3~4시간 이내) 누군가 지면으로 눕혀 놓았던지 하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내놨다.
법의학자는 또 “목을 매어 죽었다는 박용수의 가슴 부위, 사지 부위 곳곳에 나타난 좌상(내부 충격), 표피 박탈 상처들은 본인이 자살을 시도할 때 생긴 상처라기보다는 다른 원인에 의해 생긴 상처로 추정돼, 그 외상을 받은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박용철 살해 과정에서 망치와 과도 칼, 큰 칼 3가지의 범행도구가 쓰였을 가능성이 있어서 최소 2명에서 3명까지 공범을 추적했어야 함에도 경찰은 박용수 혼자서 망치를 쓰다가 다시 칼을 써 사망케 한 단독 범행으로 종결지었다”며 “박용철과 박용수 사건은 CCTV 등 피해자와 용의자의 동선 파악이 일절 수사되지 않았고, 박용수 사망 바위 위와 주변의 족적 또한 정밀 분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이어 “이 사건에 대해 재수사가 시작됐지만, 가족과 국민들이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면서 “기존 수사를 답습하지 말고 전면 백지에서 성역 없이 수사해야 유족과 국민들의 의혹과 불신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근혜 5촌 살인사건’ 관련 진선미 의원과 정청래 전 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 배정훈 SBS PD, 김용민 변호사 등이 지난 2014년 두바이에 제보자를 만나러 간 내용이 내달 4일과 5일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연속 방송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