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 중인 박근혜씨의 5촌 간 살인사건은 단독 범행이 아닐 수 있다는 의혹이 31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추가로 나왔다.

앞서 지난해 12월17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대통령 5촌 간 살인사건을 재조명한 후 이 사건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거쳐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지난달 19일 재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안행위 국감에서 지난 2011년 9월6일 박근혜씨 5촌 조카인 박용수씨가 사촌 동생 박용철씨를 살해한 범인이 아닐 수 있고, 박용수씨도 타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용철씨는 당일 새벽 북한산 수유탐방센터 앞에서 피살된 채로, 박용수씨는 용철씨와 3km가량 떨어진 북한산 용암문 인근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박용수씨가 금전 문제로 사촌 동생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결론지었다.

▲ ‘박근혜 5촌 살인사건’에 대한 의혹을 다룬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내달 4일과 5일 2회에 걸쳐 방송된다.사진=SBS 뉴스 갈무리.
‘박근혜 5촌 살인사건’에 대한 의혹을 다룬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내달 4일과 5일 2회에 걸쳐 방송된다.사진=SBS 뉴스 갈무리.
그러나 진 의원이 이 사건과 관련해 이날 공개한 부검 내용과 법의학자 의견에 따르면 박용수씨 사망에선 보통 목멤 자살 사건과는 다른 점들이 발견됐다. 박씨가 목멘 밧줄 위로 걸쳐져 있던 목욕용 빨간 타올은 그의 땀이나 박용철씨의 혈흔 등을 입증하는데 중요한 증거 목록임에도 증거물 감식 결과에서 사라진 것이다.

진 의원은 “사건 종결 후 경찰도 타올이 이상하다고 했지만 증거물에서 사라진 원인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며 “이 타올은 박용철씨 차 안에 있던 소지품이 아니고, 박용수씨 가방 안에 들어갈 수도 없는 사이즈”라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또 이날 용수씨의 유서는 비교할 필적이 없어서 그가 쓴 것으로 확정되지 않았고, 용철씨를 살해할 때 사용했다는 망치와 칼, 가방에 있던 사용하지 않은 횟칼에서는 용수씨의 지문이 검출되지 않은 점도 단독 범행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용수씨가 자살이 아닌 타살로 의심되는 단서는 사망 후 발생되는 시반(사람이 죽은 후에 피부에 생기는 반점)에서도 발견됐다. 진 의원은 2012년 10월과 이달 두 번에 걸쳐 전문 법의학자에게 부검 결과지와 부검 사진, 현장 사진을 보내 의견을 물었다.

그 결과 법의학자는 “박용수의 시신에 나타난 시반은 매달려 있을 때 발생하는 부위가 아닌 오히려 누워있을 때 발생되는 목덜미 뒤쪽과 요추부에 현저히 나타나 있다”면서 “이는 죽어서 시반이 형성되고 시반이 고정될 때까지 시간이 지난 후 누가 나무에 매달았거나, 나무에 목매어 죽은 시신의 시반이 고정되기 전 (3~4시간 이내) 누군가 지면으로 눕혀 놓았던지 하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내놨다.

법의학자는 또 “목을 매어 죽었다는 박용수의 가슴 부위, 사지 부위 곳곳에 나타난 좌상(내부 충격), 표피 박탈 상처들은 본인이 자살을 시도할 때 생긴 상처라기보다는 다른 원인에 의해 생긴 상처로 추정돼, 그 외상을 받은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박용철 살해 과정에서 망치와 과도 칼, 큰 칼 3가지의 범행도구가 쓰였을 가능성이 있어서 최소 2명에서 3명까지 공범을 추적했어야 함에도 경찰은 박용수 혼자서 망치를 쓰다가 다시 칼을 써 사망케 한 단독 범행으로 종결지었다”며 “박용철과 박용수 사건은 CCTV 등 피해자와 용의자의 동선 파악이 일절 수사되지 않았고, 박용수 사망 바위 위와 주변의 족적 또한 정밀 분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이어 “이 사건에 대해 재수사가 시작됐지만, 가족과 국민들이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면서 “기존 수사를 답습하지 말고 전면 백지에서 성역 없이 수사해야 유족과 국민들의 의혹과 불신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근혜 5촌 살인사건’ 관련 진선미 의원과 정청래 전 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 배정훈 SBS PD, 김용민 변호사 등이 지난 2014년 두바이에 제보자를 만나러 간 내용이 내달 4일과 5일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연속 방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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