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보도국 내부에 세월호 등 아이템에 대한 보도영상지침이 존재했고, 김장겸 현 MBC 사장이 보도지침의 주요 역할을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는 31일 서울 MBC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당시 학생들이 촬영한 휴대전화 영상은 사용이 금지됐다. 오열하는 유가족의 얼굴은 내보내지 못하게 했고 슬픈 음악을 넣는 것도 금지했다”고 밝혔다.

박지민 MBC본부 보도부문 부위원장은 “마치 5공화국 보도지침을 연상케 하는 내용”이라며 “단발성이 아니라 5년간 지속적으로 부장 한명의 자의적 지침이 아니라 보도국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내려온 정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MBC본부는 당시 권태일 영상편집부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공개했다.

▲ 2014년 4월30일 권태일 영상편집부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 2014년 4월30일 권태일 영상편집부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세월호 참사 보름여 뒤인 2014년 4월30일자 메일에는 “우리 뉴스를 적으로 돌리는 특정 진영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보험관련, 배 흔들었다는 악의적 소문) 시청률 올라가면 흠집내려고 하고, 내려가면 내려간다고 헐뜯고. 흔들리지 말고 법적으로 대응한다”는 김장겸 당시 보도국장의 지침과 “이념이 들어간 그림은 자제해 달라. 예를 들어 장례식장에 붙여진 글귀들 중에 ‘미안해’ ‘사랑해’ 등을 편집하다가 ‘세상을 바꾸겠습니다’ 등 색채가 뚜렷한 영상은 사용하면 안 된다”는 권 부장의 지침이 담겨있었다.

같은해 5월2일자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는 “규제가 새로 생겨서 공지한다”며 “실종자 학생이 찍은 ‘핸드폰 영상’은 사용금지…보도국장”이라고 돼있다. 김장겸 당시 보도국장으로부터 내려온 지침이라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보낸이에는 “권태일 부장 (MBC문화방송, 문화방송, 사장, 부사장, 보도본부, 보도국, 영상편집부)”이라고 돼있어 MBC 사측이 조직적으로 보도지침에 개입한 정황을 확인할 수 있다.

▲ 2014년 5월2일 권태일 영상편집부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 2014년 5월2일 권태일 영상편집부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같은해 5월12일 권 부장 메일에는 “세월호를 둘러싸고 최근 사내외적으로 조금 시끄럽다. 정치적인 메시지들이 난무하고, 희생양을 찾기 위한 불손한 눈빛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고의적이든, 몰라서 그랬든, 정치적인 행동을 해서 논란의 중심에 서지 말라. 추모 집회와 정치적인 집회를 잘 판단해서 ‘팻말, 리본의 글 내용’ 등 편집시 참고해달라”라는 지침이 있었다.

해당 메일에는 공영방송에 대한 권 부장의 인식도 담겨있다. 그는 메일을 통해 “‘옛날엔 안 그랬는데’라고 생각하고 계시다면 큰 오산”이라며 “지금 회사가 가고 있는 방향은 공영방송 본연의 모습”이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 1년을 맞은 2015년 4월16일 권 부장 메일에는 “임의적인 화면조작이나 음악을 사용할시 부장과 반드시 상의할 것”이라며 “예를 들면 사고 여객선에 얼굴을 판다거나, 슬픈 음악으로 시청자를 억지로 유도하면 안 된다”고 돼 있다.

대신 세월호 유가족의 대리기사 폭행 논란은 다른 방송사의 2배 이상 보도하도록 했고 세월호 유가족이 폭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CCTV 영상을 48초간 반복해 사용하도록 지시했다고 MBC본부는 전했다.

MBC본부에 따르면 과거엔 보도국 안에 영상부국장이 따로 있었지만, 영상취재부를 해체하고 영상편집부를 보도국장 직속으로 조직을 개편하면서 사실상 보도국장 마음대로 편집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

MBC본부는 세월호 참사 뿐 아니라 촛불집회·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등에 대해서도 불공정한 보도영상지침이 존재했다며 김 사장·권 부장을 비롯해 관련자들을 업무방해, 노동조합법 위반 등 혐의로 법적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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