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4일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계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열고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대화가 진척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만찬 회동에는 한국노총 지도부와 청년유니온 등 상급단체를 선택하지 않은 대표자들도 함께했는데 민주노총은 청와대가 만찬 참석자를 선별했고 노사정위원장을 간담회에 동석시킴으로써 진정성 있는 간담회가 아니라 “정치적 이벤트를 위한 만찬 행사”라는 이유를 들어 불참했다.

‘반쪽 회동’ 주범으로 지목된 민주노총에 대한 누리꾼들의 비난이 폭주했고(민주노총은 23~27일 트위터 이용자들 사이에 가장 많이 언급됐다), 주류언론도 비중 있게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민주노총 비판여론이 압도했는데 논조와 대안은 언론사별로 극명하게 갈렸다.

▲ 지난 10월24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노동계 초청 대화’에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등 참석자들과 차담회하며 밝은 표정을 하고 있다.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민주노총) 지도부는 불참했다. ⓒ 연합뉴스
▲ 지난 10월24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노동계 초청 대화’에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등 참석자들과 차담회하며 밝은 표정을 하고 있다.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민주노총) 지도부는 불참했다. ⓒ 연합뉴스
‘사회적 대화’ 강조한 한겨레·경향, ‘갈등’만 강조한 조중동

한겨레는 ‘문 대통령, 노사정 8자회담에 ‘공감’’ 제하의 1면 기사와 함께 사설에서 대통령과 노동계의 만남이 일회성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인 사회적 대화의 복원으로 이어지길 촉구했으며, 경향신문 역시 ‘문 대통령 “노동계와 국정파트너 관계 복원 시급”’ 제하의 1면 기사에서 대통령이 노동계 요구를 수용하여 사회적 대화가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사설은 보다 강한 톤으로 민주노총 불참 결정을 비판했는데, 사회적 대화를 위한 민주노총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취지였다.

이에 반해 보수언론은 일제히 민주노총의 청와대 회동 불참 결정을 비난하면서도 사회적 대화를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동아일보는 ‘‘親勞 대통령’ 손도 뿌리친 민노총’ 1면 머리기사를 시작으로 ‘외국정상급 예우한 문 대통령’의 해설기사와 ‘민노총의 오만과 독선, 도를 넘었다’는 사설로 마무리됐다. 중앙일보도 비슷한 논조인데 두 신문의 결론은 ‘문 대통령이 아무리 친노동정책을 펼친다 해도 위세가 대단한(중앙일보) 민주노총의 기대치만 높아질 뿐’ 사회적 대화 효과는 없으리라는 것이다.

10월25일 자 조선일보는 反노동특별호라고 해야 할 터. 기획시리즈 ‘부메랑 된 親노동정책’을 1면에 연재하면서 ‘재계 ”한쪽으로 치우친 親노동, 숨통 막히는 듯한 느낌’이란 해설기사를 실었고, 데스크칼럼 ‘일자리 없애는 파견법’에서는 노동부의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시정명령이 일자리를 없앤다는 원청 재벌입장을 대변했다. 압권은 두 꼭지나 배치한 사설인데, ‘경찰관은 민노총에 얻어맞고, 서울시는 민노총에 돈주고’로 시작하여 ‘문대통령 노조 본질 직시하고 나라 위한 개혁해야’로 마무리를 했다.

조선일보가 친노동정책이라고 분류한 내용은 박근혜 정권이 노동법 개정 없이 행정부 지침만으로 강행했던 ‘일반해고 도입’과 ‘취업규칙 일방변경’ 2대 지침 폐기와 비정규직 사유제한 추진 등 지난 정권의 노동적폐를 바로잡고 우리사회 근본문제인 비정규직 차별해소를 위한 대책이다.

▲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은 일제히 민주노총의 청와대 회동 불참 결정을 비난하면서도 사회적 대화를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사진은 10월25일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와 사설.
▲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은 일제히 민주노총의 청와대 회동 불참 결정을 비난하면서도 사회적 대화를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사진은 10월25일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와 사설.
‘흥정’을 ‘말리고’ ‘싸움’을 ‘부추기’는 보수언론

가관인 것은 지난 정권에서 ‘개혁의 골든타임’운운하며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를 압박했던 조선일보가 이제는 민주노총은 물론 한국노총까지 싸잡아 ‘무한 이기주의 집단’으로 규정하고 노사정 협의체 복원은 요원하다(내심은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대목이다.

기실 민주노총에 대한 보수언론의 저주야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사회적 대화를 강조해 온 한국노총까지 기득권으로 규정하고 “흥정을 말리고 싸움을 부추기는” 보수언론의 혼란스러운 논조는 사회적 대화를 바라보는 두려움의 방증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사회적 대화 중요성을 강조하며 양대노총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보수언론이 하루아침에 대화를 부정할 수는 없으니 노동계 전체를 이기주의 집단으로 매도하고 ‘이래도 노동계와 대화할 것인가’라며 정부를 다그치는 스텝 꼬임 현상이라고 할까.

하여 사회적 대화의 기원에 대해 살펴본다. 북유럽의 가난한 농업국가 스웨덴을 오늘날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로 만든 살트셰바덴 협약은 노동자 출신 페르 알빈 한손 총리의 집권으로부터 시작됐다. 사회적 대화 기원은 계급모순을 정치적 균열화하여 공론의 장에서 투쟁하고 타협하는 조직된 노동자들의 정치 주류화였다.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로 시작하는 유명한 필라델피아 선언. 국제노동기구(ILO)는 설립에 관한 헌장을 통해 “결핍과의 전쟁은 불굴의 의지로 노동자 및 사용자대표는 정부대표와 동등한 지위에서 일반복지증진을 위한 자유로운 토론과 민주적인 결정에 함께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노사정 모든 주체는 불굴의 의지로 ‘보수언론의 본질을 직시하고 진정한 노동개혁’에 나서야 할 때이다.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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