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배치 조작 논란이 제기된 네이버에 대한 십자포화가 쏟아졌다. 그러나 국회는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 채 근거가 취약한 주장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 네이버 역시 불신을 씻을 수 있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30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네이버에 대한 문제제기가 쏟아졌다. 특히, 최근 엠스플뉴스가 단독보도하면서 알려진 네이버 스포츠 기사 배치 조작 논란에 대한 질의가 반복됐다.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은 삼성 미래전략실이 포털에 삼성 관련 기사를 내릴 것을 요구했다는 정황을 담은 한겨레 기사를 언급하며 뉴스 배치 조작 사실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스포츠 뉴스 재배치는 사실이어서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삼성 건은 그렇지 않다”면서 “(한겨레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이 30일 오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 중 언론 기사 검색 순위 조작에 대해서 사과하며 고개 숙이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이 30일 오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 중 언론 기사 검색 순위 조작에 대해서 사과하며 고개 숙이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이날 네이버는 기존 입장과 마찬가지로 기사배치 조작 논란은 ‘스포츠 기사’에 한정된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논란의 핵심은 ‘네이버 고위 관계자가 외압이나 청탁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 그 자체라는 점에서 네이버에 대한 국민적 의심을 거두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과기방통위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겸 GIO(글로벌투자책임)는 “개인적으로는”이라고 전제하며 “어뷰징이나 외부공격 위험 요소가 없다면 뉴스 알고리즘을 공개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뉴스 알고리즘은 뉴스가 편집되는 기술적 원리를 말한다.

그러나 해당 발언은 면피용일 가능성이 높다. 이 GIO가 말한 전제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포털은 지금까지 언론의 어뷰징 등을 통한 트래픽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알고리즘을 공개하지 않았고 이 문제는 개선되지도 않았다. 포털 입장에서 영업기밀인 알고리즘을 제대로 공개할 가능성 역시 낮다. 따라서 알고리즘을 공개하더라도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가 국민적 불신을 씻지 못한 것 못지 않게 네이버에 집중적으로 공세를 편 자유한국당 역시 ‘좋은 질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국정감사는 기존에 벌어진 문제에 대해 국회가 추가로 조사하고 검증하는 자리지만 설득력 낮은 주장이 쏟아지는 경우가 많았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네이버의 인터넷 기사 점유율이 55%, 검색점유율이 70%라고 주장하며 ‘규제’ 도입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최근 김성태 의원은 포털도 통신사와 마찬가지로 ‘경쟁상황평가’를 실시해 시장지배력을 측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포털의 시장지배력 측정을 위한 기준이 명확히 제시되지는 않았다.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포털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려 했지만 대법원이 ‘인터넷 시장’획정의 모호성 등을 이유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국내 시장 구분이 명확한 이동통신 시장과 달리 인터넷 시장은 국내와 해외 시장을 구분하기 쉽지 않은 데다 ‘뉴스 서비스’만 떼 낸다 하더라도 페이스북 등을 통한 소비를 감안하면 점유율을 산정하기 쉽지 않다.

김성태 의원은 또한 “포털의 독주를 막기 위해 정부까지 포함된 뉴미디어 편집위원회 설립”을 제안하며 포털 뉴스편집의 ‘객관성’을 감시하고 이를 어길 경우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뉴스편집에 정치권이 개입하는 것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크고 기준이 모호한 ‘객관성’에 대한 평가 역시 불가능에 가깝다.

김재경 한국당 의원은 포털에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징수하는 방안을 거론했으나 포털은 방발기금 징수 대상으로 보기 힘들다. 방송통신발전기금은 방송이나 통신사 등 ‘한정된 자원’을 쓰기 때문에 정부가 허가하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인터넷은 자원이 한정되지도 않은 데다 정부가 허가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방발기금 부과’의 법적 정당성이 떨어진다.

박대출 한국당 의원은 비교하기 힘든 사례를 언급하며 알고리즘 공개를 압박하기도 했다. 그는 구글이 머신러닝 라이브러리인 ‘텐서플로우’를 공개한 사례를 언급하며 “알고리즘 공개가 세계적인 추세다. 네이버도 공개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소프트웨어는 개발자를 위해 소스를 공개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네이버의 알고리즘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건 부적절하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 역시 “(구글의 사례는) 플랫폼 앱을 개발하는 사람들을 위해 오픈한다는 것”이라며 “네이버의 뉴스 알고리즘과는 성격이 다른 것 같다”고 재차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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