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방송 저가 요금제에 가입한 A씨. 언제부턴가 TV를 틀어도 몇몇 채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AS 문의를 했더니 고가 요금제로 전환을 해야 한다는 답이 와 비싼 서비스로 바꿨다. 그런데 알고 보면 케이블업체가 일부러 특정 방송을 못 보도록 사전에 작업을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에서 케이블업체 티브로드가 이용자에게 비싼 상품을 팔기 위해 저가 방송 가입자의 채널을 의도적으로 차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추혜선 의원에 따르면 티브로드가 이용자 회선에 비정상 필터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케이블 채널을 임의적으로 차단한 후 AS문의가 들어오면 고가의 상품가입을 유도한 사례가 있었다. ‘필터’는 케이블 회선을 통해 전송되는 주파수 대역을 조정하는 장치다. 옥상 등에 설치된 케이블 단자에 있는 필터에 손을 대면 시청자가 볼 수 있는 채널 규모가 바뀐다.

▲ 티브로드 로고.
▲ 티브로드 로고.

추혜선 의원실 조사 결과 지상파 외의 채널을 거의 볼 수 없게 만든 ‘비정상 필터’가 연결된 경우를 다수 발견했다. 보통 AS업무는 노조가 있는 기술센터 소속 기사들에게 주로 할당되지만 필터와 연관된 업무는 영업전문점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이 발견되기도 했다. 

추혜선 의원은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 업무를 할 경우 반발할 것을 예상해 노조가 없는 영업전문점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청자가 방송을 안정적으로 수신할 수 있도록 해야 할 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책무를 정면으로 거스른다”고 비판했다. 

추혜선 의원이 실태점검은 물론 수사 의뢰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하자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실태를 확인해서 법령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티브로드는 팀장급 관리자가 회의 도중 추혜선 의원에게 “정의당 그 미친X 하나 있죠. 입을 찢어 죽여버릴까 진짜”라고 발언한 사실이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유영민 장관 후보자 청문회 당시 티브로드가 노동자들에게 동시에 여러 곳의 업무를 지시하는 중복할당이 논란이 됐으며  모회사인 태광그룹이 김치 등 자회사 상품을 티브로드에 고가에 팔아 티브로드가 사은품으로 지급하는 ‘일감몰아주기’ 논란도 불거진 바 있다.

▲ 자료=추혜선 의원실 제공.
▲ 자료=추혜선 의원실 제공.

티브로드 관계자는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술쪽에 확인한 결과 비정상 필터라는 건 없고 가입자가 아닌 분들의 시청을 막기 위한 도시청 방지용 필터”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추혜선 의원실이 추가적으로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업무지시 메일에 “도시청 및 신호절체 영업과 관련해 해당 단지를 첨부한다”는 내용이 있다. 도시청과 관련한 작업 뿐 아니라 신호를 끊는 신호절체 작업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추혜선 의원실 관계자는 설치 및 철거 일정과 관련한 지시사항이 있다는 점을 들며  “도시청 방지 필터라면 굳이 일정 기간을 정해서 설치했다가 철거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일정 기간 동안 유지를 하다 철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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