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독대라는 부정한 방법에 의해, 기업 현안에 대한 청탁을 받으면서, 듣도 보도 못한 뜬금없는 사적재단에 ‘돈을 주십시오’라고 한 것이다.”(특검 측 강백신 검사)

특검팀은 미르·K스포츠재단을 대통령의 ‘사적 재단’으로 못박고 ‘삼성 뇌물 사건’ 1심 재판부가 미르·K스포츠재단의 공익성을 인정한 논리를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박근혜 정부 민간인 국정농단 사태’가 폭로된 시발점이자 전형적인 정경유착 범죄로 지목된 양 재단 출연금이 항소심에서 뇌물로 인정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뇌물공여 혐의 등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민중의소리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뇌물공여 혐의 등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민중의소리

특검팀은 30일 오전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 뇌물 사건’ 항소심 3차 공판에서 “이재용 피고인과 대통령은 직무 수행의 상대방이란 것 외엔 개인적인 친분이나 돈을 줄 사유가 전혀 없다”면서 “양 재단 출연은 대통령 직무와 무관하게 이뤄졌다고 볼 여지가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강백신 검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 원에 대해 ‘대가성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직무 상대방인 이재용 피고인이 명목이 뭐든지 간에 대통령 요청에 따라 (금품을) 교부한 이상 원칙적으로 직무대가성이 인정되는 게 대법원 판례에 부합한다”면서 “공무원이 법령에 의해 인정되지 않는 보수를 받은 경우 그것은 원칙적으로 불법 보수이며 뇌물이라는게 형법 교과서의 통설”이라고 주장했다.

원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재단의 공익성을 고려해 재단을 지원했다고 판단해 재단 출연금을 뇌물성 금전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공소사실에 기재된 뇌물 433억 원 중 89억 2227만 원만 뇌물 금액으로 인정됐다.

강 검사는 이에 대해 “양 재단은 명백하게 공적 재단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 요구사항은 ‘문화·체육 융성 등을 위한 공익활동이 필요하니 회장께서 신경 많이 써달라’는 요청이 아니라 돈을 달라는 요구였다”며 “뜬금없이 재단을 만들어야 하니 돈을 달라 한 것인데 이런 요구에 대해 공익활동이라고 판단할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강 검사는 2002년 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SK그룹 측에 10억 원에 달하는 시주를 서울 북한산 소재 모 사찰에 하도록 한 제3자 뇌물수수죄를 거론했다.

그는 “사찰 활동이란게 ‘문화·체육분야 융성’ 같은 추상적인 공익보다는 일반 서민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니 어떻게 보면 더 공익적일 수 있다”면서 “본 사건은 독대라는 부정한 방법에 의해, 현안에 대한 청탁을 받으면서 듣도 보도 못한 뜬금없는 사적재단에 ‘돈 주십시오’라고 한 것이다. 사찰 시주 사건과 비교하면 어느 것이 더 비정상적 측면이 심할지, 상식 선에서 판단하면 쉽게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기업은 배제하고 ‘삼성그룹만 표적 기소했다’는 주장에 대해 특검 측은 “시간과 인원의 부족으로 인해 수사가 거기까지 나아가지 못해 기소가 안된 것”이라면서 “피고인 혐의 사실은 삼성과 관계된 사실, 수사로 밝힌 사실에 근거해 죄의 유무가 밝혀지는 것이지, 다른 기업이 기소가 안됐단 사실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특검 측은 이재용 부회장이 ‘2014년 9월15일 독대’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 요구를 받은 것이 다른 대기업과 본질적으로 다른 ‘유착관계’를 형성했다고 보고 있다. 

강 검사는 “9월15일 대통령과 이재용 피고인 간에 ‘정유라 승마 지원’이라는 부정청탁에 따른 상호 유착관계가 형성됐다”며 “그런 상태에서 2015년 6월 하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이재용 피고인이 긴급상황에 처하자 대통령이 위법·부당한 행위를 통해 이 피고인을 구해주게 된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부정청탁을 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삼성 측 주장에 대해선 이 부회장이 “본인의 책임을 회피하기위해 허위진술을 한다고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그 간접증거로 2015년 7월 7대 그룹 총수의 독대 당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당시 총수들에게 연락을 해 독대 내용으로서 기업 현안, 투자계획, 애로사항, 하고픈 말 등을 정리해오라고 요청한 사실을 들었다.

2014년 9월 독대 전인 9월9일 안종범 전 수석 수첩엔 ‘총수면담 아젠다’, ‘일자리’, ‘애로사항’, ‘건의’ 등이 적혀 있다. 당시 양아무개 LG그룹 비서는 2014년 및 2015년 독대 전 안 전 수석에게 ‘사업 애로 사항에 대해 말씀드리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전송했다.

안 전 수석은 이재용 부회장의 대통령 독대 전, 장충기 삼성그룹 미전실 차장에게 연락해 “‘기업 현안, 애로사항 등을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고 1심 법정에서 진술했다.

삼성 측은 대통령의 재단 출연 지원은 국정기조에 따른 제안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 측 변호인은 “문화 융성은 대통령이 강조하던 4대 국정 기조 중 하나였고 스포츠 분야 육성도 140개 국정과제로 지정됐다”면서 “재단 지원 요구는 이런 국정 기조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거다. 안가에서 독대가 이뤄졌단 것만으로 은밀하고 불법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어 “특검은 2014년 9월을 통해 삼성과 대통령 간 유착관계가 형성됐다고 주장하는데 유착관계가 정확히 어떤 개념인지 알기 어렵고, 그 이후 지원한 게 모두 뇌물이 되느냐는 의문이 있다”면서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평창올림픽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고 삼성은 1000억 원을 지원한 바 있다. 독대 후에 삼성이 1000억 원을 지원하면 뇌물이냐”고 반문했다.

변호인은 또한 “특검은 이재용 피고인이 부정청탁을 한 증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한 채 ‘다른 기업이 기업 현안을 말했으니 삼성도 그랬을 거다’라고 하고 있다”며 “오히려 삼성은 타기업과 달리 애로 및 건의사항을 청와대 행정관에게 미리 보내주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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