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1주년을 맞았다. 언론은 촛불의 의미와 나아갈 길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드러냈다.

동아 “다 적폐로 모는 건 우려” 

촛불의 최대 화두는 적폐 청산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적폐는 편 가르기가 아니라 오랫동안 쌓여온 폐단을 씻어내는 것이다. 정의로운 나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함”이라며 적폐 청산을 강조했다.

그러나 보수신문들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하지만 정치 원로들과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적폐 청산을 국정 운영의 핵심 동력으로 삼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과거 정권의 국정운영을 적폐청산이란 프레임만으로만 접근하다보면 부정적 측면만 부각될 수밖에 없고 결국 정치, 사회적 갈등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동아일보가 말한 ‘정치 원로’나 ‘전문가’가 누구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유일하게 실명으로 등장한 이는 자유한국당 출신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다. 그는 “집권세력이 과거 야당 시절 반대했던 정책을 지금 와서 다 적폐로 몰면 우려스럽다. 미래 비전을 설정하는 데 소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정당의 관계자의 입장을 ‘정치 원로’로서 전한 것이다.

동아일보는 또한 현재 정부기관 19곳이 적폐TF를 운영하고 있다며 현황을 나열했다. 그러면서 “청 드라이브에 정부기관 몸살”이라는 부제를 쓰고 부처별 적폐청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강조했다. 기사에는 적폐청산 TF구성에 대한 내부 반발, 위법성 및 월권 논란, 모호한 활동기간 등의 문제점이 부각됐다.

▲ 30일 동아일보 보도.
▲ 30일 동아일보 보도.

한겨레 “적폐청산 가속화가 국민 뜻”

반면 한겨레는 “적폐청산 가속화가 국민의 뜻”(사설)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한겨레는 촛불집회 1주년을 맞아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벌인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는데 68.2%의 국민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등에 대한 적폐 수사에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적폐청산이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7.8%에 달했다. 검찰개혁과 공영방송 파업에 대해서도 응답자 다수가 지지의사를 밝혔다. 자유한국당과 일부 언론이 연일 적폐 청산에 반발하고 나섰지만 다수 민심은 동조하지 않은 것이다.

한겨레는 “수구세력이 알아야 할 것은 과거를 기억하지 않으면 미래도 어둡다는 역사의 교훈”이라며 “과거의 잘못을 철저히 파헤쳐 청산할 것을 단호히 청산하는 것이 미래를 여는 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고 강조했다.

촛불 1주년에 태극기 부각한 조선

지난 토요일 열린 촛불집회에 대해서도 언론은 시각차를 드러냈다. 한겨레는 “행진한 곳은 달랐지만 시민들은 적폐 청산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따로 또 같이 촛불 1주년을 자축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적폐청산, 더 강한 개혁, 보수압박’... 촛불의 ‘3색 진화’”기사를 통해 촛불이 ‘진화’했다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촛불 1주년 사전행사에서는 더 강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나왔다“면서 청소년 선거권 확대, 비정규직 문제 개선 등의 목소리를 전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촛불 1주년 집회에 ‘태극기 집회’를 같이 언급했다. 조선은 “촛불 1년 서울집회, 2개 광장서 3갈래 길을 가다” 기사를 통해 촛불의 분열을 강조하고 태극기 집회를 부각하는 편집을 했다. 조선은 광화문 집회, 친문 지지자 중심의 여의도 집회를 소개한 뒤 ”친박 단체가 주관하는 태극기 집회도 도심 곳곳에서 열렸다”고 보도한 것이다.

동아일보는 여전히 촛불집회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며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촛불집회를 계기로 고질병이었던 불법 폭력시위는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보행 방해와 과도한 소음, 시민의 불쾌감을 일으키는 풍토는 여전히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는 것이다. 동아는 “경찰은 비폭력적인 시위는 신고나 진행 과정에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경찰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정부 역시 합법과 불법을 명확히 구분해 엄정하게 대응함으로써 시위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국정원’, 판도라 상자 열린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의 폐단도 수면 위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30일 적폐청산 태스크포스에서 박근혜 정부 때 벌어진 ‘화교 간 간첩조작사건’과 ‘사법부 헌법재판소 사찰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검찰에 수사 의뢰 등 필요한 조치를 권고할 예정이다.

한겨레는 “30일 발표를 기점으로 TF 조사는 본격적으로 박근혜 정부 국정원 의혹 사건으로 이어진다”면서 “특히 개혁위 활동 마감이 예정된 다음달에는 파장이 큰 사건 조사 결과가 줄줄이 발표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주목을 받는 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조사다. 국정원은 현재 세월호 소유와 관리에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과 참사 이후 유병언 구원파 등 여론몰이에 적극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 여론조작 문제 또한 추가로 드러났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정원 적폐청산TF조사 자료를 열람한 결과 사이버사가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6월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전시작전권 전환 연기에 합의한 직후부터 관련 기사에 대한 댓글 공작을 실시했고 그 결과를 청와대에 구체적으로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겨레에 따르면 댓글은 주로 전작권 전환 연기 비난에 반격하는 내용으로 북한이 아닌 야당을 비판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군사령부에 이어 기무사령부 역시 댓글 공작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종학 후보자, ‘쪼개기 증여’ 의혹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장관 인선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종학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핵심 논란은 ‘쪼개기 증여’다. 홍 후보자와 그의 가족이 장모로부터 아파트와 건물을 상속받아 재산을 늘린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 30일 중앙일보 보도.
▲ 30일 중앙일보 보도.

홍 후보자 가족의 신고 재산은 55억7685만 원으로 19대 국회 등원 당시(2012년) 신고한 21억7355만 원보다 34억 원가량 늘어났다. 장모로부터 증여를 받은 건물 덕이다. 홍 후보자 본인, 부인, 중학생 딸이 나눠 증여를 받았는데 세금을 피하기 위해 쪼개기 증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홍 후보자의 중학생 딸은 월 400만 원가량의 수입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고 모친과 비정상적인 채무관계인 점도 이를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물론, 현행법상 위반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문제는 홍 후보자가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수언론은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증여세율은 40%에서 30%로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1억 원 넘게 세금이 줄었을 것이라고 한다”면서 “절세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홍 후보자는 국회의원 시절인 2014년 이 할증액을 30%에서 50%로 올리는 법안을 공동 발의했던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중앙일보 역시 “부의 대물림을 비판해온 과거 언행과 동떨어진 재산증식 과정은 배신감마저 안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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