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로 3연승에 도전한 SBS를 CBS가 멈춰 세웠다.

미디어오늘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8일 서울 양화한강공원에서 주최한 ‘전국 언론인 족구대회’에서 CBS와 SBS가 각축전을 벌인 끝에 CBS가 최종 우승했다.

이날 대회에는 SBS, CBS, 경남 MBC, 스카이라이프, 국민P&B, 국민CTS, 아리랑국제방송, 세계일보, 시청자미디어재단 등 17개 팀이 출전했다. 경기는 리그 방식으로 예선을 펼친 뒤 상위권 팀과 하위권 팀을 나눠 1, 2부 토너먼트 방식의 본선으로 진행됐다.

SBS는 4강에 두팀을 진출시키며 1, 2위를 석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CBS가 SBS 킬러 역할을 자임했다.  4강에서 SBS1팀을 만난 CBS1팀은 1세트 초반까지 밀렸으나 역전에 성공했다. 정해권 선수는 점수를 내줄 때마다 동료들에게 “반보 뒤로 빠져라” “지금 건 기억하지 말고 하자” “거기서 헤딩하면 안 된다” “좋은 게 오면 올리지 말고 바로 쳐라” 등 즉각적으로 코칭을 하며 팀을 이끌었다.

▲ CBS 정해권 선수가 공격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CBS 정해권 선수가 공격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4강전에서 SBS1팀을 꺾은 CBS1팀은 결승에서 또 다시 SBS 소속 SBS2팀을 만났다. SBS2팀은 2015, 2016년 우승한 ‘신흥 강호’다. 4강전에서 주장인 이은하 선수가 긴 다리에서 나오는 강력한 스파이크 기술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스카이라이프의 결승행을 좌절시킨 바 있다.

팽팽할 것으로 예상된 결승은 정해권 선수의 공세적인 스파이크와 SBS2팀의 실책이 이어지면서 초반 점수 차를 좁히지 못한 채 CBS가 2세트 모두 승리를 거머쥐었다.

▲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말총머리를 휘날리며 멋진 공격을 하고 있는 SBS2팀의 이은하 선수.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SBS1팀과 CBS팀의 경기.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정해권 선수는 결승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방송인들이 족구할 시간이 많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운동을 한 게 도움이 됐다”면서 “이번에 보니 다른 팀들도 실력이 많이 좋아졌다. SBS와 CBS가 번갈아가면서 우승을 하는데 앞으로는 다른 팀들도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선 2부 결승에서는 한 식구가 만났다. 국민 P&B 1, 2팀이 결승에서 맞붙은 끝에 B팀이 우승했다. 국민P&B 2팀 소속 김형수 선수는 “우리팀이 예선에서 1승 1패여서 1부에 가겠다고 생각했는데 둘다 2부에서 만나게 됐다”며 “5년 전에는 준우승을 한 적도 있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50대가 넘어 힘들어졌다. 2부지만 우승을 하게 돼 기쁘고,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 ▲국민 P&B 1, 2팀이 결승에서 맞붙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국민 P&B 1, 2팀이 결승에서 맞붙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국민 P&B 1, 2팀이 결승에서 맞붙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국민 P&B 1, 2팀이 결승에서 맞붙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자칭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경남 MBC팀은 본선 4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양정헌 선수는 “대회 참가를 위해 오전 5시에 경남에서 출발했다. 경기 전부터 수차례 연습을 했고 예선에서 전승으로 1부에 진출한 강력한 우승후보였는데 1부 본선 첫 경기에서 졌다. 상대가 (우승팀인) CBS1팀이라 (스스로) 용납이 된다”고 말했다.

경남 MBC 역시 서울 MBC와 마찬가지로 파업 중이다. 양정헌 선수는 “김장겸, 고대영 사장이 나가는 게 끝이 아니다”라며 “지역에 대한 관심이나 방송에 대한 생각이 없는 언론 부역자들이 포상처럼 지역사 사장으로 와 있다. 지역 방송을 제대로 만드는 건 파업 이후 시작해야 한다. 끝까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주최측인 미디어오늘은 출전을 희망하는 선수가 없어 초유의 기권사태가 벌어질 뻔 했다. 정치부장 이재진 선수는 스스로를 ‘응원단장’이라고 칭하며 정장 차림에 구두를 신고 나타나 ‘선수로 뛰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대표와 편집국장의 설득 끝에 마음을 돌리면서 가까스로 팀이 꾸려졌다.

미디어오늘팀은 급조됐음에도 예선전에서 역전승을 거두며 1승을 기록했다. 이재진 선수는 “경기 내용까지 좋았다” “‘구두 투혼’이라고 기사에 써달라”며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한 경기를 이긴 덕에 미디어오늘은 본선 1부에 진출했으나 첫 경기에서 SBS팀을 만나 21대 5로 무너졌다.

공교롭게도 미디어오늘에 패해 2부에 배치된 팀이 본선 경기가 시작되자 탁월한 실력을 보였다. 이재진 선수는 “저 분 아까는 저런 스파이크를 본 적이 없다” “아무래도 우리가 속은 것 같다”며 한탄했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격려사에서 팀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경기 결과를 떠나 모두가 우승자”라고 강조했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는 대회사를 통해 “언론 현장에서는 기사와 콘텐츠로 경쟁하지만 이 곳에서는 함께 어울리고, 저널리즘 대해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정환 대표는 팸플릿에는 “아직 남아 있는 적폐 세력들에게 모두 다 집에 가서 족구하라고 외쳐봅시다”라는 멘트를 썼지만 읽지 않았다.

선수와 선수 가족들은 함께 미니게임으로 열린 OX퀴즈, 단체 줄넘기, 신발 멀리 차기, 림보 등 대회에 참가했다. 폐회식에서 참가자들이 “언론노동자 파이팅”을 외치며 대회는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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