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패치가 10월25일 보도한 “조덕제 사건, 메이킹 단독 입수…겁탈 장면 행동 분석”기사에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여성민우회는 27일 서울 중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남배우A 성폭력 사건 ‘디스패치에 따르면’ 고발한다‘에서 디스패치 보도에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스패치는 최근 2심 판결이 나온 영화배우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메이킹 필름 내용을 공개하며 성추행한 장면을 보도했다. 이날 토론회 내용을 종합하면 디스패치의 보도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법) 24조 위반 소지가 있다.

성폭법 제24조 ‘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 누설 금지’ 2항은 “누구든지 피해자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학교, 용모, 그 밖에 피해자를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는 인적사항이나 사진 등을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신문 등 인쇄물에 싣거나 방송 또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피해자를 대리해온 한국여성민우회(이하 여성민우회) 측은 “디스패치가 피해자에게 동의를 맡은 적이 전혀 없다”며 피해자의 동의가 없었다는 점을 밝혔다. 보도에는 피해자가 이니셜로 표기되고 얼굴에 모자이크처리가 돼 있다. 그러나 정혜선 변호사(법무법인 이산)는 “성추행이 일어난 영상을 공개하며 영화 이름, 배역 이름을 공개했기 때문에 피해자가 특정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얼굴과 이름을 가렸다 하더라도 영화의 장면을 보여주면서 피해자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 27일 서울 중구 변호사협회에서 열린 '언론보도 행태 '디스패치에  따르면' 고발한다' 토론회. 사진=정민경 기자.
▲ 27일 서울 중구 변호사협회에서 열린 '언론보도 행태 '디스패치에
따르면' 고발한다' 토론회. 사진=정민경 기자.
2.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될 수 있다.

정혜선 변호사는 “디스패치의 보도는 피해자를 특정해 성추행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렸기에 명예훼손에 해당된다”며 “여성이 배우이고, 이 사건이 주목받고 있더라도 피해자를 특정해 성범죄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은 면죄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국민의 알 권리’나 ‘언론의 자유’라는 명목을 들이대더라도 개인의 인격권이 우선한다는 판례가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3. 법원의 판결과 피해자 진술을 무시하는 표현을 사용했다.

디스패치 보도에는 다음과 같은 표현이 있다. “조덕제가 성추행 배우의 멍에를 짊어졌다. 겁탈 장면을 연기하다 실제 추행을 저지른 배우로 낙인 찍혔다.” “B씨는 뿔이 났다. 화의 이유는 ‘브래지어’였다. 개인 속옷이 찢어졌다는 것. (...) 이 불만은 엉뚱하게 번졌다. B씨는 성추행 피해를 호소했고, 조덕제는 영화에서 하차했다. 그리고 둘만의 소송이 시작됐다. 증거 없는 진술 싸움이다.”

위근우 전 ize 기자는 “디스패치는 ‘멍에를 짊어졌다’, ‘낙인 찍혔다’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조덕제씨가 억울하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며 “또한 ‘증거 없는 진술 싸움’이라는 표현은 2심 법원이 인정한 피해자의 진술을 무시하는 효과를 낸다”고 지적했다. 위근우 기자는 “가해자에게 유리한 보도이자 2차 피해와 폭력에 동참하고 있는 보도”라고 비판했다.

4. 디스패치의 보도는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있다.

“‘디스패치’는 이에 법영상분석연구소에 행동분석을 의뢰해 전문가의 분석을 보도했다. “남자의 손이 가슴이나 음부로 들어오면 놀람 반응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B씨의 표정은 거의 변화가 없다. 얼굴도 정면을 바라본다. 강제추행 피해자의 모습과 다르다”는 내용이다.

김민문정 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성추행을 당하는 피해자는 모두 다른 개인으로, 범죄를 당하는 모습도 다르다”면서 “어떤 특정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해서 범죄가 없었던 것으로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디스패치의 25일 보도.
▲ 디스패치의 25일 보도. 
5.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전달했다.

디스패치의 기사를 클릭하면 처음 나오는 사진에는 조덕제씨와 피해 여성, 감독이 서 있다. 감독은 말풍선으로 “미친놈처럼”이라고 말한다. 세 명 모두 함께 있는 상황에서 감독이 ‘디렉션’(연기 지시)을 내린 것처럼 보이게 한다.

토론회에 참석한 피해자의 대리인은 “디스패치는 마치 피해자가 있는 상태에서 감독이 디렉션을 내린 것처럼 상황을 편집했다”며 “디렉션은 피해자가 없는 상황에서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 대리인은 “디스패치가 공개한 영상은 상체 쪽 화면만 공개한 것으로, 실제 판결에서 유죄로 인정된 하체 성추행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영상인데, 성추행 진실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썼다”며 “디스패치의 기사는 팩트부터 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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