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에서 벌어진 성희롱 사건과 공론화 이후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 문제를 고용노동부와 검찰이 4년째 사건을 외면하고 있어,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르노삼성 성희롱 사건은 2012년 3월부터 약 1년간 직속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해 회사에 이를 알렸지만 가해자에 대한 책임 있는 조사와 처벌이 진행되지 않아 2013년 6월 회사·성희롱 가해자·피해자에 대한 악성 소문을 퍼트린 인사팀 직원 등에 손해배상 소송을 시작한 사건이다. 인사고과를 최고등급으로 받던 피해자는 공론화 이후 최하등급을 받기 시작했고, 업무배제를 당했으며 사내에서 왕따로 지내는 등 2차 가해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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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2항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해 불리한 조치는 금지사항이다. 피해자와 시민단체 등은 2014년 2월 고용노동부에 관련 진정서과 고발장을 제출했다. 무려 3년 7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노동부와 검찰은 수사의 진전을 보이고 있지 않다. 피해자를 도왔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은 같은 회사 조력자 역시 같은해 6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노동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르노삼성자동자 직장 내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2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용노동부와 대검찰청이 이 사건을 조속히 해결할 것을 주장했다. 사진=장슬기 기자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르노삼성자동자 직장 내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2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용노동부와 대검찰청이 이 사건을 조속히 해결할 것을 주장했다. 사진=장슬기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르노삼성자동자 직장 내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용노동부와 대검찰청이 이 사건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2017년 국정감사에서 이 사건에 대한 질의요청서를 환노위 송옥주 의원과 법제사법위원회 박주민 민주당 의원실에 발송했다.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이종희 변호사는 “민사소송에서 회사 측 불이익 조치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기도 했다”며 “남녀고용평등법에는 불이익 조치를 금지하고 이에 대한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지만 수사기관에서는 선례가 없다며 이 법을 장식적 벌률에 지나지 않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3~2016년 노동부는 고용평등법 제14조 2항 위반으로 26건의 사건을 접수했지만 기소된 사건은 단 2건(기소율 7.7%)뿐이라고 공대위는 지적했다. 같은 기간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에 ‘불이익 조치’로 인한 상담 접수는 총 333건에 달했다. 류형림 민우회 활동가는 “노동부가 무책임하고 소홀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에 접수된 성희롱 사건과 불리한 조치 관련 상담 건수에 비해 고용노동부에는 사건이 접수되지 않고 있다. 자료=르노삼성자동차 직장 내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에 접수된 성희롱 사건과 불리한 조치 관련 상담 건수에 비해 고용노동부에는 사건이 접수되지 않고 있다. 자료=르노삼성자동차 직장 내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소속 박윤진 노무사는 “현행법에서는 ‘해고 또는 그밖의 불이익 조치’라고 표현돼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겪는 다양한 피해들에 대해 일선 근로감독관조차 제대로 알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성희롱의 성립요건조차 모르기 때문에 2차 피해 현실을 모르고, 고소 사건에 대해서도 방기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박 노무사에 따르면 고용평등상담실이라고 언급되는 민간단체가 전국 15개가 있고 이 중 서울에는 3개소가 있다. 박 노무사가 일하고 있는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역시 서울에 있는 3개 중 하나다. 박 노무사는 이곳 고용평등상담실의 실장으로 재직하며 여성 노동자들의 상담을 받고 있다.

박 노무사는 “고용평등상담실에 지난해 기준으로 고충 상담이 1300건 넘게 접수됐고, 올해는 9월 말 기준 1500건 가까이 접수됐는데 1000건 가량이 성희롱”이라며 “성희롱 사건은 하나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이후 일련의 과정이 성희롱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피해자들이 겪는 고충들이 모두 불이익 조치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사진=pixabay
▲ 사진=pixabay

송옥주 의원은 이번 환노위 국정감사에서 해당 문제를 언급할 예정이다. 송 의원은 “(성희롱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내 병폐이자 사회적인 문제”라며 “아직까지 전혀 진도가 안 나가고 있다는 부분은 성희롱에 대한 문제의식이 희박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르노삼성 성희롱 사건을 지난해 국감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노동부 업무매뉴얼에 따르면 고소·고발 사건은 2개월 내에 사건을 처리하도록 돼 있다. 송 의원은 “또한 르노삼성 성희롱 이후 불이익 조치 건은 고소시점으로 볼 때 2018년 상반기에 공소시효가 끝난다”며 “성희롱 문제에 대해 ‘시간을 끌면 다 없어지는구나’ 생각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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