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빛 PD의 이야기가 알려지지 않았다면 언론계의 ‘원래 여기가 그래’, ‘네 열정과 능력이 부족한 거야’라는 말에 순응하고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한빛을 알게 됐고, 원래 그런 곳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 (강미소, 언론인을 꿈꾸는 시민)

지난 26일 저녁, 고 이한빛 PD의 모교인 서울대학교에서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를 알리는 현수막에는 “원래 그런 것은 없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CJ E&M tvN ‘혼술남녀’의 조연출이었던 고 이한빛 PD는 하루 20시간에 달하는 과도한 노동과 비정규직 제작진 해고 문제 등에 문제제기를 하다 2016년 10월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26일 저녁 서울 서울대학교 캠퍼스에서 고 이한빛 PD 추모제가 열렸다. 사진=정민경 기자.
▲ 26일 저녁 서울대학교에서 고 이한빛 PD 추모제가 열렸다. 사진=정민경 기자.
▲ 26일 저녁 서울 서울대학교 캠퍼스에서 고 이한빛 PD 추모제가 열렸다. 사진=정민경 기자.
▲ 고 이한빛 PD의 추모제에서 진행된 헌화. 사진=정민경 기자.
추모제에 모인 유가족과 시민들은 고 이한빛 PD가 지적한 문제인 방송‧언론계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고 이한빛 PD의 동생 이한솔씨는 방송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사단법인 ‘한빛’을 설립하겠다고 말했다. 이한솔씨는 “형의 추모사업과 함께 방송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특히 방송 종사자들이 많은 지역에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노동 상담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는 “CJ E&M, 종합편성채널(종편)은 현재 노동조합이 없어, 직접적 지원은 힘들 수도 있겠지만 노동 상담을 제공하며 조직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며 “내년 1월 중 설립을 완료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 26일 서울 서울대학교 캠퍼스에서 열린 고 이한빛 PD의 추모제에서 동생 이한솔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 26일 서울 서울대학교 캠퍼스에서 열린 고 이한빛 PD의 추모제에서 동생 이한솔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고 이한빛 PD의 사망 이후 CJ E&M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데 앞장 선 정병욱 변호사는 “방송계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아직 할 일이 많다”며 “여전히 방송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 특례조항에 따르는 상황도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근로 시간 특례 조항은 법정 근로시간 초과를 인정하는 내용으로, 운수업, 금융보험업 등과 방송업 노동자가 포함된다.

CJ E&M에 고 이한빛 PD와 함께 입사한 한승훈 전 tvN PD는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언론계 구성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며 “선배가 후배를 대할 때, PD가 작가를 대할 때, ‘내부인력’이 외부업체를 대할 때, 비겁하게 행동하고 싶을 때 이한빛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추모제에서는 고 이한빛 PD가 서울대학교에 입학해 처음 활동했던 몸짓 동아리 ‘골패’의 공연과 이 PD가 좋아했던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공연이 진행됐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보컬 윤덕원씨는 “고 이한빛PD는 방송 현장에서 초과노동을 하고도, 이를 관행이라고 부르는 분위기 때문에 더 힘들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고 이한빛 PD가 활동했던 서울대 몸짓 동아리 '골패'의 공연. 사진=정민경 기자.
▲ 고 이한빛 PD가 활동했던 서울대 몸짓 동아리 '골패'의 공연. 사진=정민경 기자.
추모제에 참석한 이명한 tvN 본부장은 미디어오늘에 “유가족에게 사과를 하면서 약속했던 방송 노동 환경의 처우 개선에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대책위와 함께 그 약속을 지키도록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CJ E&M은 지난 7월 방송 노동 환경 개선책으로 △외부 제작 스태프의 적절한 근로시간 확립 및 보상에 대한 포괄적인 원칙 수립 △‘스탭 협의체’ 운영 등 제작 현장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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