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민(더불어민주당 의원) : 우리가 확인한바 (2013년) 6월14일 (원세훈·김용판) 검찰 기소 이후 청와대 곽상도 전 민정수석이 경찰 출신의 서천호 (국가정보원) 2차장에게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생활 자료를 요청했다. 그 당시 서 차장은 국정원이 (대선개입 의혹으로) 수사받고 있는 만큼 국정원이 직접 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경찰 정보라인을 통해 (채 총장) 사생활 정보를 수집하겠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이를 확인한 바 있나?

황교안(당시 법무부 장관) : 전혀 없다.

신경민 : 곽상도 전 수석은 8월5일 경질되면서 이 모든 자료를 이중희 민정비서관에게 주고 청와대를 떠났다. 그런데 곽 전 수석이 8월 중순 이 정보를 들고 강효상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만났다. 곽 전 수석과 강 편집국장은 (대구 대건고) 선후배 사이다. 곽 전 수석은 이 자리에서 ‘채 총장은 내가 날린다’고 얘기했다는데 이 얘기는 들었나?

황교안 : 전혀 못 들었다.

2013년 10월1일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문에서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아들 개인정보 유출 건에 대해 물었지만,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왼쪽)과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의 강효상 한국당 의원(오른쪽).  사진=노컷뉴스, 민중의소리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왼쪽)과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의 강효상 한국당 의원(오른쪽). 사진=노컷뉴스, 민중의소리
신 의원에 앞서 박지원(당시 민주당) 의원도 9월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9월6일 조선일보 (채동욱 혼외자 의혹) 보도 전인 9월5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 김광수 부장과 청와대 이중희 민정비서관이 전화를 자주 하는 내용들이 대검에서 발각됐다”면서 “그래서 대검에서는 감찰을 지시했다는데, 곽상도 전 수석과 국정원 2차장이 채동욱 총장을 사찰하고 있다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알려지고 퍼졌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곽 전 수석이 이중희 비서관에게 채 총장의 사찰 자료를 넘겨준 후 본격적으로 8월 한 달간 채동욱 총장을 사찰했고, 이러한 내용은 이 비서관과 김광수 부장 단 둘만 연락을 하면서 유지가 됐다”면서 “심지어 이 비서관은 김 부장에게 ‘채 총장이 곧 날아간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채동욱 날린다’ 소문 조선일보 보도 한 달 전부터 무성

2013년 9월14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검찰의 한 간부는 “지난 8월 중순쯤 조선일보의 모 간부를 만났는데, 그 간부가 ‘청와대 측 인사인 ㄱ씨가 채 총장의 여자 문제를 뒷조사했다. 9월 중 채 총장이 날아갈 것이고, 검사장급 인사가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현재 자유한국당 소속인 강효상·곽상도 의원은 당시 ‘채동욱 찍어내기’ 사건에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과 함께 깊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일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법무부와 검찰은 이 사건을 기획한 몸통은 전혀 밝히지 않은 채 청와대와 국정원 실무 직원만 기소하는 ‘꼬리 자르기’ 수준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최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개혁위)는 2013년 6월11일 채 전 총장 아들의 개인정보를 캐낸 송주원 국정원 정보관 외에도 이에 가담한 의혹을 받는 국정원 간부가 더 있었다고 밝혔다.

이 간부는 송 정보관이 채 전 총장 혼외자 개인정보 불법 수집에 착수한 6월7일 이미 채 전 총장 아들의 이름과 학교 등 상당히 구체적인 신상정보 내용이 담긴 첩보를 작성해 국내정보 부서장을 거쳐 서천호 2차장에게 보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개혁위 조사 결과대로라면, 서천호 전 차장은 채 전 총장 혼외아들 관련 첩보를 송 정보관보다 먼저 알고 있었고, 송 정보관은 서 전 차장 등의 지시에 따라 채 전 총장의 내연녀로 알려진 여성의 아들이 채 전 총장의 아들이 맞는지 뒷조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2013년 6월11일 송 정보관에게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개인정보를 확인해 준 조이제 전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은 이날 조오영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에게도 이 정보를 전달했다. 그리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은 6월24일 민정수석실로부터 채 전 총장 혼외아들 개인정보 조회 지시를 받았다. 

청와대는 2013년 6월부터 채동욱 혼외아들 사찰했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기헌 청와대 특별감찰반 경정은 2013년 6월 외부 근무 중 채 전 총장의 처라고 주장하는 임아무개씨가 사건을 해결해 주고 아들 채아무개군의 계좌로 돈을 받았다는 비리 첩보를 입수했다.

김 경정은 두 사람의 신원 확인을 위해 6월 말 서울 반포지구대와 통의파출소에서 주민조회를 실시했다. 아울러 분당경찰서에선 임씨의 사진을 입수, 안산상록경찰서에선 임씨의 전입일자를 확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곽 전 수석과 특별감찰반의 이 같은 개인정보 사찰 행위에 대해 “당시 검찰총장 관련 비위를 감찰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요청해 제공받았음이 인정돼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김 경정은 검찰 조사에서 “사실을 확인한 후 첩보 내용을 지휘부에 보고하자 근거 없는 소문인 것 같아 더 진행할 가치가 없다고 결정해 첩보를 존안(보존) 처리했다가 9월6일 조선일보 보도 이후 검찰에 이첩했다”고 주장했다.

대신 검찰은 조오영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과 조이제 전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 송주원 국정원 정보관 3인만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7일 항소심에서 유죄(벌금형) 판결을 받았다.

지난 2013년 9월30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채 전 총장은 이날 혼외자 의혹으로 총장 직에서 내려왔다. ⓒ 연합뉴스
지난 2013년 9월30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채 전 총장은 이날 혼외자 의혹으로 총장 직에서 내려왔다. ⓒ 연합뉴스
한편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함께하는시민행동은 2013년 9월26일 조선일보 기자 2명(송원형·김은정)이 당사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위법적으로 유출해 기사를 작성했고, 이에 대한 정보 제공자는 곽상도 전 수석으로 알려졌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지만, 이 역시 검찰은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곽 전 수석이 지시한 채 전 총장 혼외아들 사찰 행위를 ‘정당한 감찰활동’이라면서도 청와대가 수집한 정보가 누구에 의해 어떤 경로로 유출돼 어떻게 조선일보의 보도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밝히지 않았다. 곽 전 수석과 검찰 간부가 강효상 전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만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검찰이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으로부터 우병우 전 민정수석 비위 혐의 관련 내용을 전해 들은 것으로 지목된 조선일보 기자를 압수수색한 것에 비하면, 채 전 총장 아들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사실상 ‘봐주기’ 수사한 셈이다.

조선일보로 넘어간 혼외아들 개인정보, 비상식적 검찰 수사

채 전 총장 혼외아들 관련 보도를 한 조선일보 기자들은 가족관계등록부상의 정보, 학교생활기록과 건강검진기록, 출입국 확인, 아파트 입주자 카드 등 국가기관이 아니면 접근할 수 없는 정보를 취득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구체적인 취재 경위나 취재 활동, 취재원 등에 관해서는 기자의 보도윤리에 관계된 문제이므로 더 언급하기 어렵다”는 조선일보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당시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는 “청와대 민정수식실의 감찰업무 범위는 대통령비서실 직제규정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의 고위공직자나 공공기관의 임원, 대통령의 친인척으로 민간인 신분인 임씨에 대한 감찰은 월권”이라며 “청와대의 불법적인 개인정보 수집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던 채동욱 총장을 흔들기 위한 것이라는 진실을 외면한 채 청와대에 면죄부를 주기 위해 피의자들의 비상식적인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비판했다.

곽 전 수석과 조선일보 기자를 고발했던 함께하는시민행동 박준우 사무처장은 2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그때 우리의 핵심적인 고발 취지는 가장 엄중하게 보호돼야 할 정보인 가족관계 정보와 학적부 정보가 불법적으로 조회되고 유출됐다는 점”이라며 “검찰의 논리를 백번 인정해 청와대의 감찰 활동이 정당했다고 하더라도, 그 정보가 감찰 본연의 목적을 벗어나 특정 언론에 유포됐다면 이는 명백한 개인정보 유출 행위”라고 지적했다.

박 처장은 “검찰은 조오영 행정관을 통해 유출된 정보가 누구에게 전달됐는지도 밝히지 못했음은 물론, 다른 여러 경로의 정보 유출 과정에 대해서도 어떤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며 “국정원 개혁위 조사 내용대로라면 반드시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