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집권 기간(2013~2017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사회 공헌 활동’ 명목으로 모두 7억3000만 원의 예산을 썼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4억 원이 탈북민 단체 및 관련 행사 그리고 대북 방송 관련 사업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은 26일 방문진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공개하며 “박근혜 정부 때 방문진은 ‘탈북단체진흥회’였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방문진은 2013년 11개 사업 중 6개 사업에 4600만원, 2014년 12개 사업 중 5개 사업에 5000만원, 2015년 10개 사업 중 3개 사업에 3000만원을 썼다.

대북방송지원사업이 시작된 2016년에는 16개 사업 중 9개 사업에 1억4600만원을, 2017년에는 17개 사업 중 9개 사업에 1억2637만원을 각각 썼다.

최 의원은 “방문진이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한 중심에는 뉴라이트 학자이자 3연임을 한 김광동 방문진 구여권 이사가 지목된다”며 “김광동 이사는 방문진의 사회 공헌 사업의 방향을 탈북단체와 대북 방송지원 쪽으로 옮기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이에 대한 소수 이사들의 반대를 무마하는데도 앞장섰다”고 주장했다.

방문진의 지원을 받은 단체를 살펴보면, 탈북한 여성 예술인들로 구성된 ‘평양예술단’이 4회에 걸쳐 4000만 원을, ‘좋은씨앗’이라는 탈북 청소년 교육 단체와 ‘우리들의 성장 이야기’라는 탈북 청소년 지원 단체가 각각 3회에 걸쳐 3200만 원과 2800만 원을 지원 받았다고 최 의원은 밝혔다. 가장 많은 액수를 지원받은 곳은 대북 단파 방송을 하는 ‘통일미디어’라는 단체로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4037만 원을 지원 받았다고 전했다.

▲ 자료=최명길 국민의당 의원
▲ 자료=최명길 국민의당 의원

탈북민 관련 지원 사업 외 방문진은 사회 공헌 활동으로 장애인, 저소득층, 이주민 등을 대상으로 한 ‘소외 계층 문화 예술 행사 지원사업’을 2011년에 신설했다.

방문진은 2013년부터는 아예 ‘탈북민 관련 사업’ 분야를 따로 신설해 지원에 나섰다. 특히 2016년에는 ‘북한 주민 방송 시청 확대 지원 사업’까지 새로 만들어 더 많은 예산을 집행했다. 애초 계획에 없던 이 사업의 추경 승인 건은 김 이사가 앞장서 제출했고 구여권 이사들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고 최 의원은 밝혔다.

최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광동·권혁철 구여권 이사 등의 경우 지원 대상에 선정된 단체와 특수 관계라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방문진은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라 “MBC의 공적 책임을 실현하고, 민주적이며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의 진흥과 공공복지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방문진이 탈북민을 비롯한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 사업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집권한 2013년 갑자기 탈북민 관련 사업을 대폭 신설하면서 오랫동안 방문진이 해왔던 ‘시청자 단체 지원 사업’이 사라졌다는 게 최 의원의 지적이다.

방문진이 가장 주력했던 외부 단체 지원 사업은 ‘시청자 단체 지원 사업’이었다. 각종 방송 모니터링, 미디어 교육, 미디어 정책 연구 등에 대한 ‘시청자 단체 지원 사업’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까지는 꾸준히 이어졌다.

2008년 11건의 사업에 1억1000만원, 2009년 10건의 사업에 9500만원, 2010년 5건의 사업에 4800만원, 2011년 8건의 사업에 7300만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방문진 구 여권 추천 이사들은 ‘시청자 단체 지원 사업’을 폐지했다.

최 의원은 “2012년 이후 방문진에서 ‘시청자단체 지원 사업’은 사라지고, 대신 탈북민 관련 지원 사업과 대북 방송 지원 사업이 신설된 것은 극우 보수 성향의 인물들이 방문진 이사의 다수를 차지하게 된 것과 무관하다 보기 힘들 것”이라며 “국정감사는 물론 방통위의 방문진 검사감독과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방문진의 설립 목적에 맞지 않는 사업들이 왜 이뤄졌는지 내막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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