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보궐 이사 임명을 추진하자 자유한국당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6일 오전 8시20분 방송문화진흥회 보궐 이사 2인에 대한 임명안을 논의할 계획이었으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항의방문을 해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최근 방문진 구 여권 추천 김원배, 유의선 이사가 사퇴함에 따라 방통위가 후임 몫 임명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구 여권 이사 추천 몫은 자유한국당에 있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 자유한국당 방송장악저지투쟁특위와 함께 10월2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를 항의 방문한 정우택 원내대표(오른쪽)가 이효성 방통위원장과 면담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자유한국당 방송장악저지투쟁특위와 함께 10월2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를 항의 방문한 정우택 원내대표(오른쪽)가 이효성 방통위원장과 면담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항의방문 자리에서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후임 임원은 그 당에서 추천한 사람이 승계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방통위가 임명을 하면) 공영방송 장악의 실행 시도로 보고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전례가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그렇게 임명했다“며 임명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 때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 몫으로 임명된 신태섭 KBS 이사를 동의대 교수직에서 해임하는 방식으로 결격사유를 만들어 이사직에서도 해임한 뒤 강성철 부산대 교수를 임명한 바 있다.

이처럼 자유한국당이 무리하게 방통위 의사결정에 개입하고 나선 데는 방문진 보궐 이사가 임명되면 여야 구도가 역전돼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 의결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정부여당 추천 위원 3명, 국민의당 추천 위원 1명, 자유한국당 추천 위원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과 국민의당 추천 표철수 위원은 방문진 이사 선임에 찬성해 4:1 구도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방문진 보궐 이사 몫 후보는 김경환 상지대 교수, 이진순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이 거론되고 있다.

방통위 전체회의가 시작되자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회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를 비롯한 인사에 관련된 사항은 비공개로 논의해왔다.

자유한국당은 오후 비상의원총회를 예고하고 이사 임명이 의결될 경우 국정감사 보이콧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6일 성명을 내고 “방통위가 방문진 보궐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방통위법 제12조에 따른 방통위의 정당한 업무”라며 “지난 9년의 세월 동안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해 온 자유한국당이 이제 와 ‘언론 장악’ 운운하며 이사 선임 업무에 개입해, 자기 몫을 주장하는 모습은 ‘몰염치’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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