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청와대 ‘사이버 컨트롤타워’ 국정원·군·경찰 조종

드디어 이명박정부 댓글 공작의 ‘윗선’이 드러났다. 이명박 청와대가 ‘사이버 컨트롤타워’를 두고 댓글 공작을 진두지휘했으며,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방위사령부 등은 사실상 청와대의 ‘지침’에 따라 움직인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경향신문이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을 통해 입수한 “청와대, ‘사이버 컨트롤타워’ 조직 편성 운영” 문건(2008년 7월23일 작성)을 보면 “청와대에서는 대통령 직속으로 홍보기획관실과 위기정보상황팀 조직을 편성, 인터넷상 국민 소통 및 사이버 안전보장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에 진력하고 있음”이라고 나와 있다.

경향신문은 “‘사이버 컨트롤타워’에 속한 국민소통비서관실은 국정원·군·경찰을 통해 인터넷 여론동향을 수집하고 정부시책 옹호글을 인터넷에 올리는 등 ‘인터넷 공간 통제를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했고, ‘일일 여론동향 보고서’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매일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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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통비서관실의 업무는 인터넷 여론조작이 주요 업무였다. 문건에는 “사이버상 여론 수집·분석” “불법 폭력시위 주동자 및 악성 루머 유포자 색출” “인터넷 토론방 내 악성 게시물 대응 및 정부 시책 옹호 글 게재” 등이 업무 내용으로 나온다.

국민소통비서관실은 인터넷 여론동향을 매일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국민소통비서관실이 2009년 4월2일 작성한 문건에는 “‘일일 여론동향 보고서(1P)’를 생산, 대통령님을 비롯한 BH 수석실 내 148명에게 일일 단위로 배포”라고 적혀 있었다.

경향신문은 “국민소통비서관실은 국정원·국방부·경찰 관계자 등과 주기적으로 회의를 하고 인터넷 여론동향 및 인터넷 공간 통제 방안 등을 논의했다”며 “청와대에 ‘사이버 컨트롤타워’가 생긴 이후 군 사이버방위사령부 등의 댓글 공작이 본격화된 것을 보면 국정원과 군의 댓글 공작 역시 국민소통비서관실의 지휘를 받아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사이버 컨트롤타워가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된 점, 댓글 공작 지휘부인 국민소통비서관실이 인터넷 여론동향을 이 전 대통령에게 매일 보고한 점 등을 감안하면 이 전 대통령의 댓글 공작 지시·관여 정황도 뚜렷해졌다”면서 “국정원과 군 말고도 경찰의 댓글 공작 개입 의혹도 제기돼,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가 불가피해졌다”고 내다봤다.

당시 홍보기획관은 박형준 전 의원, 국민소통비서관은 김철균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 회장이었다.

군 사이버사, MB청와대에 ‘댓글 지침’ 요구

군 사이버사령부가 청와대 ‘지침’대로 움직인 정황은 한겨레 보도에서도 확인됐다. 사이버사가 군 내부 비밀전산망인 케이직스(KJCCS)를 통해 ‘이명박 청와대’에 인터넷 동향 보고는 물론 구체적인 ‘대응 지침’까지 요청했다는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케이직스 문건 462건 가운데 40여건을 열람해 한겨레에 공개한 내용을 보면, 이태하 전 사이버사 530심리전단장은 2012년 대선을 두 달 앞둔 10월 당시 논란이 됐던 차세대 전투기(FX) 특혜 시비와 관련한 청와대의 대응 지침을 요청했다.

이 전 단장은 전투기 기종 선정 문제가 대선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동아일보 기사 원문과 이 기사에 달린 비판적인 댓글 내용을 함께 보고했다. 또 “‘다음’ 댓글 234개, 정부·군 비난 95%” 등 상세한 인터넷 동향을 설명한 뒤, “대응 관련 지침을 주시면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530단장 이태하 배상”이라고 적었다.

[한겨레] MB 측근비리 사과뒤 _VIP 비난 98%_ 꼼꼼히 보고_정치 04면_20171026.jpg
한겨레는 “이 전 단장이 청와대에 직접 대응 지침을 요청한 것으로, 사이버사 심리전단의 댓글공작이 청와대와의 유기적인 관계에서 이뤄졌다는 정황으로 해석된다”며 “사이버사는 특히 이 전 대통령 관련 여론 동향에 대해선 수치를 꼼꼼히 작성해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2012년 7월24일 이 전 대통령이 측근 비리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한 직후, 사이버사는 국내외 언론·포털·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총망라해 여론동향 파악에 나섰다. 사이버사는 보고 문건에서 인터넷 사이트와 트위터 등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옹호 동향을 상세하게 보고하며 “향후 북한·종북 세력은 브이아이피(VIP·대통령) 친인척·측근 비리 및 실정을 집중 부각해 반정부 선전 선동에 악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 2011년 ‘반값등록금 촛불집회’를 옹호하는 글을 인터넷에 게시한 경찰관 사례를 제시한 뒤 “(이 발언은) 대학 운동권, 좌파 세력 등에 의해 영웅시되고 있다”면서 “향후 관련 내용과 유사한 돌출 행동이 군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군 간부 특별 정신교육이 요망된다”는 조처사항까지 제안하기도 했다.

정성호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의해 인력 증원이 이뤄진 군 사이버사가 선거 개입뿐 아니라 정권 보위 활동을 한 것도 드러났다”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한인 사이트 해킹한 MB 국정원, 박근혜 때도?

한겨레는 또 MB정부 시절 국정원이 미주 지역 최대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인 ‘미시USA’ 사이트를 해킹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박근혜 정부 시절 두 차례 시도됐던 미시USA 해킹 공격도 국정원이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 3차장 산하 심리전단은 MB정부 시절인 2010년 “미시USA를 무력화시키겠다”며 해킹 계획 보고서를 작성했다. 적폐청산 TF는 최근 당시 국정원 심리전단이 작성한 미시USA 해킹 계획 보고서의 존재를 확인했으며, 실제 국정원이 해킹을 실행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회원 수 32만 명의 ‘최대 여성 커뮤니티’로 꼽혔던 미시USA가 MB 국정원의 타깃이 된 것은 2008년 미국산 수입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 때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게 발단이 된 것으로 TF는 파악하고 있다”며 “촛불시위 당시 미시USA를 비롯해 ‘82쿡’, ‘쌍코’ 등 여성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모금 광고를 내는 등 적극적으로 정부 비판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한겨레] _미시USA 무력화시키겠다_ MB국정원, 해킹공격 준비_정치 04면_20171026.jpg
아울러 적폐청산 TF는 박근혜 정부 시절 시도됐던 두 차례의 미시USA 해킹도 국정원과 관련이 있는지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시USA는 2013년 5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이 미시USA를 통해 처음 폭로된 뒤 해킹 공격을 받았고, 2014년 5월9일 ‘세월호 참사 애도 게시판’에도 해킹 시도가 있었다.

한겨레는 “TF 조사 결과 미시유에스에이에 대한 해킹에 국정원이 관여한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적폐청산 TF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해킹 시도 외에도 미시USA와 관련한 불법 심리전이 진행된 사실이 있는지 등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검찰 고위 간부도 국정원 댓글수사 방해 연루

검찰 고위 간부가 박근혜 정부 국정원에서 댓글 공작을 은폐하는 태스크포스(TF)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압수수색을 앞두고 TF를 꾸려 위장 사무실을 만들고 검찰에 위조된 서류를 넘기는 등 수사를 방해한 사건이다.

한국일보는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이 최근 장호중 부산지검장이 국정원에서 근무할 때 검찰 댓글 수사를 방해하는 활동을 한 ‘현안 TF’에 포함된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당시 TF에는 서천호 2차장과 7·8 국장, 김진홍 전 심리전단장, 장 지검장 등이 들어갔다. 해당 명단을 확보한 검찰은 남 전 원장과 서 전 차장 등을 출국금지하고, 당시 TF에 가담한 관계자들을 불러 구체적 논의내용과 은폐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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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댓글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을 압수수색한 2013년 4월 30일 당시 감찰실장은 장 지검장이었다. 국민일보는 “국정원은 2013년 대선 개입 의혹 수사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말씀자료’ 녹취록 중 상당부분을 삭제해 검찰에 제출했다. 수사·재판을 받는 심리전단 직원들에게 허위 진술도 주문했다”며 “이 같은 사실은 최근 국정원 적폐청산 TF 조사와 검찰 재수사 과정에서 규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는 “검찰은 감찰실이 임의제출할 자료를 검토하는가 하면 검찰과 법원에 출석하는 직원들의 진술·증언도 관리했다고 보고 있다”며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 수사와 관련해 감찰실의 행동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조만간 장 지검장도 소환해 TF 활동에 개입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장 지검장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국정원법상 국정원 근무 당시 활동한 내용에 대해 비밀을 엄수해야 하니 답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25일 국정원 수사 방해와 관련해 전날 소환 조사한 김진홍 전 단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에 대해서도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 작성과 이행, 야권 인사 사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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