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고용노동청이 지난 22일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위반 실태 점검에 착수했다. 일부 공장노동자들은 이번 사고가 회사와 노동청의 안일한 안전관리에 따른 “예고된 인재”라며 노동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는 등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25일 대전지방고용노동청,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 등에 따르면 금산공장 산안법 위반 점검은 25일부터 오는 27일까지 3일 간 공장 내 전 공정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 6명 및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직원 6명 등이 현재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에 파견돼있다.

▲ 사고가 발생한 컨베이어 벨트와 동일한 설비 사진
▲ 사고가 발생한 컨베이어 벨트와 동일한 설비 사진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 고용노동부장관이 그 원인 규명 또는 예방대책 수립을 위해 중대재해 발생원인을 조사하고, 근로감독관과 관계 전문가로 하여금 안전·보건진단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

중대재해엔 1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3개월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동시에 2명 이상 발생한 재해, 부상자 또는 직업성질병자가 동시에 10명 이상 발생한 재해 등이 속한다.

전수 점검은 노사 입회 하에 이루어진다. 회사 측 관계자 7명, 사내 교섭대표 노조인 한국타이어 노조(한국노총 고무산업노련 산하) 관계자 7명, 복수노조인 한국타이어지회(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관계자 7명이 3일 간 조사에 참여하게 된다. 여기에 ‘현장 반장’으로 불리는 공장 관리자 7명도 참여한다.

사고가 발생한 컨베이어 벨트 설비 재조사도 이뤄질 예정이다. 한국타이어지회 측은 “관리자들을 최소로 참여하게 하고 각 노조에서 1명씩, 노동청과 경찰 입회 하에 사고 설비를 다시 돌려 볼 예정”이라며 “유족분들, 현장에서 직접 일하고 있는 작업자도 일부 참여할 것”이라 말했다.

노동청이 전 공정 전수 점검에 나서는 등 감독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일각에선 철저한 진상규명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0년 간 사망한 한국타이어 전·현직 노동자가 최소 62명에 달하는 등 공장 내 작업환경이 노동자에게 유해하다는 지적이 반복적으로 제기됐음에도 노동청·공장 측이 책임있는 개선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이들은 노동청이 거듭된 산재은폐 의혹에도 문제를 방관해 온 관리감독 책임도 지적하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8월8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5년 간 공식 집계된 산재 횟수가 대전공장 164명, 금산공장 148명, 중앙연구소 18명으로 330명”이라며 “시정지시 67건, 과태료 10억 309만 원, 사법처리가 14건이지만 산재신청률 자체는 1%가 안 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는 지난 24일 오전 11시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정문 맞은 편에 사망 노동자를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했다. 한국타이어지회는 피해 노동자의 사고 경위가 철저하게 규명되고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이 세워질 때까지 분향소를 유지할 계획이다.

▲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는 지난 24일 오전 11시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정문 맞은 편에 사망 노동자를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했다. 사진=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
▲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는 지난 24일 오전 11시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정문 맞은 편에 사망 노동자를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했다. 사진=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

지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 사고는 예고된 인재”라며 “현장 노동자의 안전을 뒷전으로 생각하는 사측과 관료주의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노동청에 그 잘못이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정련공정에서 일해 온 최아무개씨(33)는 지난 22일 오후 7시10분 경 고무 원단을 운반하는 컨베이어 벨트에 머리 등 신체가 협착된 상태로 발견돼 사고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사인은 두개골 함몰 및 과다출혈로 인한 질식사로 밝혀졌다.

사고가 발생한 컨베이어는 기계 외부에서 버튼을 조작해 작동시키는 설비로, 사람이 수작업을 할 여건을 갖추지 않은 장비였다. 협착 사고가 발생한 컨베이어와 롤러 사이 간격은 손바닥이 들어갈 정도로 좁아 어떻게 작업 노동자의 머리 부분이 끼게 됐는지 등 사고 경위에 의문을 더하고 있다.

사고 현장엔 CCTV도 설치돼있지 않았고 목격자로 지목된 동료 작업자도 사고 발생 후 피해 현장만 목격한 상태다. 유족 측은 철저한 사고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장례 절차를 치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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