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화제다. 지상파에서 좀처럼 다루기 어려운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자행된 방송장악 문제를 짚었기 때문이다. 특히 SBS는 방송장악과 언론인 사찰 문제를 조명하면서 스스로를 도마에 올렸다. 최근 SBS가 사장 임명동의제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진일보한 측면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높이 평가할 부분이다. 한국 언론이 스스로의 허물과 과오를, 그것도 프로그램을 통해 비판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알고싶다’가 SBS 문제점을 지적하긴 했지만 본격 비판이라고 하기엔 한계가 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 본부장 인터뷰가 ‘SBS 비판’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것이 알고싶다’에선 보도통제 당사자들이 SBS 뉴스를 ‘어떻게’ 통제했는지, 프로그램이 이들에 의해 ‘어떻게’ 굴절되고 왜곡됐는지 그리고 구성원들은 이런 통제 움직임에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조명이 드러나지 않았다. 이는 아쉬운 대목이다.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대목도 있지만 이와 별개로 방송통제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는 방송사 구성원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지난 9년 동안 SBS를 비롯해 KBS와 MBC 뉴스·프로그램은 정상 궤도를 벗어났다는 비판을 받았다. 신뢰도는 하락했고, 시청자들도 하나 둘 떠나갔다. KBS MBC 구성원들이 파업에 돌입한 지 50일을 넘기면서 시민들의 관심과 호응이 예전에 비해 많아지긴 했지만 미덥지 못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여전히 많다. 그만큼 지난 9년이라는 기간은 한국 언론사에서 ‘암흑의 시기’였다.
SBS만 해도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행 급행열차’를 탄 이들이 많다. 김성우, 배성례, 이남기, 최금락, 하금열, 허원제 등이 모두 청와대에서 홍보·정무수석과 대통령실장 등을 역임한 이들이다. 이들이 청와대에 있는 동안 한국 언론 특히 방송사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송된 이명박근혜 정부의 언론통제 의혹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도 있다.
KBS·MBC구성원들은 지난 9년 동안 정상적인 기능을 못했던 뉴스와 프로그램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현재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경영진 퇴진 투쟁 못지않게 지난 9년 동안 스스로의 치부를 보도와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알리는 일도 중요하다. ‘그것이 알고싶다’ 후속편이 나온다면 이는 KBS·MBC구성원들에게도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촛불혁명’으로 교체된 정권에서 정권비판 하기는 쉽다. 하지만 이전 정권에서 자신들의 굴욕적인 모습을 도마에 올리고 이를 시청자에게 고백하고 반성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것이 알고싶다’ 2편과 3편이 SBS에서 계속 나오면 정상화된 KBS·MBC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방송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움직임들은 떠난 시청자들의 마음을 되돌리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것이 알고싶다’ 후속편 제작은 계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