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양대 노총을 비롯한 노동계 인사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한 가운데 이에 참석하지 않은 민주노총에 대한 언론의 비판이 쏟아졌다. 다수 신문이 정부를 상대로 민주노총이 현명하지 못한 판단 내지는 ‘떼를 쓴다’는 식으로 비판했고, 일부 보수신문은 문재인 정부를 ‘친노동 정부’로 규정하고 경영계의 입장을 담지 못한다며 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다음은 25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투기성 대출 눌러 가계부채 잡는다”
국민일보 “마오쩌둥 반열, 시진핑”
동아일보 “‘親勞대통령’ 손도 뿌리친 민노총”
서울신문 “절대권력자 시진핑”
세계일보 “다주택자 돈줄 옥죄기 ‘집테크 시대’ 저무나”
조선일보 “탈원전, 대못 박다”
중앙일보 “시진핑, 마오쩌둥 반열 올랐다”
한겨레 “시진핑, 마오쩌둥 반열 올랐다”
한국일보 “노정 대화 물꼬 막아버린 민노총”

조선, 문재인 정부 노동계 요구 일방적 수용

조선일보는 1면 “9:1”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문재인 정부가 2015년 노사정 대타협 과정에서 노사가 각각 제시한 쟁점 중 노동계 요구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경영계가 요구한 정책은 폐기하거나 역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9:1이란 노사가 제시한 10개 의제 중 9개가 노동계 주장대로 받아들여졌다는 뜻이다.

조선일보는 6면에서 청와대 만찬소식과 함께 재계 목소리를 전했다. “재계 ‘한쪽으로 치우친 親노동, 숨통 막히는 듯한 느낌’”이란 기사에선 문재인 정부가 성과연봉제 폐기 등 노동계를 위한 선물보따리만 준비했고, 재계의 핵심요구였던 기간제 근로자는 아예 쓰기 어려운 여건으로 가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쪽된 靑·노동계 만찬…민노총, 금속노조·전교조 안불렀다며 불참”이란 기사에선 정치권 관측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전교조 합법화 등의 ‘촛불 청구서’를 요구해 온 민노총과 갈등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 25일자 조선일보 6면 기사
▲ 25일자 조선일보 6면 기사

문재인 정부와 민주노총을 모두 비판하는 시각은 사설에서도 계속됐다. 사설 “文 대통령 노조 본질 직시하고 나라 위한 개혁해야”에선 민주노총이 불참 이유에 대해 “노동계에선 민주노총이 청와대와 ‘1대1 직접 대화’를 원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며 “민노총이 이렇게 오만한 것은 ‘촛불 채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를 과거 정부들과 비교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새 정부는 출범 이래 지금까지 노동계에 대해 단 한 번도 고언을 한 적이 없다”며 “이날 만찬에서도 대통령은 덕담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진보 정권은 달랐다”며 “김대중 정부는 노동계가 가장 반대했던 정리해고제를 도입했고, 노무현 정부도 다양한 노동 시장 유연화 정책을 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또 다른 사설 “경찰관은 민노총에 얻어맞고, 서울시는 민노총에 돈 주고”에서 “지난주 서울시가 민주노총 서울본부에 6억8000만원의 서울시민 세금을 지원키로 협약을 체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며 민주노총과 박원순 서울시장을 함께 비판했다.

이 신문은 “서울경찰청이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 6년여간 453명의 경찰이 불법시위를 막느라 부상당했는데 절반 가까이가 민노총 주도 집회에서 다쳤다”며 “서울시가 이렇게 대놓고 불법을 저지르고 폭력시위를 일삼는 집단에 시민 세금을 더 주지 못해 안달이라면 시민의 위임을 받아 법을 집행하는 자치단체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도 1면에 “‘親勞 대통령’ 손도 뿌리친 민노총”이란 기사 등을 통해 조선일보와 비슷한 논조를 펼쳤다. 동아일보는 민주노총이 청와대 만찬에 불참한 이유에 대해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주도했던 강경파가 대화 복귀로 비치는 것을 원치 않아서”라고 분석했다.

민주노총이 청와대와 조율하며 내건 요구조건의 핵심은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 배제, 산하 16개 산별노조, 연맹 대표 전원 만찬 참석 등 두 가지였다. 민주노총은 1999년 2월 노사정위를 탈퇴한 이후 18년 간 노사정 대화를 거부하고 있고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노사정위 복귀를 두고 갈등을 겪었다.

동아일보는 “(당시) 내부 급진파가 회의장에 시너와 소화기를 뿌리는 등 물리력을 동원해 개회 자체를 막았다”며 “이 사건 이후 민노총은 강경파가 꾸준히 득세하며 지속적으로 지도부를 장악해왔다”고 봤다. 이어 “민노총이 문 위원장의 참석을 거부한 것도 사회적 대화에 대한 신경증에 가까운 거부반응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민노총의 오만과 독선, 도를 넘었다”는 사설에서도 “대기업 노조가 중심인 민노총은 높은 임금과 복지혜택을 누리면서 기득권 세력화한 지 오래”라고 비판하며 “정부가 ‘귀족 노조’에 끌려다닌다면 노동유연성을 높여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결코 만들어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향, 사설에서 민주노총 비판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경향신문에서도 나왔다. 이 신문은 사설 “대통령 간담회에 불참한 민주노총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에서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화,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정부와 노동계 전체가 밥 한 끼 함께 먹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개탄스럽다”고 했다.

▲ 25일자 경향신문 사설
▲ 25일자 경향신문 사설

민주노총이 노동계를 오히려 제대로 대표하지 못한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경향신문은 “의전상의 마찰을 이유로 어렵게 차려진 정부와의 밥상을 뒤엎은 것은 지나친 처사”라며 “이 정도 사안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조직체계를 훼손한다면 민주노총 내부 결속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리고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노력하는 등 전임 정부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구속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 문 대통령은 ‘눈에 밟힌다’고도 했다”고 한 뒤 “이제 민주노총이 응답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금속노조 기아차지부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지부조직 편제에서 제외하고, 전교조 교사들은 기간제 교사들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면서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다”며 “민주노총이 기득권을 버리고 겸손한 자세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사회적 대화 징검다리 돼야

한겨레는 다소 온건한 논조로 청와대 만찬 소식을 전했다. 사설을 통해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간 노동계가 노동 현안에서 소외되며 ‘유령 같은 존재’로 취급된 것을 생각하면, 노동을 대하는 청와대 시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이날 만남은 의미가 적잖다”며 “민주노총이 끝내 불참한 것은 그래서 더 안타깝다”고 표현했다.

민주노총의 태도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으면서도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두려는 모습이었다. 한겨레는 “이날 만남이 이벤트성 아니냐는 비판은 있을 수 있으며 청와대도 세심하게 준비하지 못한 미숙함은 지적받을 만하다”면서도 “일단 만나서 말을 터야 시작되는 법”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만남이 ‘매우 이례적인 일’이나 ‘일회성’으로 그쳐선 안 될 것”이라며 “이번 만남이 노-정 간의 실질적 대화, 나아가 사회적 대화의 복원이라는 결실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25일자 경향신문 1면 사진기사
▲ 25일자 경향신문 1면 사진기사

시진핑 1인 천하시대 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통치이념인 ‘치국이정’이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이란 이름으로 당장(당헌)에 삽입됐다. 이는 시 주석이 당내 절대권력을 구축하고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뜻한다. 이날 결의문은 시진핑 신시대 사상에 대해 “마르크스주의 중국화의 최신 성과이며 당과 인민의 실천적 경험과 집단적 지혜의 결정체”라고 평가했다.

중국 공산당은 이념을 명기할 때 ‘주의-사상-이론-관’ 순으로 표기한다. 이번에 당장에 삽입된 사상은 마오쩌둥에 이어 시진핑이 두 번째다. 덩샤오핑 이론은 사후인 1997년에야 당장에 삽입됐다. 시 주석이 임기 중 이름이 포함된 ‘사상’을 당장에 올린 것을 두고 집단지도체제인 중국에서 시 주석이 집권 2기 절대권력자로 등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언론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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