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과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지금의 비판적 여론이 조성되는데 종편이 일정부분 기여를 한 만큼, 내년도 국정 4년차 홍보와 관련해서도 긴밀한 협조가 지속될 수 있도록 사전에 관리해 나갈 것”(홍보수석)

최근 공개된 2015년 12월13일자 청와대 비서실장 지시사항 이행 및 대책 문건의 한 대목이다. TV조선·채널A·MBN이 박근혜정부에게 우호적인 방송을 해왔던 사실은 아마 본인들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랬던 종편이 정권교체 이후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일명 ‘프로막말러’들이 화면에서 급격히 사라졌다.

TV조선에선 아예 탐사프로그램의 진행자로 과거 ‘나는 꼼수다’의 멤버인 정봉주 전 열린우리당 의원을 섭외했다. TV조선은 “학생 운동권 출신으로 풍부한 지식과 촌철살인의 입담”을 정 전 의원의 장점으로 언급했다. 격세지감이다. 최근 MBN 시사토크 프로그램 <판도라>에선 주진우 시사인 기자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출연하기도 했다.

정권교체 이후 가장 눈에 띄는 종편의 변화는 시사토크 프로그램 패널 변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16년 8월15일부터 10월13일까지, 2017년 3월24일부터 4월4일까지 진행했던 두 번의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 출연자 분석 보고서와 지난 9월4일부터 10월1일까지 종합편성채널 4사 16개 시사토크 프로그램에 등장한 출연자를 비교분석한 결과 김진·류근일·민영삼·여상원·이영작·조갑제·차명진·최병묵·황태순 등 ‘퇴출이 필요한 종편 출연진’ 대부분이 자취를 감췄다고 밝혔다.

▲ 디자인=안혜나 기자.
▲ 디자인=안혜나 기자.
지난해 8월15일부터 10월13일까지 두 달간 출연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에 출연횟수 100회가 넘는 사람은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장(149회), 민영삼 정치평론가(135회), 고영신 한양대 특임교수(135회), 백기종 전 서울 수서경찰서 강력팀장(110회), 황태순 정치평론가(109회)였다. 이들은 틀기만 하면 나오는 출연자들이었고, 대부분 청와대 문건에 나오는 정부의 조력자였다. 그러나 이들은 대통령 탄핵→종편 재승인→조기 대선을 거치며 화면에서 사라졌다.

대신 살아남은 이들은 언론인들이었다. 민언련은 “2016년부터 현재까지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과 이종근 데일리안 논설실장은 지속해서 (출연자 상위권에) 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이번 조사에서 출연횟수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이현종 논설위원은 7개 프로그램에서 55회, 이종근 논설실장은 5개 프로그램에서 41회 출연했다. 6개 프로그램에서 30회 출연한 소종섭 전 시사저널 편집국장도 눈에 띈다. 종편의 특혜를 환수하고 재허가 심사를 엄격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던 정치인이 대통령이 된 만큼, ‘프로막말러’를 배제하고 대신 타사 언론인을 평론가로 활용하는 빈도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33.JPG
민언련은 이번 조사에서 출연횟수 3위를 차지한 노영희 변호사를 두고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합리적 인사”라며 “정치색과 무관하게 합리성을 지키는 인물이 최다 출연자 3위에 오른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민언련은 종편의 시사토크프로그램이 사건 사고 주제의 비율을 높이고 정치적 편파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정치 사안을 줄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나치게 편향적인 사람들이 종편에서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TV조선은 재승인 과정에서 곤혹을 치룬 이후 심각성을 느낀 것 같다. TV조선의 시사토크 프로그램이 아주 많이 변화한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반면 채널A는 조심하지 않고 있다. MBN은 차명진 전 의원이 눈에 띄게 문제다. TV조선은 시사토크 프로그램보다 메인뉴스가 문제다. 특히 전원책 진행자의 앵커멘트가 편향적이다”라고 꼬집었다.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한 전·현직 정치인들의 경우 한 달간 여야 성향별 출연 횟수를 비교한 결과 채널A·TV조선·JTBC가 각각 13대13, 11대11, 12대12로 균형을 맞췄으나 MBN의 경우 19대32로 야권에 편향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언련은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MBN ‘아침&매일경제’, ‘뉴스와이드’, ‘시사스페셜’에 출연하며 MBN의 터주대감으로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TV조선과 채널A의 ‘균형감’은 역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총선보도감시연대에 따르면 2016년 총선을 앞둔 1월14일부터 2월13일까지 30일 간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11개의 시사토크 프로그램 출연자 중 정부·여당 성향의 출연자 비율은 64.1%였으며, 야당 성향의 출연자 비율은 14.8%에 불과했다.

3.JPG
한편 이번 조사에서 주요 패널 직군은 언론인이 26.6%로 가장 많았고 교수 17.9%, 정치인 16.9%, 변호사 12.6% 순이었다. 2015년 1월 당시 12.6%였던 언론인 비율은 두 배나 증가했다. 언론인 출신 패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늘어났다. 종편 방송사별 최다 출연자는 조금씩 달랐는데, 채널A의 경우 이현종 논설위원이 28회로 가장 많았고, TV조선에선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이 15회로 가장 많았다. JTBC에선 정철진 경제평론가가 11회로 가장 많았고, MBN에선 이종근 논설실장이 28회로 가장 많았다.

직군별 1인 당 평균 출연 횟수를 확인한 결과 1위는 언론인이 아닌 변호사였다. 변호사는 1인당 평균 출연 횟수가 11.6회였다. 이는 평론가(9.9), 언론인(8.0)보다 높은 횟수였다. 민언련은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 출연자 1인의 평균 출연 횟수는 평균 6.28번으로 집계됐다”며 “변호사가 메뚜기 패널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