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상황을 적극 보도해 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 SBS 당시 사장을 접촉했고, 검찰 간부에게 ‘고가 시계 수수 건’을 언론에 흘려 망신주기에 활용할 것을 지시했다고 국정원 개혁위가 23일 밝혔다.

국정원 개혁위에 따르면 2009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노 전 대통령의 이중적 행태를 부각하라’는 방침에 따라 일부 언론 담당 IO(Intelligence Officer·국내 정보 담당관)를 통해 방송사에 수사상황을 적극 보도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국내정보부서 언론담당 팀장 등 국정원 직원 4명이 SBS 사장을 접촉해 노 전 대통령 수사상황을 적극 보도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개혁위는 밝혔다.

2009년 당시 SBS 사장은 이명박 정부 마지막 대통령실장을 지낸 하금열 전 실장이었다. 하 전 실장은 2007~2009년 SBS사장을 역임하고 2010년 SBS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를 거쳤다. 2011년 당시 SBS상임고문이었던 그는 같은해 12월 대통령실장을 맡으며 이명박 정부 청와대로 향했다. 2012년 2월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공직에서 물러난 하 전 실장에게 SBS가 2013년 3월부터 운전기사와 제네시스 차량을 지급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 하금열 전 대통령실장
▲ 하금열 전 대통령실장

하 전 실장은 개혁위 발표를 전면 부인했다. 하 전 실장은 24일 미디어오늘에 “SBS 보도국은 보도본부장·국장책임 시스템으로 운영됐고 당시 SBS 기자가 취재·확인·발제해 기사가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따라서 당연히 외부 압력이나 간섭은 없었다”고 답했다.

또한 국정원 개혁위는 2009년 5월13일 SBS의 ‘논두렁 시계 투기’ 관련 보도 이전 국정원 전체 전산자료 및 문서 검색 결과 ‘논두렁’ 단어가 포함된 문건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논두렁 건을 최초로 보도한 SBS기자는 검찰을 통해 해당 사실을 취재했다고 국정원 개혁위에 밝혔다고 전했다.

사건 핵심 당사자인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지난 7월10일 개혁위 조사관과 통화에서 ‘논두렁’ 보도 등 노 전 대통령 수사 관련해 “지금 밝히면 다칠 사람들이 많다”며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했다고 개혁위는 전했다.

SBS노동조합은 회사가 나서서 해당 내용에 대해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영구 언론노조 SBS본부 공정방송위원장은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2009년) 당시 하금열 전 실장이 SBS 사장이었고, 최금락 전 홍보수석이 보도국장이었다”며 “두 명 다 청와대에 갔고, 언론노조가 선정한 부역자 명단에도 들어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금락 전 수석은 SBS 보도본부장·방송지원본부장 등을 거쳐 2011년 9월 홍보수석으로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 입성했다.

심 위원장은 “지난 21일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보도한 방송장악·사찰 내용도 그렇고 지난번 블랙리스트 관련 보도, 이번 개혁위 발표 등 방송농단 사례가 드러나고 있는데 사측은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며 “회사는 진상조사해 결과를 내놓고 문제 있는 사람들을 책임지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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