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여론 개입 사건이 밝혀졌다. 당시 국정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을 전달하고, KBS에 개입 의혹 기사를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고대영 KBS 사장(당시 보도국장)에게 200만원을 건넨 의혹도 제기됐다.

대부분의 주요 일간지들은 해당 사건은 1~2면에 배치했으나 보수언론은 해당 기사를 뒤편에 배치하고, 이명박 정권에 대한 수사를 ‘겨냥 수사’ 프레임을 사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다음은 24일 아침에 발행하는 주요 종합 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사이버사 ‘낮 댓글, 밤 블로그’ 박근혜 당선되자 ‘2단계 진화’”
국민일보 “MB국정원 ‘盧 시계 흘려 망신 줘라’”
동아일보 “국제사회, 北 인도지원도 끊었다”
서울신문 “공공기관 전수조사, 채용비리 캔다”
세계일보 “‘인격보다 성공’ 외치는 부모들”
조선일보 “親노동정책의 역풍… 노동자들이 내몰린다”
중앙일보 “교육투자·논문의 힘 … 서울대 1위 성대 2위”
한겨레 “MB국정원, 검찰에 ‘노무현 명품시계, 언론에 흘려 망신 줘라’”
한국일보 “한반도 둘러싼 스트롱맨 장기집권 시대”

23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MB 정부의 ‘노 전 대통령 수사 관여 사건’과 관련해 “원세훈 전 원장의 측근인 국정원 간부가 2009년 4월21일 이인규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장을 만나 ‘고가시계 수수 건 등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므로 언론에 흘려서 적당히 망신 주는 선에서 활용하시라’고 언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4월22일 KBS가 ‘명품시계 수수’를 보도했고, SBS는 5월13일 ‘권양숙 여사가 당시 박연차 회장에게서 받은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보도했다. 당시 SBS 사장은 하금열씨였고, 하씨는 2011년12월 MB정부의 청와대 대통령실장을 지낸 인물이다.

▲ 24일 한겨레 1면.
▲ 24일 한겨레 1면.
국정원 개혁위의 발표에 따르면 원세훈 전 원장은 2009년 4월17일 “동정 여론이 유발되지 않도록 온·오프라인에 노 전 대통령의 이중적 행태 및 성역 없는 수사의 당위성을 부각하겠다”는 당시 국내정보 부서의 보고를 받았다. 이어 4월20일에는 “검찰 측에 법과 원칙에 따른 성역 없는 수사를 지속 독려하는 한편, 언론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이중적 행태를 지속 부각, 동정 여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보고를 받고 이를 승인했다고 국정원 개혁위는 밝혔다.

또한 국정원 개혁위는 고대영 KBS 사장에게 ‘보도 협조’ 명목으로 금품을 건넸다는 국정원 직원의 진술과 자금결산서 등을 확보하고, 국정원에 고 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 의뢰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KBS 측은 이날 공식입장을 통해 “당시 고대영 보도국장이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기사 누락을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 24일 한겨레.
▲ 24일 한겨레.
이외에도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보수단체를 지원하기위해 공기업 및 민간 기업을 연결시켜주는 일을 한 것도 드러났다. 23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국정원은 2009년 청와대 정무수석실 시민사회비서관 요청을 받고 공기업을 통한 보수단체지원을 마련했다. 2010년에도 보수단체를 지원하는 매칭 대상을 공기업에서 전경련과 대기업으로 확대하는 사업을 했다. 국정원은 2011년에는 지원 대상에 인터넷 매체도 포함시켰다.

보수단체 지원에 동원된 기업은 전경련과 삼성, 현대자동자, LG, SK, 한화, 롯데, 한진, 두산, 현대중공업, GS, 한국토지주택공사, 수자원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이다.

대부분 주요 일간지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의 조사결과를 24일자 1면이나 2면에 주요 기사로 배치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국민일보, 서울신문은 해당기사를 1면에 배치했다. 한국일보도 해당 소식을 2면에 실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 ‘KBS 고대영 사장 국정원 돈 받은 의혹 철저히 밝혀야’에서 “국정원은 개혁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검찰에 수사의뢰를 해서 명명백백하게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며 “돈을 받거나 국정원 요청으로 기사를 누락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고 사장은 공영방송 경영자로서 자격이 없는 만큼 그에 걸맞은 법적,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고 썼다.

반면 보수언론은 해당 사건 관련 기사를 지면 뒤편에 배치하거나, ‘겨냥 수사’ 프레임을 사용해 보도했다.

▲ 24일 조선일보.
▲ 24일 조선일보 4면.
동아일보는 관련 기사를 10면에 배치했다. 중앙일보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조사 결과와 관련한 기사 제목을 “국정원 개혁위 ‘채동욱 혼외자 사건’ 검찰에 수사 의뢰 권고”로 뽑았다.

조선일보의 경우, 해당 사건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기사보다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직권남용 여부에 대한 질의가 나온 것을 보도했다. 이 소식을 전하며 조선일보는 이날 4면 기사에서 “MB 겨냥해 또 다시 수사, 野‘검찰, 정치 편향’”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전두환, ‘80위원회’ 통해 5·18 왜곡했다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가 전두환 정부 시절 정보기관 주도로 ‘80위원회’를 통해 5·18 관련 자료의 조작·왜곡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5·18 민주화운동 헬기사격 및 전투기출격대기 관련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국방부 5·18 특조위)의 이건리 위원장은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두환 정부는 1985년 6월 ‘80위원회’를 구성해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대응방안을 마련했다”며 “80위원회는 1988년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실체가 알려진 ‘5·11분석반’보다 3년 앞서 범정부 차원의 5·18 관련 대응기구가 구성되고 운영됐다는 사실을 정부 문서로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1981년 6월8일 제공된 체험수기에 따르면 5월21일 도청 앞 집단발포의 경우 오후 1시30분 자위권 보유가 하달되었다는 그런 내용이 있고, 특히 ‘무릎 쏴’ 자세로 집단사격했다는 충격적 내용도 있다”며 “이는 88년 군사연구소가 발간한 체험수기와 내용에 차이가 있고 다양한 수정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차이에 대해 “80위원회와 같은 정부 차원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24일 서울신문 1면.
▲ 24일 서울신문 1면.
23일 한겨레와 서울신문은 관련 내용을 1면으로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4면에, 국민일보는 5면에서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 ‘신군부가 5·18 자료 왜곡했다니, 전면 재조사 필요하다’에서 “학살자들은 5·18을 여전히 ‘폭동’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그 많은 사람들이 총에 맞아 죽었는데 누가 발포 명령을 내렸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헬기 사격, 전투기 대기, 집단 암매장 등의 의혹도 해소되지 않았다. 5·18 진상규명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5.18 특조위를 비방하는 기사를 6면에 실었다. 이날 조선일보의 기사 제목은 “5·18특조위, 42일간 50명 조사… 2대 의혹 밝혀낸 건 없어”였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특조위의 말을 종합하면) 당시 사건 관계자들이 정확한 진술을 거부해 진상 파악에 곤란을 겪고 있다는 얘기”라며 “그러나 ‘위조’나 ‘조작’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썼다.

▲ 24일 조선일보 6면.
▲ 24일 조선일보 6면.
국군 사이버사, 낮에는 댓글 달고 밤에는 블로그하고

국군 사이버사령부 소속 심리전단 요원들이 2012년 대선 직후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개인 블로그를 집중적으로 개설해 ‘정치 공작’ 거점으로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향신문 보도에 의하면 공작에 참여한 사이버사 요원들은 매달 25만원씩 수당을 받았다. 이러한 활동에 국방부 정보예산에서 활동비가 집행됐다.

경향신문이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2013년 1월 자가 대외활동 예산집행 증빙서류’에 따르면, 사이버사 심리전단 요원 115명은 이 문건에 계급·성명·사이트명·블로그명·작전지역 등을 기입한 뒤 서명하고 1인당 25만원씩을 수령했다. 사이버사 요원들이 개설한 블로그는 네이버 108개, 다음 5개, 네이트 1개, 판도라 1개 등이다. 작전지역은 자가(자택) 78곳, 관사 21곳, 레스텔(군복지시설) 16곳 등으로 적시돼 있다. 주간이나 근무일에는 사무실에서 댓글 공작을 수행하고, 야간이나 휴일에는 주거지에서 블로그를 이용해 정치 공작을 벌인 것이다.

김해영 의원은 “사이버사는 2013년 한 해 국방부로부터 블로그 활동에 사용할 명목으로 정보예산 6억8100만원을 배정받았다”면서 “첫 번째 댓글 수사 당시 국방부 조사본부와 검찰단 수사에서 불법 SNS 활동의 실상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만큼 이번엔 제대로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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