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민간 여론조작 조직 ‘알파팀’을 이끌었던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가 2012년 대선을 3개월여 앞둔 2012년 9월부터 국정원의 지시로 ‘언론닷컴’(http://unron.com)이라는 기사 창고형 ‘미디어 플랫폼’을 만들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직전인 2016년 6월까지 운영했다는 증언이 나와 파문이 예상된다. 한겨레21은 1184호를 통해 이 같은 특종을 내놓으며 국정원의 ‘언론농단’ 실체를 추적했다.

한겨레21 1184호에 따르면, 김 대표가 운영한 ‘언론닷컴’은 ‘대한민국 오피니언 리더가 모여 자유롭게 글을 올리고 SNS로 이를 정확히 전파하는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실험’을 기치로 내걸고 보수 논객 70여 명의 글을 모아 SNS를 통해 확산시키던 이른바 우파들의 ‘미디어 실험 프로젝트’였다. 

이 플랫폼 게시 글 가운데 KBS·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들 것도 있어 공영방송 이사들이 ‘국정원 언론농단’ 행동대장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최초 확인돼 보도가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  

▲ 국가정보원의 민간 여론조작 조직 ‘알파팀’을 이끌었던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가 2012년 대선을 3개월여 앞둔 2012년 9월부터 국정원의 지시로 ‘언론닷컴’이라는 기사 창고형 ‘미디어 플랫폼’을 만들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직전인 2016년 6월까지 운영했다는 증언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한겨레21은 1184호를 통해 이 같은 특종 보도를 내놓으며 국정원의 ‘언론농단’ 실체를 추적했다. 사진=한겨레21 커버
▲ 국가정보원의 민간 여론조작 조직 ‘알파팀’을 이끌었던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가 2012년 대선을 3개월여 앞둔 2012년 9월부터 국정원의 지시로 ‘언론닷컴’이라는 기사 창고형 ‘미디어 플랫폼’을 만들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직전인 2016년 6월까지 운영했다는 증언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한겨레21은 1184호를 통해 이 같은 특종 보도를 내놓으며 국정원의 ‘언론농단’ 실체를 추적했다. 사진=한겨레21 커버
알파팀 멤버이자 김 대표에게 ‘언론닷컴’의 홍보 담당자로 합류하라는 권유를 받았던 ㄱ씨는 최근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언론닷컴은) 국정원의 지시에 따라 우파 논객 양성, 여론 호도, 보수담론 아카이빙 등 복합적 목적을 갖고 추진됐던 프로젝트”라며 “언론닷컴에 보수 성향의 글을 모아두고 블로그, 카카오톡, 페이스북 같은 SNS 전파용 숙주로 쓰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21이 접촉한 한 국정원 관계자도 언론닷컴에 대해 “2012년 대선 전후에 (국정원이) 워낙 많은 일을 벌여 정확히 어느 부서의 누가 수행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국정원에서 한 일이라고 생각된다”며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좌파를 속칭 전멸시키는 작업은 단순히 한 부서나 몇 가지 주제로는 안 되고 국정원 능력을 총동원해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겨레21은 “국정원이 주도한 여론조작 프로젝트인 언론닷컴에는 모두 76명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한국 사회에서 보수담론을 적극 생산하는 사람의 수가 한정돼 있음을 고려할 때, 사실상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논객을 총망라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겨레21에 따르면, 언론닷컴에 기명 필진으로 이름과 사진을 올린 이들은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소설가 복거일씨, 뉴라이트 정치학자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자유통일포럼 대표 정창인씨,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 전원책 변호사 등이다. 

뿐만 아니라 KBS·MBC 등 공영방송 이사인 강규형 명지대 교수(KBS 구여권 이사),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 원장(방송문화진흥회 구여권 이사), 조우석 문화평론가(KBS 구여권 이사), 차기환 변호사(KBS 구여권 이사) 등도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다.

▲ 조우석 KBS 구여당 추천 이사(왼쪽)와 차기환 이사. (사진=정규재TV, TV조선 화면)
▲ 조우석 KBS 구여당 추천 이사(왼쪽)와 차기환 이사. (사진=정규재TV, TV조선 화면)

한겨레21은 “물론 언론닷컴에 글을 썼던 이들 모두가 국정원의 개입 여부를 사전에 인지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홍보 담당자로 합류하라는 권유를 받은 ㄱ씨는 ‘직접적으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간접적으론 다 알았을 것‘이라는 개인적 견해를 밝히며 ’김성욱 대표가 모두 섭외한 것은 아니다. 분야별로 필진을 취합하는 다리 역할을 한 인사들이 있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한겨레21에 따르면, ㄱ씨가 김성욱 대표에게 “언론닷컴을 어디서 운영하느냐?”고 묻자, 김 대표는 “나라 뒤집어지는 것 보고 싶으면 국정원에서 운영한다고 말하라”며 ‘함구령’을 내렸다고 한다.

한겨레21은 “ㄱ씨의 증언이 맞다면, 국정원은 김 대표 등 대리인을 내세워 우파 논객을 한데 묶고 이들이 쓴 글을 SNS로 확산시키려 하는 등 적극적인 ‘콘텐츠 기획자’ 같은 면모를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며 “물론 국정원이 블랙리스트 연예인 등과 관련해 일부 직접 콘텐츠를 생산한 적도 있었지만,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등 우파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특정인을 공격하기 위한 용도의 ‘짤방’(이미지)이 대부분이었다. 언론닷컴은 국정원의 기획과 지시 아래 김성욱 대표 등 ‘외곽팀장’이 보수 논객을 총망라해 보수담론의 확산과 정부 정책의 해설·논평을 진행한 첫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겨레21이 보수 논객 70여 명이 4년에 걸쳐 언론닷컴에 올린 글을 분석한 결과, 언론닷컴 게시글은 2012년 9월부터 급증해 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간의 박빙 승부가 이뤄지던 2012년 12월 정점을 찍었다.

이후 서서히 글이 줄어들다가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3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순실씨의 남편 정윤회씨의 비선 실세 논란이 불거지자 다시 폭증했다. 

글의 주제는 2012년 대선 주요 후보인 ‘박근혜’와 ‘문재인’과 관련된 것이 가장 많았고 북한 정권, 북한 핵, 규제개혁, 통일 대박론, 철도노조 파업 대처 등 보수 정책에 대한 글도 많았다고 한다.

한겨레21은 “이를 통해 언론닷컴이 1차적으로 2012년 12월 대선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이후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거나 박근혜 정권의 정책을 선전하며 정권에 유리한 여론을 만들기 위해 활동했음을 알 수 있다“며 ”언론닷컴의 활동은 국정원의 여론 공작이 ‘여론을 모아, SNS로 전파하는’ 미디어 실험을 할 정도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여론 공작이 ‘아고라-포털 댓글-트위터’ 등 연성 전략에 집중됐다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 여론 공작은 ‘직접 콘텐츠 생산-SNS 유통’으로 초점을 바꾸는 경성 전략으로 전환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한겨레21은 또 “언론닷컴의 활동도 그에 맞춰 철저히 ‘보수 콘텐츠 생산과 집약, 그리고 SNS 확산’이라는 목적에 맞춰 충실하게 기획·운영됐다”며 “미디어 플랫폼에 최적화하기 위해 ‘팀 블로그’ 형태로 운영됐고, 새로 생산한 글과 다른 미디어에 썼던 글을 모아 필요할 때마다 뉴스로 가공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박근혜 정부를 관통하는 특정 시기와 선거를 앞두고 글이 집중되는 양상을 보인 것은 누군가의 지시나 기획 속에 글이 작성됐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한겨레21은 현재 언론닷컴에 남아 있는 글 3144개를 빅데이터로 삼아 분석한 뒤 단어 사이 연결망을 통해 보수 논객들의 편파성을 지적했다. 이는 1184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강규형 KBS 구여권 이사(왼쪽)와 김광동 방송문화진흥회 구여권 이사.
▲ 강규형 KBS 구여권 이사(왼쪽)와 김광동 방송문화진흥회 구여권 이사.
이 가운데 공영방송 이사(KBS 구여권 강규형·조우석·차기환 이사, 방송문화진흥회 구여권 김광동 이사)들은 언론닷컴에 어떤 글을 썼을까.

한겨레21이 언론닷컴 게시글을 전수 조사한 결과(2012년 2월27일~2016년 5월3일)에 따르면, 강규형 이사가 43건으로 가장 많고 김광동 이사가 18건, 조우석 이사 11건, 차기환 이사 2건이다.

강 이사는 ‘노래는 강남스타일 싸이는 강남좌파스타일’이라는 글에서 싸이가 고 신해철과 함께 부른 ‘Dear America’(2004년) 가사를 언급하며 “반미가 아니라 반인륜적인 내용”이라며 “‘강남좌파’의 위선적인 그리고 매우 편리한 자기기만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밝혔다.

또 강 이사는 광우병 소고기 파동 당시 사회적 발언으로 화제가 됐던 배우 김규리씨를 언급하며 “무개념 발언이 물의를 일으키고 비판의 대상이 되자 그 여배우는 슬그머니 자기의 이름을 동갑인 다른 여배우 이름과 같은 ‘김규리’로 바꿨다. 그 발언에 대한 한 마디 사과도 없이…. 그 이후 이 여배우의 별명은 ‘청산규리’가 됐다”고 조롱했다. 김규리씨에 대한 공격이 MB 정부 국정원의 기획이었음이 최근 밝혀진 가운데 강 이사 글 역시 비슷한 목적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우석 이사는 JTBC에 대해 “좌파 상업주의 처신으로 기대를 저버렸다”고 주장했고 포털에 대해서는 “거의 악질적인 다음카카오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네이버”가 “좌편향”됐다고 지적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병역 문제를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 것을 개탄하기도 했으며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을 “혼자 싸우게 만드는 이 사회의 체제수호 능력”을 “개탄”하기도 했다.

차기환 이사는 ‘여론 정치와 천민민주주의’란 글을 통해 KBS의 문창극 낙마 보도에 대해 “백을 흑이라고 한 것”으로, “누가 봐도 명백한 오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 여론 조작을 추적하고 있는 김완 한겨레21 기자는 “이들은 방송 장악에 부역한 ‘적폐 이사’로 규정되어 사퇴를 요구받고 있다는 점과 국정원이 작성한 ‘공영방송 장악 문건’들을 실행에 옮긴 ‘행동 대장’들이란 공통점을 갖는다”며 “언론닷컴은 보수 담론의 허브 구실을 하며, 곳곳에서 작성된 글들을 모아 보수 담론이 SNS로 퍼져나가는 창고형 모델로 기획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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