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발생한 한국타이어 노동자 산재 사망 사고 경위가 채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회사 측이 위험한 작업환경을 방치해 온 정황이 다수 발견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정련공정에서 일해 온 최아무개씨(33)는 지난 22일 오후 7시10분 경 고무 원단을 운반하는 컨베이어 벨트에 머리 등 신체가 협착된 상태로 발견돼 사고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사인은 두개골 함몰 및 과다출혈로 인한 질식사로 알려졌다.

23일 유족 등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컨베이어 벨트 설비는 사람이 수작업을 할 여건을 갖추지 않은 장비였다. 기계 외부에서 버튼을 조작해 작동시키는 설비로, 작업 노동자가 직접 기계 안으로 들어갈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 사고가 발생한 컨베이어 벨트와 동일한 설비 사진.
▲ 사고가 발생한 컨베이어 벨트와 동일한 설비 사진.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에 따르면 해당 설비엔 벨트 내 고무 원단이 끊어지는 등 문제가 발생해도 고무를 다시 끌어올리는 장비가 갖춰져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황상 작업 노동자가 수작업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해당 장비가 실제 공정에서 거의 가동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타이어지회 관계자는 “해당 장비는 고장 등의 이유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고무를 집어 올리지 못해 관행적으로 사람이 직접 끌어올리는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고 해왔다”면서 “이런 상황임에도 회사가 안전 개선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회에 따르면 해당 설비에서 작업자 팔이 부러지는 등 과거에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 발생 시 기계를 멈추는 ‘비상스위치’도 피해자의 손 닿는 위치에 설치 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회는 “비상스위치와 연결된 선이 설비에 달려있었지만 컨베이어 벨트 사이로 자세를 낮춘 피해자가 전혀 손을 댈 수 없는 거리였을 것“이라며 “사고 당시 무용지물이었을 것“이라 지적했다.

각 공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심해 작업자가 위험 환경에 더 취약했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지회 관계자는 “현장은 넓고 사람은 별로 없고 소음때문에 소리가 잘 안들리는 위험한 환경”이라면서 “당시 목격자가 사고를 발견하고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후 현장 방문 및 관계자 면담 등을 가진 유족에 따르면 공장 내엔 ‘2인1조’ 작업 수칙 등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는 해당 설비에서 혼자 작업을 하다 사고 발생 후 발견됐다.

협착된 기계 사이는 손바닥만 들어갈 정도로 간격이 좁아 사고 경위에 의문을 더하고 있다. 한 유족은 “두개골이 함몰되며 기계에 빨려 들어간 상황이다. 무릎, 팔 다리는 멀쩡하다”면서 “(밖에서) 수동으로 조작되는 기계인데 어떻게 사람이 설비에 들어갔는지, 어떻게 머리 부분이 끼어서 사망하게 됐는지, 사람이 어떻게 거기(기계 사이)에 들어가게 됐는지 아무도 모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해당 공정은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의 작업중지 명령으로 인해 설비 가동이 중지된 상태다.

한편 한국타이어 측은 사고 현장 조사에 사내 교섭대표 노조인 한국타이어 노조(한국노총 고무산업노련 산하)의 참여만 허가하고 복수노조인 한국타이어지회(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의 참여는 막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타이어지회는 이에 대한 항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23일 오후 3시 경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을 방문할 예정이다. 지회 관계자는 “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고 현장 조사 참여 권리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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