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언론통제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들이 오간 사실이 공개됐다. 

SBS ‘그것이알고싶다’ 제작진은 21일 “청와대에서 거론되기에 부적절한 주제들”이었다며 ‘비서실장 지시사항 이행 및 대책 세부분석’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은 이재정 민주당 의원의 국가기록원 열람을 통해 세상에 공개됐다. 문건의 작성시기는 2015년 3월부터 2016년 10월까지로 당시 비서실장은 이병기, 이원종이다. 

먼저 언론을 통한 우호적인 여론조성이다. 2015년 10월6일 이병기 전 비서실장은 미국 워싱턴타임즈가 “VIP 방미행사 특집판을 제작하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는데 국내에 릴레이 기사로 이어지지 않아 아쉽다”며 “국내 언론에 최대한 연계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 ‘비서시장 지시사항 이행 및 대책 세부분석 문건
▲ ‘비서시장 지시사항 이행 및 대책 세부분석 문건
▲ SBS '그것이 알고싶다' 21일자 방송화면 갈무리.
▲ SBS '그것이 알고싶다' 21일자 방송화면 갈무리.
2015년 11월25일 회의에서는 창조경제박람회와 관련해 “이 박람회가 (창조경제) 성과를 홍보할 좋은 기회인데 김영삼 전 대통령 영결식으로 인해 성과홍보가 묻힐 가능성이 있으므로 경제지를 중심으로 집중홍보가 이뤄지도록 하라”고 미래전략수석에게 지시했다. 

MBC 새마을운동 다큐멘터리와 관련해선 “필리핀이나 베트남 등 다른나라로 확대될 수 있도록 홍보를 잘하라”고 했고 누리예산을 다룬 2016년 1월8일 조선일보 1면 보도에 대해서는 “이런 기사 내용이 지상파와 종편에 보도되도록 할 것”을 지시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청와대는 관제성격의 시민단체를 이용해 여론을 ‘조작’하기도 했다. 국정교과서와 관련해  이 전 실장은  2015년 10월16일 회의에서 “국정화 지지표명, 기자회견, 성명발표 등이 오늘 내일 사이에 실행되도록 조치해 줄 것”을 지시했다. 

이어 “역사교과서 정상화에 대해 지상파나 종편 등 매체에는 상당히 우호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으나 젊은 층이 주로 활용하는 SNS 상에서는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며 “뉴미디어에서 긍정여론이 흐름을 주도할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지시했다. 

▲ ‘비서시장 지시사항 이행 및 대책 세부분석 문건
▲ ‘비서시장 지시사항 이행 및 대책 세부분석 문건
언론사나 프로그램에 대한 ‘대응’ 방안도 논의됐다. 이 전 실장은 2015년 3월23일 회의에서 KBS 다큐멘터리 ‘뿌리깊은 미래’를 두고 “어떻게 공영방송 KBS가 이러한 다큐를 제작, 방영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점검을 지시했다. 

이후 실제 해당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인 ‘경고’를 받아 논란이 됐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공정성) 1항과 제14조(객관성)를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청와대에서 ‘제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언급된 지 불과 한 달 만이었다. 

2015년 11월13일 회의에서는 SBS가 언급됐다. “SBS에서 예전 주한미군의 기지촌 주변 성매매 문제, 베트남 전쟁시 한국군의 베트남 여성 문제 등을 부각시키려 하는데 SBS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해보고 사회적 파장이 없도록 대응”하라는 내용이다. 

세월호 2주기 직전인 2016년 4월10일 회의에서는 “외신기자 간담회, 정부비판 영화인 ‘업사이드다운’ 개봉 등을 통해 비판세력이 재이슈화를 시도하고 있고 SBS ‘그것이 알고싶다’ 에서도 방송예정이라는데 관계수석들은 상황관리를 철저히 할 것”이라는 내용이 오갔다. 

2015년 7월6일에는 JTBC ‘뉴스룸’, KBS ‘추척60분’ 등을 ‘문제 프로그램’ 이라고 언급한 뒤 “방통심의위 제재처분에 대해 방송사들이 행정소송을 제기, 계속 승소하고 있다”며 “방통심의위가 보다 책임감있게 검토 심혈을 기울이는 등 대책을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 

청와대는 이처럼 언론을 통제하는 동시에 ‘종합편성채널’의 경우는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실장은 2015년 12월13일 회의에서 “민노총과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지금의 비판적 여론이 조성되는데 종편이 일정부분 기여를 한 만큼 내년도 국정 4년차 홍보와 관련해서도 긴밀한 협조”를 지시했다. 

▲ SBS '그것이 알고싶다' 21일자 방송화면 갈무리.
▲ SBS '그것이 알고싶다' 21일자 방송화면 갈무리.
2015년 7월19일 회의에서는 “몇몇 패널이 종편에 고정출연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우호적 패널의 발굴, 확보 노력도 필요하다”는 내용이 오갔고 2016년 2월 14일 회의에서 이 전 실장은 “여론전에서 밀리지 않도록 전문가 언론기고, 종편 출연 등을 통해 정부입장을 충분히 설명하도록 할 것”을 지시했다. 사실상 종편이 정부의 홍보기관으로 기능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2016년 4월4일 회의에서도 “북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총선 정국에 묻혀 안보불감증이 우려되는데, 전문가 및 여론주도층의 언론 기고, 종편을 포함한 TV 출연 등을 통해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고취하는 노력을 지속전개”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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