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을 받고 기사를 내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여러차례 받아온 네이버가 처음으로 문제를 시인했다. 네이버는 ‘일반 기사’와 ‘스포츠 콘텐츠’ 운영방식의 차이를 강조하면서 뉴스편집에 대한 논란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고 나섰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20일 오후 사과문을 내고 “네이버스포츠 담당자가 외부의 기사 재배열 요청을 일부 받아들인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스포츠매체인 ‘엠스플뉴스’는 20일 네이버가 업계의 청탁을 받고 스포츠 기사를 재배열한 정황을 담은 의혹을 보도했다.

엠스플뉴스가 공개한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2016년 10월3일 ‘한국프로축구연맹’ 소속 김아무개 홍보팀장이 네이버 이사에게 “휴일에 전화 드려 죄송하다”면서 오마이뉴스의 “한국프로축구연맹, 누군가를 처벌할 자격이 있나” 제하의 기사를 내려줄 것을 요청했고, 몇시간 후 감사하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문자메시지에 등장하는 네이버 이사는 네이버 금현창 스포츠셀 이사이며 프로축구연맹 소속 김 팀장은 현재 퇴사한 상태다.

▲ 한성숙 네이버 대표. 사진=네이버 제공.
▲ 한성숙 네이버 대표. 사진=네이버 제공.

이 같은 재배열 요청이 비일비재했을 가능성이 있다. 엠스플뉴스가 공개한 문자메시지에서 김 팀장은 “K리그의 기사 관련한 부탁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 이번 한 번 부탁드립니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기사배열에 관련한 청탁을 여러차례 했을 가능성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20일 현재 김 전 팀장의 핸드폰은 전원이 꺼져 있다.

논란과 관련 한성숙 대표는 “‘네이버스포츠’는 뉴스뿐 아니라 스포츠 생중계, 동영상 클립, 기록 데이터 등 다양한 스포츠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면서 “서비스 특성상 스포츠 관련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각종 협회, 구단, 단체 등과 협력하고 있으며 프로축구 중계권을 가진 한국프로축구연맹과 같은 협회와도 언로가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네이버 스포츠의 경우 사업 제휴와 뉴스 서비스 조직이 일원화돼 있어 이해관계자의 영향력이 직접적으로 닿을 수 있었다는 게 네이버의 설명이다.

한 대표는 대책으로 △사업 제휴와 뉴스 서비스가 혼합된 조직 분리 △AI추천기술 통해 편집자가 배열하는 영역 축소 △기사배열 책임자 일원화 △투명성위원회 통한 배열 점검 △창작자 및 콘텐츠 선별 및 배열에 대한 기준 마련 △감사 및 담당자 징계 진행 등을 발표했다.

이처럼 네이버는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일반적인 뉴스 편집에서는 벌어지지 않는 특수한 경우라는 점을 드러냈다. 이번 논란이 일반적인 기사 배열에 관한 의혹과 연계될 가능성을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한겨레는 2015년 삼성 미래전략실 전무가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 “네이버와 다음에서 기사들이 모두 내려갔다”며 “포털 쪽에 부탁해뒀다”는 내용이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지난 19일 2015년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비판 세력들의 주된 활동 사이버공간이 ‘네이버’라면 그 경영진을 적극 설득, 순화시키는 노력도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지시를 내린 문건을 보도했다.

물론, 네이버는 관련 의혹을 부인해왔다. 그러나 스포츠 콘텐츠건 일반 뉴스건 이해관계자가 담당자에게 연락을 해 청탁을 할 수 있는 구조는 같다는 점에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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