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속수당 3만원 도입’을 촉구하는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이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노사 간 교섭이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총파업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부와 시도교육청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 적극적 노력을 촉구”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시키는 꼼수를 중단하고, 노동조합의 최소한의 요구안인 2년차부터 근속수당 3만원 제도를 올해 우선적으로 도입해 학교 비정규직 차별해소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시키는 꼼수를 중단할 것"을 교육부 측에 요구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시키는 꼼수를 중단할 것"을 교육부 측에 요구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이어 국정감사에 돌입한 국회를 향해 “야당 시절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던 현재의 여당 국회의원들에게 촉구한다”며 “학교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주요한 국정감사 의제로 정하고, 이를 외면하는 정부와 교육당국에 대한 강력한 비판과 개선대책 수립을 촉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측인 교육부 및 교육청이 근속수당 3만원 도입과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시도 철회를 약속하지 않으면 오는 25일 전국적인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교섭이 타결될 지는 불확실하다. 연대회의 소속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는 20일 "어제 이뤄진 교섭은 별다른 진전 없이 종료됐다"며 "사측은 여전히 209시간 전환 전제를 고집하며 단식농성 전, 9월 26일 최종안에서 거의 변화가 없는 안을 들고 왔다"고 밝혔다. 

연대회의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40여 명은 지난달 26일 교섭이 파행을 맞은 후 다음날인 27일부터 지난 11일까지 15일 간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단식농성을 진행했다. 김상곤 교육부장관을 비롯해 조희연(서울시)·김석준(부산시)·장휘국(광주시)·박종훈(경남도) 교육감 등은 지난 10일 농성장을 방문해 ‘집단 교섭 파행 사태에 대한 무거움 책임감을 느끼고 성실히 교섭에 임하겠다’며 단식농성 철회를 촉구했다.

연대회의는 교섭 재개 국면에 들어서며 지난 11일 단식 농성을 해제했다. 이후 20일까지 교육청과 연대회의 간 두 차례 실무교섭이 진행됐다. 오는 24일까지 교섭이 타결되지 않으면 학교 현장은 총파업 국면에 들어서게 된다.

노조 209시간 주장할 때 243시간 관철한 교육청, 임금 인상되니 도로 209시간 주장

교섭이 파행으로 치달은 요인은 교육청 측이 제안한 ‘시급산정 월기준시간 수 변동안’이다. 연대회의는 교육공무직(혹은 학교회계직)으로 분류되는 학교 비정규직 2년차 노동자부터 근속수당 3만원을 책정하는 근속수당 체계를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교육청은 이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시급산정 월기준시간을 기존 243시간에서 209시간으로 변경하는 안은 받아들일 것을 연대회의 측에 제시했다.

연대회의는 “최저임금액 위반을 피해가면서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무력화시키는 꼼수”라며 즉각 반발해 단식에 돌입했다. 교육청 안 대로라면 시급 계산 방식만 달라짐으로써 2017년 법정최저임금을 유지해도 2018년 최저임금 ‘7530원‘ 기준을 위반하지 않게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존 243시간에 7530원을 곱한 183여 만 원을 2018년 기본급으로 예상했다. 교육청 209시간을 적용하면 2017년 월 기본급인 160여 만 원을 유지해도 시급이 7660원(160만 원÷209시간)이 산출돼 기본급을 인상할 필요가 없다.

2017년 임금에 근속수당 3만원을 도입할 시 예상되는 소요 예산은 연간 1천5백 억 원으로 집계된다. 시급산정 기준시간 243시간 체계를 유지하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기본급 산정에 적용할 경우 2018년 추가되는 예산은 750억 원 가량으로 예상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애초 교육청이 ‘243시간’을 기준시간으로 정한 이유도 비정규직 임금 인상을 줄이려는 시도였다고 주장한다.

교육부 측은 2014년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을 연봉제에서 월급제로 전환하며 토요일을 유급휴일로 처리해 월 기준노동시간을 243시간으로 정했다. 연대회의는 ‘209시간’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했으나 교육청 측은 시간외근무수당과 연차휴가수당 책정 기준이 되는 시급이 증가해 예산 부담이 생긴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그러던 중, 2018년부터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인상되고 향후에도 인상될 것이 예상되자 사용자측은 최저임금 위반여부를 시급기준으로 판단한다는 점을 악용했다”며 “월 소득은 그대로 둔 채 기준 시간 수만 하향시켜 시급만 인상시키는 꼼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 비판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예산부담’ 지적에 대해 “학교엔 공공부문 중 가장 많은 비정규직이 일하다보니 인원수가 많기 때문에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1인당 소요예산은 그리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분석 결과 근속수당 3만원이 도입되면 1인당 연간 약 1백만 원(월 급여 기준 약 8만 원) 가량이 증가한다.

이들은 또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최저임금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던 저임금 비정규 노동자들의 임금도 인상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며 “비정규직 차별해소를 위해서 예산이 많이 소요되는 것은 그동안 비정규직이 저임금과 차별적 처우를 감수해가며 일해왔다는 것을 오히려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임금과 정규직과의 임금책정 구조 차별 적용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대표적인 차별 문제다.

연대회의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조리실무사의 기본급 시급은 6366원으로 최저임금보다 336원 가량 높다.

2016년 기준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정규직의 60% 수준이다. 임금 격차는 근속이 늘수록 커진다. 2017년 기준 1년차 비정규직 영양사 급여의 경우 정규직의 72.4%지만 10년차 비정규직 영양사는 정규직의 58.4%, 20년차는 정규직의 47.2%를 받는다.

정규직과의 차별적인 임금구조는 임금 격차를 심화시키는 핵심으로 지목돼왔다. 호봉제가 적용되는 정규직의 경우 해마다 기본급, 정근수당 등이 인상해 매년 8~10만 원 수준의 임금이 인상된다. 반면 비정규직의 경우 장기근무가산금 명목으로 1년에 2만원씩 인상된 수당이 지급되며 이마저도 4년차 직원부터 적용된다. 상한금액은 35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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