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우리와 손잡으려는 상대 당에서도 기반을 더 확대하려면 호남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호남 지역주의 포기는) 맞지 않는 주장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 논의를 하려면 햇볕정책과 호남 지역주의를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제안에 대해 “상대방의 기반을 버리라고 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안 대표는 20일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가진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어쨌든 영·호남 통합으로 지금까지의 여러 지역주의 폐해를 없앨 수 있다면 정치 발전 아니겠냐”며 “(유 의원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봐야 그 사람의 진의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유 의원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합치면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국민의당 내부 여론조사와 관련해 “지금 같은 안보 상황에서 과거 햇볕정책을 버리고 강한 안보를 지지하겠다고 하면, 또한 특정 지역에만 기대는 지역주의를 과감히 떨쳐내겠다고 한다면 그런 분들과 통합 논의를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국민정책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4∼15일 전국 성인 1000명(응답률 13.6%)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 때 정당 지지율은 19.7%로 나왔다. 이는 국민의당(6.4%)과 바른정당(6.8) 개별 정당 지지율을 합한 것(13.2%)보다 6.5%p 높은 수치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민중의소리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민중의소리
하지만 안 대표는 양당의 통합 논의는 “너무 앞서나간 얘기”라며 아직 유 의원을 직접 만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우리 내부에서 먼저 이야기를 나누고 외부 여러 상대와 이야기하면서 접점을 찾는 가운데서 어떤 방향성이 생길 것”이라며 “국정감사 이후 당내 소통과 동시에 유 의원과도 서로 이야기를 나눠봐야 상대방 생각도 알 수 있고, 오해하고 있는 부분도 푸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 햇볕정책에 대한 입장도 많이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선 “햇볕정책이 무엇이냐에 대해 사람마다 생각이 달라서 찬반만 따지면 더는 발전적으로 이야기가 진전되지 않는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북핵문제를 어떻게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인지를 서로 동의할 수 있다면 구태여 생각이 서로 다르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 대표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은 보수우파, 진보좌파 양 진영과 영·호남 양 지역에서 모두 배척받는 기형적인 정당이 될 것’이라고 폄하한 것에 대해서도 “(홍 대표가) 자아비판을 했다”고 꼬집었다.

안 대표는 “우리는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문제 해결 정당’ 되기 위해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함께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창당 때부터 얘기했다”며 “내 목표는 우리당의 외연을 확대하고 지지 기반을 넓혀서 지지율을 높이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기는 것이고, 그게 당원들이 나를 (대표로) 뽑아준 이유”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씨가 인권침해를 호소하고 있다는 CNN 보도와 관련해 안 대표는 “(박씨는) 지금 말할 자격이 없다”면서 공식적인 비판을 아끼는 이유에 대해 “지금 어떡하든 관심 받아 다시 지지세를 결집하려 하는데 이용당할 수 없는 거 아니냐”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다음 달 7일 방한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 대해선 “솔직히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걱정”이라며 “우리 정부가 미리 소통해서 우리나라 국익을 위해서 가장 도움이 되는 발언을 하게 하는 게 외교인데 지금 외교·안보가 너무 잘 안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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