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정부 비난 언론 매체에 공익광고 주지 마라”

또 청와대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보도와 게시글에 대해 재갈을 물리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20일 한국일보가 단독보도한 2014년 11월 26일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결과’ 문건에 따르면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들이 언론 매체에 공익광고나 시책광고를 주는 영역에 있어서는 아직도 언론 매체 성향이나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그냥 집행해 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김기춘 실장은 “향후 정부 광고발주 관행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당시 유민봉 국정기획수석과 조윤선 정무수석, 윤창번 미래전략수석, 김상률 교육문화수석에게 내렸다.

▲ 20일 한국일보 보도.
▲ 20일 한국일보 보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활용하라는 지시도 있었다. 2014년 8월8일 문건에서 김기춘 실장은 “사실과 다르게 과장, 왜곡보도 하는 경우가 많은 언론 환경 하에서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좋은 제도적 장치 중 하나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라며 “정부 여당에 대한 부당한 과장, 왜곡, 명예훼손 보도시에는 정부당국에서 일일이 지적하기에 앞서 건전한 시민단체 등이 홈페이지에 문제점을 적극 지적하는 등 방심위 기능을 적극 활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수석들에게 지시했다.

보수단체를 동원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넣고, 심의 제재를 통해 방송사를 길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방통심의위에 대한 언급은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수석비서관 회의 메모를 담은 비망록과 최근 공개된 청와대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개입 문건 등에서도 드러난다.

정부에 비판적인 게시글에 대한 대응도 적극적이었다. 세월호 참사 열흘 뒤인 2014년 4월25일 김기춘 실장은 “SNS나 인터넷에 유언비어, 국론분열 발언, VIP(박 전 대통령) 비방 등이 제기될 때는 일단 해당 사이트에서 즉각 내리도록 하는 조치와 함께 이를 응징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 판단하여 처리할 것”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한국일보는 “비판 여론에 귀 닫고 소통하지 않았던 박근혜 정부의 성향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신고리 운명의 날

20일 ‘신고리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신고리 5, 6호기 원전의 건설여부에 관한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한다. 앞서 정부는 471명의 시민 참여단으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원전 건설여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바 있다.

결과는 어떻게 될까? 동아일보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추이를 예측할 수 있다”면서 “설문결과 오차범위를 넘을지 미지수”라고 밝혔다. 최근 실시된 10월 18일 여론조사에서 ‘공사재개’ 의견이 43.2% ‘공사중단’ 의견이 43.8%로 팽팽했다. 한국일보 역시 “(여론조사 결과)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공론조사도 비슷한 양상이 펼쳐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 20일 경향신문 보도.
▲ 20일 경향신문 보도.

공론화위의 권고안은 ‘공사중단’이나 ‘공사재개’ 중 한쪽에 쏠리면 그 내용이 결론이 된다. 반면 의견차가 오차범위 내면 다양한 의견을 반영한 중립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한다. 한국일보는 “(오차범위 이내면) 권고안을 토대로 정부가 결정하는 상황”이라며 “이 경우 정부가 건설 재개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예측이 다소 우세하다”고 전망했다.

사실상 공사재개 가능성이 조금 더 높은 상황에서 동아일보는 “탈원전 정책에 대한 민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이번 공론조사의 목적은 신고리 5,6호기의 공사재개여부를 가리는 것”이라며 “탈원전이냐, 원전 유지냐와 같이 한 나라의 원전 정책 일반을 판가름하는 것이 아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구체적인 사안을 따지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신고리 5,6호기의 공사진척률이 29%에 달하고 이미 1조6000억 원의 비용이 투입된 점을 감안한 특수한 상황에서 나온 결정을 두고 ‘탈원전’에 대한 종합적인 견해로 생각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한솥밥 먹을 수 있을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한솥밥을 먹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두 당은 19일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됐던 통합 논의를 공식화했다. 안철수 대표는 “더 큰 국민의당을 만들어 중도 통합 중심이 되겠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도 “국민의당에서도 개혁보수 가치에 공감하면서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분들이 있고 이분들과 통합 논의를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왜 갑자기 양당의 통합 논의가 본격화된 것일까. 경향신문은 “보수통합 움직임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과 관련이 깊다”면서 “탈당파의 한국당 합류가 가시화되면서 비교섭단체로 쪼그라들 위기에 처한 바른정당 자강파의 생존전략, 민주당과 연정·통합에 부정적인 국민의당 안철수계·수도권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20일 한겨레 보도.
▲ 20일 한겨레 보도.

한겨레는 “대북정책과 지역기반 등 정체성에 어긋나는 지점”을 언급하며 “두 당이 통합 수준까지 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많다”고 내다봤다. 경향신문 역시 “이념 성향은 물론 지역기반이 달라 결합이 쉽지 않다”면서 “통합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민의당에서는 박지원 전 대표, 천정배 의원 등 호남 지역구, 진보 성향 의원들이 보수정당과 통합에 비판적이다. 특히, 유승민 의원이 ‘햇볕정책 포기’를 요구한 데 대한 반발이 거세다.

이번 통합 논의에 대해 언론은 온도차를 보였다. 중앙일보는 사설 “중도보수 통합신당 논의, 옳은 방향이다”를 통해 “건강한 보수층이 대통령 탄핵 후 구심점을 잃고 흔들리는 상황을 극복할 합리적 대안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햇볕정책을 금과옥조로 여기던 국민의당이 케케묵은 안보관에 갇혀 있는 바른정당과 합친다면 어떤 논리로 설명할지 궁금하다”면서 “통합론에 대한 심사숙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근혜의 ‘정치투쟁’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을 거부했다.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단 사임 후 처음 열린 19일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향후 국선변호인이 지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등 재판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는 이 같은 박근혜 전 대통령측의 대응을 ‘박근혜식 정치투쟁’이라고 명명했다. 재판 거부와 탈당 거부를 강조하고 외신을 통한 여론전을 벌이면서 “박근혜식 정치에 익숙한 핵심 지지층의 결집 효과”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역시“ 법원의 구속기간 연장 결정으로 판결이 불리하게 나올 것으로 확실시되자 국면전환으로 처벌을 면해보겠다는 속셈”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이달 말 대규모 태극기 집회가 예정돼 있다. 한겨레는 “문재인 정부 중반쯤 확정판결이 나올 경우 국민통합을 주장하는 보수층의 사면 요구 명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일보는 “국가 최고지도자였던 박 전 대통령이 분열의 구심점을 자처하는 것은 극히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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