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씨가 인권 침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자, 법무부와 정치권이 반박한 데 이어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박씨에 대한 여론도 점점 악화되는 모습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박씨의 해외법률컨설팅을 맡고 있는 MH그룹은 유엔 인권이사회에 박씨가 ‘더럽고 차가운 감방에 갇혀 있으며,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도록 계속 불을 켜놓고 있는 등 인권침해를 받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박씨가 일반 수용자들은 상상하기 힘들 만큼 자주 구치소장과 면담하고 특혜를 받는 등 ‘황제 수용’ 생활을 하고 있다는 보도와 상반된 내용이어서 박씨의 국제 여론전이 되레 역풍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도 즉각 반박 자료를 내놨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18일 박씨의 인권침해 주장 관련 설명자료를 통해 “바닥 난방시설과 TV, 사물함, 수세식 화장실 등이 구비된 적정 면적의 수용거실에 있다”면서 “취침 시간에는 수용자 관리·보호를 위해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정도의 조도를 낮추고 있다(수용실 내 전등 3개 중 2개 소등)”고 밝혔다.

▲ 지난 18일 jtbc ‘뉴스룸’ 리포트 갈무리.
▲ 지난 18일 jtbc ‘뉴스룸’ 리포트 갈무리.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교정시설 세부현황표를 보면 박씨가 수감된 10.08㎡(약 3평) 면적의 방은 독거실 현황표에 등재조차 안 된 ‘특실’이었다.

박 의원은 “특히 서울구치소 독거실 수감자의 대부분이 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방의 절반 정도의 면적인 5.04~5.52㎡의 방에 수감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박 전 대통령의 인권침해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면서 “의정부 교도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방보다 작은 10㎡의 방에 평균 5.85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일반 수감자가 과밀 수용으로 고통받는 것과 비교하면 박 전 대통령의 ‘인권침해’ 주장은 어처구니 없다”고 비판했다.

현재 일반인 수감자들에 대한 과밀 수용으로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음을 지적할 수는 있어도, 다른 교도소 수감자들보다 훨씬 넓은 방을 혼자 쓰는 박씨는 특혜를 받으며 충분한 예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8월 부산고등법원은 최소 1.06㎡ 면적에 수용됐던 재소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대한민국 정부에 패소판결을 내렸는데, 지금 박 전 대통령의 수용 면적은 일반인 10명이 쓰는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유엔 인권이사회에 인권침해 탄원서를 내야 할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 하에서 하루 24시간 1.06㎡에 갇혀 있었던 수만 명의 일반 재소자들”이라고 꼬집었다.

노 원내대표는 “그동안 유엔 인권이사회는 박근혜 정부에 수차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석방을 비롯한 인권 개선 조치 권고를 내렸지만, 박근혜 정부는 한 차례도 이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면서 “바로 그 유엔 인권이사회에 박 전 대통령 자신이 인권침해 당하고 있다며 시정조치를 요청하고 있는 것은 온 우주가 웃을 일”이라고 말했다.

▲ 지난 4월14일 jtbc ‘뉴스룸’ 리포트 갈무리.
▲ 지난 4월14일 jtbc ‘뉴스룸’ 리포트 갈무리.
앞서 노 원내대표는 지난 8월24일까지 박근혜 대통령은 총 구금일수 147일 동안 148번의 변호인 접견을 받으며 ‘황제 수용’ 생활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박씨는 수감 기간 동안 24번이나 교정공무원과 면담을 했고, 이경식 서울구치소장과도 12번 면담했다.

또한 박씨가 쓰고 있는 거실은 다른 국정농단 사범인 김기춘(7.33㎡), 이재용·차은택(6.76㎡), 최순실(5.15㎡), 안종범(4.62㎡)이 있는 방보다 넓은 면적이다. 다른 방과 달리 샤워실도 마련돼 있고 TV와 사물함, 싱크대, 침구, 식기, 책상, 청소도구 등이 갖춰져 있다.

박씨 측은 “허리·무릎·어깨의 관절염 등 만성질환과 영양부족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제대로 된 침대에서 잠을 못 자 질환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구치소 내부 의료진으로부터 필요 시 수시로 진료를 받고 있는 것은 물론, 외부 전문 의료시설에서도 2회 진료를 받는 등 적정하고 충분한 진료기회를 보장하고 있다”며 “규칙적인 식사와 영양을 고려한 식단을 제공하고, 충분한 실외 운동 기회를 주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씨는 제대로 된 침대서 잠을 못 자고 있다고 호소했지만, 구치소 측은 박씨의 허리 통증 호소를 고려해 접이식 매트리스를 추가 지급하고 의료용 보조용품(침대 등) 사용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5년 서울 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던 전직 대통령 노태우씨는 3.6평 크기의 독거실에 있었는데, 텔레비전은 보지 못했고 교도관이 독방의 철문을 열어줘야만 복도를 통해 화장실에 갈 수 있었다. 안양교도소에 수감됐던 전두환씨는 3.5평 크기의 독거실과 5평 크기의 접견실, 1평 크기의 화장실을 썼다. 전씨에겐 당시 일반 재소자들 방에 없던 매트리스에 모포 2장의 침상이 제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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