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사찰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공개돼 논란이 된 가운데 방통심의위 내부에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통신심의위원회지부(이하 심의위 지부)는 18일 성명을 내고 “드러난 문건만으로도 방통심의위 구성원 모두는 충격에 휩싸여 있다”면서 “사실관계를 낱낱이 밝히고 관련자들의 부적절한 행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4년 9월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건에는 자체조사 및 전현직 방통심의위 관계자 2명과 인터뷰를 통해 △사무총장 교체 검토 △직원 및 위원 성향분석 △통신심의 규정 개정방안 사전검토 등의 내용이 있다. 인터뷰 내용 중 국정원이 민간인을 동원해 민원을 제기하는 ‘청부심의’가 이뤄졌다는 대목을 JTBC가 보도하면서 문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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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직원성향은 물론 운영 전반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청와대 문건.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직원성향은 물론 운영 전반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청와대 문건.

문건은 “의견전달 통로를 모색하기 위한 직원 신원 파악도 어려울 정도로 접촉에 애로가 있다”면서 그 이유로 △과거 정권 아래서 채용된 직원 상존 △심의위원 중 3인은 야권추천 인사 △강성노조 등 세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팀장급 간부들의 실명을 언급하며 ‘진보성향’ ‘부친이 야당에 수차례 공천신청’ 등의 성향파악도 이뤄졌다.

심의위 지부는 “당시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에 대한 KBS의 특종 보도 심의가 진행 중이었다”면서 “청와대의 의도대로 방송 심의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이 사찰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청와대 문건에는 방통심의위가 해당 KBS 보도에 중징계를 내리지 않은 데 대한 문제제기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수석비서관 회의 내용을 기록한 비망록에 따르면 청와대가 해당 보도에 대한 심의 결과를 주시했다는 점이 드러난다.

심의위 지부는 “적폐의 단면이 만천하에 공개되었음에도 이를 조사하고 청산해야 할 4기 위원회 구성이 4개월 넘게 지연되고 있다”며 방통심의위 구성과 심의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을 촉구했다. 같은 날 언론노조 역시 ”방송통신심의위원의 위촉을 미루고 있는 청와대에 요청한다. 산적한 업무와 막중한 역할을 고려할 때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방통심의위는 위원 임명이 이뤄지지 않아 장기간 파행이 빚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방통심의위는 정부여당 추천 6석, 야당 추천 3석 등 9석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이전과 달리 다당제가 됐다는 이유로 자유한국당 2석을 포함해 야당에 4석을 요구하면서 논의가 공전되고 있다.

앞서 13일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논평을 내고 “각 부처와 분야에서 진상규명과 적폐청산을 위한 기구가 활동하고 있다. 언론만 제자리걸음”이라며 정부 차원의 언론적폐 청산기구 구성 및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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