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팀장- 진보성향, B팀장- 부친이 수차례 야당에 공천신청’ ‘우장균 특별위원- 대통령을 독재자의 딸로 표현하는 등 극단적 표현 자주 사용’

청와대가 민간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운영 전반에 대해 파악하고 개입한 내용이 담긴 A4 14장 분량의 문건이 공개돼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014년 9월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에는 자체조사 및 전현직 방통심의위 관계자 2명과 인터뷰를 통해 △사무총장 교체 검토 △직원 및 위원 성향분석 △통신심의 규정 개선방안 사전검토 등의 내용이 있다. 인터뷰 내용 중 국정원이 민간인을 동원해 민원을 제기하는 등 ‘청부심의’에 대한 대목을 JTBC가 보도하면서 이 문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관련기사 : [단독] 박근혜 청와대, 방통심의위 성향분석 문건 공개합니다)

문건의 일부인 ‘전현직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 인터뷰’에는 작성자 이름이 실명 기재돼 있다. 작성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 A행정관이다. A행정관은 19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의 비서관 출신으로 문건 작성 직전인 2014년 8월초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민정수석실은 민정, 공직기강, 법무, 민원 업무로 나뉘는데 A행정관은 ‘민원’업무를 맡았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운영 전반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청와대 문건.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운영 전반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청와대 문건.

문건 속 인터뷰 대상으로 등장한 방통심의위 B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원래 국회에 있을 때 업무적으로 알고지낸 사이”라며 “청와대에 간 직후인 8월경 식사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B팀장은 “그러나 청와대에서 문건을 만드는 줄은 몰랐다. 식사 자리에서 나온 내용이 왜곡되고, 악의적으로 기록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14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대대적인 ‘정부기관 및 민간인 사찰’을 주도한 부서다. 김영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내용을 기록한 ‘김영한 비망록’에는 김기춘 실장의 관련 지시가 다수 언급된다. 2014년 7월4일 “중요 부처 실국장 동향 파악- 충성심 확인”이라는 지시와 함께 “독버섯처럼 자란 (DJ, 노무현 정부) 人士(인사) 공직·민간·언론 불문”이라고 지적한다. 청와대 문건이 민간기구인 방통심의위 조직의 문제점으로 ‘과거 정권 아래서 채용된 직원 상존’을 꼽은 것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비망록과 청와대 문건 모두 KBS의 ‘문창극 검증보도’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4년 7월2일 김영한 비망록에는 “문창극 KBS 보도-중징계-방심위”라는 대목이 있으며 이후부터 심의와 관련한 방통심의위에 일거수일투족이 언급된다. 청와대 문건에서 청와대측은 방통심의위 관계자에게 예상과 달리 낮은 수위의 제재가 나온 내부 사정을 여러 차례 묻는다. 문건은 낮은 수준의 징계를 주장한 당시 여권의 하남신 위원과 윤석민 위원을 비판적으로 언급하기도 한다. 이후 윤 위원이 급작스럽게 사퇴하고 국정원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받는 조영기 위원이 선임됐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허의도 방송통신심의위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건에 나온 전현직 방통심의위 관계자들의 발언을 “사적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A 전 행정관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문건에 나온 직원과 식사를 한 적은 있지만 문건을 작성한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다”면서 “당시 청와대에 간 직후이기 때문에 내 이름으로 보고서를 쓸 수 있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건은 이미 드러났고, 정황은 분명하다. 방통심의위가 청와대, 국정원과 어떤 방식으로 결탁했는지 진상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13일 논평을 내고 “청와대 문건들은 방통심의위의 언론장악 가담 실체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단서들”이라며 “철저히 규명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강력한 진상조사 기구를 설치하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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