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맹탕’이라는 지적이 쏟아지지만 올해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는 예년보다 더욱 심각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대상 국정감사에서 현 정부의 공영방송 정상화에 대한 ‘방송장악 프레임’을 쏟아내고 이에 대한 해명성 발언이 이어지면서 정책국감과는 멀어졌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의 방통위 대상 국정감사 전체 질의와 의사진행발언 145건을 분석한 결과 자유한국당은 전체 65건의 질의 및 발언 중 31건을 공영방송 정상화 행보에 문제제기를 하거나 방송통신위원장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내용으로 채웠다.
특히 이 가운데 19건이 방통위의 행보에 ‘방송장악 프레임’을 입히는 내용이었다.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에 대한 방통위의 자료제출 요구가 부당하다는 주장 △공영방송 이사 사퇴 등에 언론노조와 방통위가 공조해 방송을 장악한다는 주장 △방통위원장의 행보가 편향됐다는 주장 등이다.
국정감사장 앞에서 언론노조 MBC본부가 침묵시위를 한 데 대한 비판도 7건이나 쏟아졌다. 박대출·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불법 시위’라며 고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건의했고 자유한국당 소속인 신상진 위원장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 문제제기는 13일 MBC ‘뉴스데스크’ “불법시위로 얼룩진 국정감사”리포트를 통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문제제기 위주로 편향보도되기도 했다.
지난 7월 임명된 이효성 위원장의 자격을 여전히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지적도 5건 있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노트북에 ‘이효성은 사퇴하라’는 종이를 붙이고, 이효성 방통위원장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김성태 의원은 “적폐위원장을 방통위에 앉혀놓고 방송의 독립성과 언론의 자유를 논하는 게 이해할 수 없다”면서 “앞으로 적폐위원장이라고 부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김성태 의원은 질의 때마다 ‘적폐위원장’이라는 호칭을 썼다. 자유한국당의 다른 의원들도 이효성 위원장을 ‘이효성 교수’, ‘위원장이라는 분’ 같은 식으로 언급하며 사퇴를 촉구하는 질의를 반복했다.
자유한국당이 방송장악 프레임을 강화하는 주장을 쏟아내자 방통위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역시 반론을 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49개 질의와 발언 중 9건이 자유한국당의 ‘언론장악 프레임’을 반박하는 데 사용됐다. 호칭과 관련해서는 6건의 질의 및 발언이 이어졌다.
현 정부의 공영방송 정상화 방안이 절차대로 진행되고 있고, 이전 정부 때 벌어진 부당노동행위 등의 문제가 심각했다는 반론도 이어졌지만 자유한국당은 그보다 많은 질의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를 무력화했다. 그 결과 언론에는 여야의 공방 또는 자유한국당의 입장을 전달한 보도가 쏟아졌다.
국민의당 의원들도 tbs 시사대담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고 있지만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tbs의 시사대담 프로그램 내용이 국민의당에 불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김경진 의원은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조금 심하게 비유하자면 현 정부가 적폐로 지목한 국가정보원의 정치 댓글과 무엇이 다르냐”며 문제제기를 이어오고 있다. 반면 공영방송 파업사태 해결 및 공영방송 정상화를 촉구하는 국민의당 의원들의 관련 발언은 2회에 그쳤다.
이날 정책질의로 볼 수 있는 사안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도박·청소년 유해콘텐츠·불법정보 등에 대한 방통심의위의 대책 촉구(5건) △아프리카TV 등 인터넷 방송에 대한 문제 제기(4건) △재난방송 매뉴얼 미비점 및 미이행에 관한 질의(4건)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에 대한 질의(3건) △UHD 방송 및 장비에 대한 질의(2건)는 많지 않았다.
전체 145건의 질의와 발언 중 질의는 105건, 의사진행발언은 40건이었다. 한 의원이 한 번에 여러 주제에 대해 질의를 한 경우 개별 질의로 분류했다. 정당별로 살펴보면 질의와 발언은 자유한국당 65건, 더불어민주당 49건, 국민의당 15건, 정의당 8건, 민중당 7건, 대한애국당 1건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