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직후 박근혜정부 국가안보실이 작성해 대통령에 첫 보고한 문건에 세월호 사고발생 시각도 그동안 알려진 시각보다 13분이 앞선 것으로 기록돼 있어 의문을 낳고 있다.

청와대가 작성한 최초 사고발생 시각이 정부 발표 시각과 차이가 난 사실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2일 공개된 ‘진도 인근 여객선(세월 號) 침수, 승선원 474명 구조작업 중(1보)’ 제하 문건의 상황 개요를 보면, 사고발생 일시가 2014년 4월16일(수) 08시35분으로 기재돼 있다. 장소는 전남 진도 서남방 30km 해상으로 쓰여있다.

그러나 정부는 그동안 세월호 최초 사고 발생 시각을 당일 오전 8시48분으로 발표해왔다.

대검찰청이 2014년 10월6일 발표한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수사결과’를 보면, 검찰은 “세월호가 4.16. 08:48경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부근 해상에서 선체가 급격히 좌현으로 전도되어 이동이 정지되고 같은 10:17경 전복되어 침몰되는 사고 발생”이라고 밝혔다.

해양안전심판원 특별조사부가 같은해 12월29일 발표한 ‘여객선 세월호 전복사고 특별조사 보고서’에서도 급변침 시작 시각이 8시48분경, 급변침으로 선체가 급작스레 기운 시각은 8시50분경으로 기록했다.

▲ 세월호가 지난 3월 인양돼 잠수선에 받혀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세월호가 지난 3월 인양돼 잠수선에 받혀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해양안전심판원은 사고발생 상황에 대해 “2014년 4월16일 08시48분경 세월호 침로가 140로 정침된 것을 레이더 화면으로 확인한 3등항해사는 당직 조타수에게 세월호 침로를 145도로 추가 변침토록 지시하였다”며 “변침을 지시하고 수 초 후 당직 좌수가 타가 이상하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으며, 배가 좌현으로 심하게 기울지면서 선수가 우측으로 많이 회두하는 것을 인지한 3등항해사는 타를 좌현으로 사용할 것을 지시하였다”고 썼다.

심판원은 “그러나 세월호는 좌현으로 더 경사되었고, 08시50분경 좌현으로 경사가 더 심해지면서 화물창 내의 화물이 쏠리면서 ‘쿵’하는 소리와 함께 선수갑판의 컨테이너가 바다로 추락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고 기록했다. 선박전복 진행상황에 대해 해양안전심판원은 “08시50분경 세월호의 비정상적인 급변침에 의해 선체가 좌현으로 15~20도 가량 급작스럽게 기울기 시작하였다”고 썼다.

이상이 박근혜 정부의 공식적인 세월호 사고시각 관련 기록이다. 그러나 국가안보실이 대통령에게 최초 보고한 문건에는 최초 보고시각이 그날 8시35분경으로 약 13~15분 가량 빠르다.

이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그날 오전 10시에 발표한 ‘진도해상여객선 침몰사고 상황보고’서에는 사고일시와 장소가 “2014년 4월16일(수) 08:58 경 목표해경청 상황실 사고접수, 전남 진도군 관매도 부근”이라고 기재됐다. 30분 만에 사고발생 시각이 일부 변동된 것이다.

이를 두고 최초 보고 자체가 부정확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안보실이 오기한 것인지, 사고시각과 관련해서도 전면적인 재조사가 필요성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해경123정 전복 의혹 관련 명예훼손 사건을 대리하고 있는 김종보 변호사는 1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최초 사고시점은 정확히 보고해야 하지 않느냐.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내용이면, 모든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고 보고해야 하지 않는가”라며 “당시 박근혜가 보고를 제대로 받았던 안받았던 안보실은 제대로 굴러갔어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13~15분의 차이는 아이들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 봤을 때 절대 작은 오차라고 보기 어렵다”며 “작성시간 조작 뿐만 아니라 사고발생 시각도 작성자 등을 불러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이라고 덧붙였다.

▲ 지난 12일 임종석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이 공개한 국가안보실의 세월호 참사 최초 보고 문건. 사진=연합뉴스
▲ 지난 12일 임종석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이 공개한 국가안보실의 세월호 참사 최초 보고 문건.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세월호 유가족인 장훈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도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과 만난 자리에서 사고 발생 시각의 의문점을 제기했다. 장 분과장은 사고 발생시각이 8시35분으로 돼 있는 것을 두고 “이건 누가 보고한 것이냐. 아무도 나와 있지 않다”며 “(그 시간이면 배가) 정상적으로 운행됐다고 나오는데 왜 8시35분(이 사고발생시각인 것)으로 나와있나. 이 보고서에 안보실에서 대통령에 보고한 것으로 나오는데, (누가 보고했는지) 아무도 보고한 사람을 몰라요”라고 비판했다.

장 분과장은 “보고받은 사람은 대통령인가, 문고리 3인방인가”라며 “이것도 확실치 않다. 여러분들께서는 대통령의 7시간, 7시간 반이 중요할지 모르나 저희 가족들은 9시30분부터 10시10분간이 가장 중요하다. 40분 사이에 다 죽었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세월호가 뒤집어진 화면들은 단지 사고난 화면이 아니라 304명이 살려고 발버둥친 화면”이라며 “황금같은 40분 동안 뭘했는지, 왜 아무도 지시를 내리지 않았느냐. 이를 반드시 가족들이 밝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지난 13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청와대 세월호 참사 당일 보고서 조작 및 은폐공작 규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정부에서는 일관되게 세월호가 급변침하며 이상이 생긴 시각을 오전 8시48분이라고 했다”면서 “당시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모두 ‘오전 9시20분에 언론 보도를 보고 파악했다’고 했으나 먼저 다른 경로로 보고를 받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고 쿠키뉴스 등이 전했다. 그는 “세월호의 침몰 원인에 대해서도 다시 처음부터 의문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안전사회소위원장을 맡았던 박종운 변호사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아마도 사고발생시각 자체는) 아마도 정확하지 않았을 수 있다”며 “119나 112에 신고한 기록 등을 토대로 조사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선체 외부에 있는 사람이 (기울어진 선체를 보고) 경찰에 알린 시각을 확인했을 때 9시 부근에 했을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까 한다”며 “승객의 카톡 등을 보고 누군가가 (사전에) 연락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국가안보실 사고발생시각이) 정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좀 더 높지 않을까 한다”고 주장했다.

▲ 해양안전심판원이 작성한 보고서의 세월호 사고시각. 사진=여객선 세월호 전복사고 특별조사 보고서.
▲ 해양안전심판원이 작성한 보고서의 세월호 사고시각. 사진=여객선 세월호 전복사고 특별조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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