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장이 2014년 말부터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관련 첩보를 파악하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추 전 국장은 지난해 7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감찰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동향을 파악해 우 전 수석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은 국정원의 이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우병우-최순실’ 커넥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위원장 정해구)는 지난 16일 오후 국가정보원법 상 직권남용 금지 위반에 해당하는 ‘민간인 및 공무원 사찰 지시’ 등의 혐의로 추 전 국장을 검찰에 수사의뢰할 것을 국정원에 권고했다.

▲ 17일 한겨레 1면
▲ 17일 한겨레 1면

국정원 개혁위는 이날 추 전 국장이 2014년 8월 국정원에 부임한 후부터 170건에 달하는 최씨 관련 정보를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정윤회 문건 사태’가 터진 후엔 2014년 12월, 추 전 국장은 “진짜 실세는 최순실”이라는 첩보를 보고받았다.

최씨의 개인트레이너로 청와대 행정관이 돼 논란이 됐던 윤전추 전 행정관에 대해서도 추 전 국장은 “최순실의 개인 트레이너 출신”이라는 사실도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 추 전 국장은 이 첩보를 수집하면서 “김기춘 비서실장이 국감에서 윤 행정관을 옹호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정보도 보고받았다.

경향신문은 국정원 개혁위 조사 결과 추 전 국장과 우 전 수석 간 유착 관계가 확인된 것과 관련해 “최순실→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6국장으로 연결되는 ‘국정농단 3각 커넥션’의 실체가 드러났다”며 “검찰의 국정농단 재조사가 불가피해졌다”고 평가했다.

추 전 국장은 지난해 7월 말쯤 이석수 전 감찰관의 동향을 수집해 ‘이석수 특별감찰관 개인동향 및 감찰내부 동향’과 ‘특별감찰에 대한 대응방안 제시’ 등의 내용으로 우 전 수석에 2차례 직보했다. 당시는 넥슨이 우 전 수석의 처가 부동산을 매입한 것을 두고 권력형 비리 논란이 제기도 이 전 감찰관이 이 의혹을 감찰하기 시작한 직후다.

추 전 국장은 이 전 감찰관의 감찰을 무력화하기 위한 방안도 보고했다. ‘특별감찰에 대한 대응방안 제시’에는 “경찰청 등에 자료를 선별 지원해 조사 비협조 오해가 불거지지 않도록 유의”, “필요시 특별감찰관 조사기간을 연장, 시간벌기를 통해 야당의 공세 타이밍을 분산시키는 전략적 대응 검토 필요”라고 나와 있다.

▲ 17일 경향신문 5면
▲ 17일 경향신문 5면

우리은행장 사찰 건은 ‘최순실씨→우 전 수석→추 전 국장’ 지시를 거쳤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추 전 국장은 2016년 6월 말 소속 처장에게 우리은행장 비리 첩보를 수집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이후 두 차례 관련 보고를 받은 추 전 국장은 이를 8월12일 우 전 수석에 직보했다.

국정원 개혁위는 이와 관련 “최순실이 2016년 7월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우리은행장 인사청탁 관련 문건이 발견된 점에 비추어 최순실 등이 새로운 행장 후보를 추천하기 위해서는 당시 우리은행장 연임을 저지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추 전 국장은 2016년 3월4일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8명의 세평을 보고할 것을 부하직원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이들 중 6명은 최씨에게 미운털이 박힌 이들로, 우 전 수석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에게 이들의 인사조치를 요구한 혐의(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상태”라며 “역시 최순실→우병우→추명호로 이어지는 3각 커넥션을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법치를 거부하다”… 1심 선고 다가오니 ‘정치이슈화’ 노려

파면된 전 대통령 박근혜씨가 지난 16일 자신이 기소된 뇌물수수 등 혐의 사건 80회 공판에서 사실상 재판 거부를 선언했다. 박씨의 변호인단 7명은 전원 사임 의사를 밝혔다.

▲ 17일 동아일보 1면
▲ 17일 동아일보 1면

박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80회 공판에서 “검찰이 6개월 동안 수사하고, 법원은 다시 6개월 동안 재판했는데 다시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면서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공판에 앞서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단 일부에게 ‘형량이 20년형이든 30년형이든 개의치 않는다. 이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박씨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및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국정 농단 사건 주요 관련자들의 2심 선고를 앞두고도 ‘옥중 메시지’를 공개할 방침임을 밝혔다.

세계일보는 박씨의 재판거부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16일 남은 재판을 사실상 보이콧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국정농단 사건 재판이 사실상 ‘올스톱’ 상태가 되고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도 해를 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분석했다.

박씨의 재판은 변호인 선임이 필수인 필요적 변호 사건임에 따라 변호인 없이 재판 진행이 불가능하다. 법원은 이에 따라 다음 공판기일인 19일까지 새 변호인이 선임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선변호인 선임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 17일 세계일보 3면
▲ 17일 세계일보 3면

세계일보는 “문제는 박 전 대통령 사건의 경우 혐의가 워낙 많고 쟁점도 복잡해 재판 중간에 투입된 국선변호인이 과연 효과적인 변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국선변호인으로 거명된 법조인이 선뜻 박 전 대통령 사건을 맡을 것인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궐석재판’ 우려도 나온다. 세계일보는 “법원 안팎에선 박 전 대통령이 앞으로 법정 출석도 거부하는 길을 택할 것이란 우려를 내놓는다”며 “재판부가 구인장을 발부할 수 있지만 전직 대통령 신분을 감안할 때 강제집행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지세력을 결집하려는 정치적 의도 가능성도 제기됐다. 경향신문은 “박근혜 전 대통령(65)이 16일 ‘재판 거부’ 뜻을 밝힌 것은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계기로 재판을 사법 판단보다 정치적 이슈로 끌고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며 “최근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으로 몰아가려는 움직임에 맞춰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올해 내에 1심 선고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판 뒤집기’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 왜 삼성 앞에만 서면 작아지나?”

지난 16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차명계좌의 실명전환 대상 여부를 두고 거센 공방전이 벌어졌다.

▲ 17일 한겨레 9면
▲ 17일 한겨레 9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5일 금융감독원으로 받은 ‘2008년 조준웅 특검 시 확인된 은행별 차명계좌 및 실명전환 현황’ 자료를 보면, 64개 은행계좌 가운데 1개만 실명전환됐고 957개 증권계좌는 실명전환 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의원은 국감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금융위가 2008년 ‘금융실명제 종합편람’을 펴낸 것을 보면, 차명계좌는 실명전환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왜 제대로 안 했나? 왜 삼성 앞에만 서면 작아지나?”고 물었다.

이에 최 금융위원장은 “삼성 앞에서 작아질 이유가 없다”며 “최종적으로 2009년 판결에 따르면, 1998년 판결은 차명거래 일반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같은 금융위원회의 반박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는 “금융위는 2009년 대법원 판결을 준용하면 삼성 차명계좌가 실명전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삼성 쪽은 해당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명의변경을 마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이 차명계좌를 실명전환하지 않고 단순 명의변경을 하면서 포탈한 조세 규모는 2조원 가량이다. 박 의원은 지난 16일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등이 대략 2조원으로 추정되는데 환수 시한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밝혔다.

▲ 17일 한겨레 9면
▲ 17일 한겨레 9면

2008년 삼성 비자금을 수사한 조준웅 특검은 삼성 전·현직 임원 486명 명의로 된 주식(4조1009억원)과 예금(2930억원) 등 총 4조5천억원 규모의 1천여개 차명계좌를 찾아냈다. 특검은 삼성 측 주장을 받아들여 이 회장이 선대 회장으로부터 해당 계좌를 상속받은 것이라 인정해줘 시민사회의 거센 ‘봐주기 수사’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삼성은 특검 수사 후인 2008년 말 차명계좌에 있던 4조원 규모의 삼성전자·삼성생명 등 주식을 이 회장 앞으로 실명전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은 차명계좌의 실명전환과 더불어 누락된 세금도 납부할 것을 약속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삼성은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한겨레는 “특히 이 과정에서 최대 수조원이 국고에 환수되지 않고, 이 회장에게 건네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대통령 노동법 개정 촉구 “최장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장시간 노동과 과로를 당연시하는 사회가 더 이상 계속돼선 안 된다”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18대 국회부터 충분한 논의를 거친 만큼 반드시 통과되도록 노력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17일 중앙일보 12면
▲ 17일 중앙일보 12면

근래 연이어 벌어진 집배원 과로사와 자살, 화물자동차 및 고속버스의 대형 교통사고 등 참사와 관련해 언급한 발언이다. 현행 근로기준법 상 주 당 최대 노동시간은 68시간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이를 52시간을 줄이는 개정안이 검토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고용률이 70%를 넘는 국가 중에 연간 노동시간이 1800시간을 넘는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는 OECD 평균보다 연간 노동시간이 300시간이나 더 많은 실정”이라며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없이는 고용률과 국민들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근기법 개정을 통해 주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방식이 최선이지만 안될 경우 행정해석 폐기를 통해 실현하겠다는 의미로 문 대통령이 이를 공식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주당 최대 노동시간 52시간 단축 개정안에 여야 간 이견은 없는 상황이다. 현장에 연착륙시킬 방안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여야는 정기국회 기간인 오는 11월 말 노동시간 개정안을 재논의키로 했다.

아래는 17일 아침 전국단위 주요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헤드라인이다.

경향신문 "[박근혜 ‘재판 거부’]법치를 거부하다"
국민일보 "헌재 8인 “헌재소장 조속 임명을”"
동아일보 "[단독]박근혜 前대통령, 재판 보이콧 “20년, 30년형도 개의치 않는다”"
서울신문 "“법치 빌린 정치보복” 박근혜, 재판 보이콧"
세계일보 "[비트코인, 경제혁명인가 투기광풍인가] 7년만에 60만배… 비트코인 ‘광풍’"
조선일보 ""모든 멍에와 책임 제가 지겠다""
중앙일보 "헌재 재판관 전원 “소장 빨리 임명을”"
한겨레 "국정원, 2014년부터 ‘최순실 국정농단’ 알고도 뭉갰다"
한국일보 "MB 국정원 “DJ 노벨상 취소” 서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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