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헌법재판소 국정감사가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에 반대하는 야당의 반발로 무산되면서 주말까지도 여야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14일엔 누리꾼들이 ‘힘내세요 김이수’라는 해시태그로 김 권한대행을 응원하고, 각종 포털사이트에 해당 문구가 검색에 상위에 오르는 일도 벌어졌다.

특히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에게 업무보고도 하지 못한 채 ‘보이콧’ 당한 김 권한대행에게 대신 사과한 것을 두고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김 권한대행을 응원하는 글을 포털 검색어 1위로 만든 누리꾼들을 폄훼하는 듯한 주장을 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오후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를 통해 “헌법재판소법에 의해 선출된 헌재소장 권한대행에 대해 위헌이니 위법이니 하며 부정하고 업무보고도 받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국회 스스로 만든 국법질서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수모를 당한 김 권한대행께 대통령으로서 정중하게 사과한다. 그리고 국회의원들께도 3권 분립을 존중해 주실 것을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1시간30여 분간 인사말도 하지 못한 채 자리에 있었다.  사진=민중의소리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1시간30여 분간 인사말도 하지 못한 채 자리에 있었다. 사진=민중의소리
이에 대해 보수 야당과 함께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에 강하게 반대했던 국민의당은 “대통령의 책임과 의무 방기로 생기는 헌재 국정감사 파행을 국회로 떠넘기지 말라”면서 ‘힘내세요 김이수’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른 것에 대해서도 “민주당 당직자의 SNS 여론 왜곡 선동”이라고 주장했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15일 논평에서 “대통령의 페이스북 글 게제, 추미애 대표의 망언, 민주당 당직자의 SNS 여론 왜곡 선동으로 이어지는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행태는 건전한 여론형성을 왜곡하는 행위이며, 국정운영의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한국당을 포함 무려 3개 야당이 김이수 권한대행 체제를 비판하고 있는데도 문 대통령은 도리어 김이수 재판관에게 사죄를 하는, 일국의 대통령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고야 말았다”며 “이어 기다렸다는 듯 포털사이트에는 ‘힘내세요 김이수’라는 말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고 비판했다.

전 대변인은 이어 “문재인 정부를 뒷받침한다는 사이버부대 ‘달빛기사단’의 위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대한민국의 사이버상의 여론은 이제 심각하게 왜곡돼 더는 건전한 국민의 상식을 대변하지 못하게 돼버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에게 사과 후 정부·여당의 선동에 따라 누리꾼들이 김 권한대행을 응원하는 글을 퍼뜨렸다는 야당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선후 관계도 맞지 않다.

문 대통령이 14일 오후 2시경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 전 이날 오전부터 이미 SNS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상에는 국정감사장에서 곤욕을 치른 김 권한대행을 응원하자는 누리꾼들의 글이 자발적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SNS상에 ‘#힘내세요_김이수’ ‘알바의 조작이 아닌 깨어있는 국민의 힘을 보여줍시다!’라는 글이 확산한 것도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있기 전부터다.

한편 국회 법사위 소속의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14일 “헌법이 부여한 헌재의 고유 권능에 의해 결정된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김이수 재판관”이라며 “이것이 틀렸다고 하면서 김 권한대행이 사퇴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헌법이 헌재에 부여한 고유한 권능을 부정하는 것이자, 헌법재판소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국당이 법사위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조작 문건 공개와 역사교과서 국정화 자료 제출 공방으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도 ‘보이콧’한 것에 대해 “명분도 실익도 없다”고 비판했다.

제 대변인은 15일 현안 브리핑에서 “한국당은 세월호, 국정교과서 문제만 나오면 국회를 방해하고 있다. 진실에 대한 두려움이 얼마나 크기에 국감 자체를 거부하려 하는지 의아스러울 뿐”이라며 “국정감사는 명백히 국회 본연의 의무이자 행정부 감시 기능을 해야 할 입법부의 당연한 도리인데도 야당이 국정감사를 포기하는 것은 자승자박일 뿐이라는 것을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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