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세월호 침몰 사고를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최초 보고한 시점을 9시30분에서 10시로 늦추는 식으로 공문서를 조작한 문서가 공개됐다.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난을 면하기 위한 조작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이런 내용을 12일 공개하고 관련자 관련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13일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들은 1면과 종합면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다뤘다. 하지만 이 내용이 1면에 없는 신문은 조선일보가 유일하다. 

정부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시위대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하자 세계일보와 조선일보가 사설을 통해 “강정마을 시위 구상권 포기는 불법을 용인하는 것”이라며 비난했다.

다음은 13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조작된 ‘세월호 30분’”
국민일보 “靑 ‘朴정부, 세월호 보고일지 사후조작’”
동아일보 “DJ-盧-MB-朴 ‘20년 과거털기 국감’”
서울신문 “박근혜 청와대 ‘세월호 늑장대응 30분’ 감췄다”
세계일보 “이번엔 ‘세월호 보고 조작’ 파일 공개”
조선일보 “트럼프, 韓中日로 ‘北압박 투어’”
중앙일보 “‘내년 평창 패럴림픽 북, 참가의향서 제출’”
한겨레 “박근혜 청와대가 조작한 30분, 세월호 ‘골든타임’이었다”
한국일보 “朴에 세월호 첫 보고 시점, 30분 뒤로 조작”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불법 변경

임 실장이 공개한 ‘세월호 사건 최초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박근혜씨가 실제로 세월호 사건을 보고받은 시점은 2014년 4월16일 오전 9시30분이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사건 변론 과정에선 최초 보고 시점을 오전 10시로 밝혔고, 이에 따라 박근혜씨의 첫 지시가 10시15분에 있었다고 했다.

▲ 13일 한겨레 만평
▲ 13일 한겨레 만평

또한 2014년 7월말 대통령훈령인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가 안보 및 재난의 종합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는 내용을 “안보 분야는 안보실, 재난 분야는 안전행정부가 담당한다”고 바꿨다.

이에 임 실장은 “법제처 심사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 변경’”이라며 “세월호 사고 직후 김기춘 비서실장이 국회에 출석해 재난 컨트롤타워가 안행부라고 보고한 것에 맞춰 사후 조직적인 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근혜씨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 마지막으로 작성된 보고서는 통째로 삭제되기도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직전인 참사 당일 오후 4시27분까지 4개의 상황보고서가 작성됐지만 청와대는 6개월 뒤인 같은해 10월23일 최초 보고 시점을 오전 10시로 수정하면서 4번째 상황 보고서는 삭제했다. 경향신문은 “박 전 대통령의 잘못된 대응을 덮기 위해 가장 상세했을 4차 보고서를 사후에 폐기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박씨는 당시 중대본에서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던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드냐”는 상황파악이 안 된 질문을 한 바 있다.

공개 시점 문제제기 하고 나선 야당, 물타기? 

이번에 공개된 문서들은 청와대가 지난달 27일 캐비닛에서 발견한 책자와 지난 11일 발견한 전자문서다. 박씨 구속영장 연장 여부가 관심인 가운데 공개돼 정치적인 판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박씨 측 관계자는 “구속연장이 불가피하다고 정서적인 호소를 하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 13일 경향신문 만평
▲ 13일 경향신문 만평

자유한국당 역시 반발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청와대 발표 직후 “캐비닛에서 나온 전 정부 문건의 진위와 문건이 어떻게 발견됐는지에 대한 경위를 국민이 더 궁금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국정감사 기간을 통해 이 부분이 소상히 드러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국당 정치보복대책위원장인 김성태 의원은 “문재인 청와대는 전 정권 뒤나 캐고 다니는 흥신소 정권 같다”고 했다. 정용기 원내대변인 역시 “시기적으로 정치적 공작의 냄새가 짙다”고 보탰다.

바른정당은 한 발 거리를 둔 모습이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청와대 브리핑이 사실이라면 충격적이지만 당시 청와대의 해명과 중립적인 확인은 필요하다”며 “엄격한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밝혀지길 바란다”고 했다.

경향신문·동아일보 사설 통해 비판

청와대 발표를 받아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대응을 사설로 비판한 신문사는 경향신문과 동아일보였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임 실장 브리핑 내용을 요약한 뒤 “이번 사안을 심각한 국정문란 행위로 보고 수사의뢰하겠다는 청와대 판단은 온당하다”며 “기록 조작은 왕조시대의 국왕도 감히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어떤 조작이 또 있을지 모른다”며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헌법재판관 다수는 세월호 부실 대응에 대한 책임까지 묻기 어렵다고 봤지만 그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세월호 참사는 당시 정부가 좀 더 신속하고 현명하게 대처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도 있었을 비극”이라며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거짓 증언을 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김관진 전 안보실장이 지침까지 무단변경했다면 묵과할 수 없는 범죄”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헌재에 제출한 자료에 대해서도 “일지를 조작했다면 대국민 기만행위이고 공문서 위조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공작’이라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 이 신문은 “물론 청와대의 폭로 시점에 불편한 느낌은 없지 않다”며 “16일 박 전 대통령 6개월 구속만기를 앞두고 구속연장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라고 했다. 이어 “그렇다 해도 ‘박근혜 청와대’가 미증유의 참극을 둘러싸고 대통령과 청와대의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팩트를 조작하고 법령까지 손댔다면 임 실장이 지적했듯이 ‘가장 참담한 국정농단의 표본적 사례’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 13일 동아일보 사설
▲ 13일 동아일보 사설

중앙, 야당 주장에 무게 실어

중앙일보는 사설 제목을 “임종석 실장까지 나선 청와대 캐비닛 정치의 득과 실”로 뽑으며 한국당 주장에 비중을 실었다. 사설 앞부분에 임 실장 브리핑 내용을 요약하면서 문건 내용을 임 실장의 ‘주장’으로 표현했다. 이어 “다만 현 청와대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며 “미묘한 시기마다 ‘청와대 캐비닛’ 문건들을 터뜨려 망신을 주는 일이 되풀이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이번 세월호 사안도 16일 마감인 박 전 대통령 구속시한 연장 문제를 놓고 반박근혜 여론을 부추기려는 꼼수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사실상 기록을 공개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중앙일보는 “전직 대통령 시대의 기록물 내용은 대통령 시대의 기록물 내용은 대통령 기록관에 넘겨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현 청와대가 선별해 공표하는 행태는 자칫 위법 논란을 낳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조선, 강정마을 시위 구상권 포기 비난

세계일보는 “정부는 불법시위 등으로 인한 14개월간 공사 지연 손실금 251억 원을 건설회사에 물어준 뒤 시민단체 등에 청구한 34억 원의 구상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구상권을 포기하면 34억 원은 고스란히 혈세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당사자들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조건으로 이런 중재안을 마련했다”며 “불법행위를 눈감아주고 법치주의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보탰다.

이 신문은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은 어제 국무조정실 국정감사에서 구상권 철회에 대한 청와대 개입 의혹까지 제기했다”며 “구상권 철회와 사법처리 대상자 사면은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이라고 했다.

마을 주민과 외부시위꾼을 구분하기도 했다. 세계일보는 “백번 양보해 사회통합 차원에서 강정마을 주민을 선처한다고 치자. 그럼에도 외부 시위꾼은 경우가 다르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강정마을, 사드 반대 등 사회적 이슈가 있는 현장을 누비며 갈등을 키워온 이들. 지금은 제주 제2공항 반대 현장으로 무대를 옮겨갈 태세”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혜안이었다”며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새 정부가 시위 단체가 사과만 하면 구상권 행사를 철회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많은 국민이 안보 위기로 불안에 떨고 있다”며 “국가 안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국가 안보를 흔들어댔던 불법세력에 대한 법률적 추궁을 정부가 포기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 자체가 도저히 정상이 아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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